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조두순 대신 나영이네가 떠난다

경태영 기자

“뻔뻔하게 다시 돌아오는 조두순이도 밉지만, 조두순이를 이렇게 방치한 국가와 정치권도 밉다.”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가명)’ 가족들이 결국 20여년을 살아온 경기 안산을 떠난다. 나영이가 한 살때 이사온 이후 악몽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고 버텨온 곳을 떠나는 것이다.

나영이 아버지 A씨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떠난다는 선례를 남기기 싫어서 이사를 안가고 그동안 버텨왔다”며 “그러나 나영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조두순 출소 소식 이후 불안감에 잠을 못 자고 악몽에 시달린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가정 형편 때문에 말을 못 했다는데 너무 안타까워 결국 떠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름 전쯤부터 이사할 집을 구하기 시작해 최근 다른 지역의 전셋집을 찾아 가계약을 맺었다”며 “조용히 떠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A씨는 “아이가 조두순 출소 소식을 듣고도 내색을 안 하고 있다가 이사 이야기를 꺼내니 그제야 ‘도저히 여기서 살 자신이 없다’고 했다”며 “같은 생활권에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너무 두려워 매일 악몽에 시달린다는데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사 결심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가해자 조두순에 대한 분노는 숨기지 않았다.

그는 “조두순이 조금이라도 반성을 했다면 안산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그건 짐승만도 못한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가에서 피해자가 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을 되돌아봐야 한다. 법적으로 대안 없다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대안을 마련해 줬어야 한다. 국가 공권력이 힘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영이 가족이 이사를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모금 운동의 도움이 컸다.

A씨는 “2억원 넘는 돈이 성금으로 들어왔는데 여러분들이 도움을 주시지 않았다면 이사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고 정말 감사드린다”고 거듭 말했다.

2008년 12월 안산시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나영이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두순은 12월 13일 출소해 안산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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