설 사는 마흔 교사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교육이 참 무섭다는 걸 늘 깨닫고 있죠.

가르치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혹은 (대부분이 그렇지만) 의도하지 않은 채로 학습자에게 주관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고, 이게 저 연령일수록 제대로 먹히죠.

쉬운 말로 가르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배우는 사람의 주관 형성에 개입하는 개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뭐 어릴 수록 잘 먹히기는 하지만 나이든 사람이라고 해도 그다지 어려운 건 아닙니다.

삼인성호라는 고사를 아시는지요.

세사람만 모이면 한 사람 바보 만드는 건 쉽다는 건 질문자께서도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천동설도 세사람이 옆에서 계속 떠들면 믿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거든요.

질문인 특정 후보의 득표율이 특정 지역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에 관한 것을 설명하기 위한 사설이 좀 길었군요.

우리나라 성인의 정치성향은 거의 줏어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경우가 태판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에 나와서 간혹 정치적 논쟁거리로 대활 하게 될 때면,

'우리집안은 대대로 여당 중심이네' '부모님께서 말씀하시길...' '난 종북하곤 안 놀아', '전라도 놈들과는 상족도 말라고 배웠어', 등등의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정치성향의 이유가 주변사람 혹은 가족들이 전부 그러하니까라는 어처구니없는 답이 태반이란 겁니다.

물론 그러한 무비판적인 수용을 지적하면, 버럭 화부터 낸다면 나이를 먹어서 이미 내재화된 경우입니다. (마흔 넘은 양반들은 걍 포기하세요. 제 경험상 반평생을 생각없이 산 인간들이 바뀌는 건 불가능합니다)

솔직히 우리 교육이 스스로 정치성향을 형성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현대사는 대충 넘어가고, 뉴스라도 들을 시간조차 없게 암기만 줄창시키는 교육이 무슨 놈의 미래의 바른 판단 능력을 갖춘 인잴 육성할까요.

딱 잘라서 우리나라는 정치성향에 대한 가치판단 교육에 대해선 단 1%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말이 좋아 정치 중립이지, 아예 무지한 인간을 양산하고 있는겁니다..

단적으로 표현해서 오늘 있었던 철도 노조 지도부 연행에 대해선 고교생 이하 대부분의 학생들이 알지도 못하며, 안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서 어른들에게 질문하면 '닥치고 공부나 하라'는 소리를 하니까요.

뭐 언론부터가 전부를 보여주지 않는 나라에서 뭘 바랄까 싶지만, 하여간 중요한 건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정치성향을 스스로 키워갈 기회마저 주지 않기 때문에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밖에 없고, 주변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충 묻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질문자께서는 특정 지역에서 야당후보에 대한 93% 득표율이 대단하다 하셨지만, 진짜 대단하게 여겨야 하는 건 7.8% 자기 소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열집 혹은 스무집 건너 한 명꼴로 80년 광주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지역에서 저 정도 나왔으면 이건 토픽감입니다. 가르친 적도 배울 기회도 안줬는데 주위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저정도 있다는 게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기적이다 싶습니다. 원래대로 하자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았던 99%가 나와야 정상이죠.

쓸데없는 글이 길었습니다만,

딱 잘라 정의하자면 정치에 대해서는 배운 적도 없고, 생각해본적도 그다지 많지 않으며 크게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선거는 하라니까 공약이나 후보와는 그다지 상관없이 줏어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대충 판단한 결과가 저겁니다.(하긴 후보들도 공약홍보에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았다. 솔직히 박후보의 공약중에 생각나는게 4대악근절뿐이고, 그중에도 불량식품근절만 기억난다. 문후보는 그나마도 뭔소리인지 몰라서 내 표가 결정되었다고 할 정도다. -나쁜 놈이기는 했어도 전임 이 대통령은 그래도 공약은 쌈박하게 입력되었었는데, 747경제정책이라던가 여성부페지라던가등등... 지켜진 게 손톱만큼도 없지만)

이상입니다.

여담인데 질문자 스스로도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자의적인 것인지 혹은 주입된 것인지 시험해보실 수 있습니다.

자신이 '왜' 보수인지 혹은 민주당을 지지하는지에 대해서 부모님을 제외한 이유를 세가지 이상 스스로 댈 수 있다면, 질문자는 정치판단 능력이 뛰어난 정치개념인이십니다.

...

만약 하나도 못댄다면 머리가 모자걸이인줄 아는 사람이니 지금이라도 남들에게도 납득시킬 수 있는 이유를 찾아내시기 바랍니다.

(뭔 놈의 나라가 정치성향이 모태신앙급인지 한탄스럽지만, 그 이율 아는 선생으로도 할 게 없다는데 더 통탄하는 바입니다)-정확하게는 아무것도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