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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시끄럽다. 장혜영·류호정 두 의원의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한 발언이 나온 후 지지와 비난 여론이 엇갈리면서 항의성 탈당과 입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두 의원의 박원순 시장 조문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면서 갈등이 더 커졌다.

장혜영·류호정 두 의원의 발언은 지난 10일 나왔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장례가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진다고 밝힌 후다. 서울시는 곧바로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5일장 동안 일반 시민의 조문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박 시장의 충격적인 죽음은 커다란 상실감과 슬픔을 안겨준 동시에 성추행 의혹과 피해자의 존재를 확인시킴으로써 당혹감과 분노가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세하면서 일사불란하게 거대한 조문의 장이 마련되었고 그 와중에 성추행 의혹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장혜영·류호정 의원의 발언은 이 타이밍에 나온 것이다. 성추행 의혹을 알린 피해자의 변호인 측, 정쟁으로 삼으려는 정치권 외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변변한 의견표명이 없던 차였다.

정의당 류호정·장혜영 의원

정의당 류호정·장혜영 의원

장혜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습니다.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라며 “유가족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라고 말했다. 류호정 의원은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합니다”라면서 “(그럼에도)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나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픕니다.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라고 했다.

두 의원의 글엔 애도와 유가족에 대한 위로의 마음이 담긴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한 우려,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는 의지가 쓰여 있다. 이 글이 언론보도를 통해 “조문하지 않을 생각”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고만 잘라 전해지면서 비난이 커진 측면이 있다. 박 시장의 삶을 기리기에는 5일장이란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피해자, 피해자와 연대하려는 사람들에겐 숨죽이고 있으라는 또 다른 억압의 시간일 수도 있다.

문제는 두 의원의 발언을 대하는 정의당 수뇌부는 물론 이른바 시민사회 ‘꼰대’들의 태도다. 심상정 대표는 당 혁신을 위해 젊은 세대를 영입한 만큼 열린 자세로 이들의 다른 생각을 존중해야 했다. 당 대표가 나서서 사과성 발언을 함으로써 이들이 제기한 문제의식이 흐려졌다.

두 의원의 발언은 지난 10일 나왔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장례가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진다고 밝힌 후다. 출처|장혜영·류호정 의원 트위터

두 의원의 발언은 지난 10일 나왔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장례가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진다고 밝힌 후다. 출처|장혜영·류호정 의원 트위터

지난 4·15 총선이 있기 전 청년세대가 더 많은 발언의 기회를 갖고 이들이 정치권에 참여해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상식선이 존재했다. 계층은 물론 세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이들이 갖고 있는 다른 시대적 감각과 요구를 잘 듣고 반영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이는 한 사회가 시대 변화에 맞춰 나아가는 데 거부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에서도 ‘86세대 용퇴론’ 등 세대교체론이 나왔다. 그러나 청년세대 문제는 기성세대에서 ‘청년담론’으로 소비되는 데 그쳤고 21대 국회에서 청년세대의 정치권 진출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0대는 2명(0.7%), 30대는 11명(3.7%)에 불과했다.

우리 사회가 굳이 청년세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들이 정책 수립에 함께해야 한다고 한 것은 그만큼 기성세대에 편향돼 있는 가치와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에서다.

젠더 이슈에 청년세대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젠더 이슈 안에는 청년세대들이 피해자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기득권과 위계질서에 따른 권력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 올해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등 위력에 의한 폭력이 연이어 나오는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누구보다 트라우마를 겪는 것은 청년세대다.

애도만큼이나 분노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두 의원이 내비친 고민과 문제의식에 ‘여성’ ‘젊은’ 등을 갖다 붙이며 폄하와 비난을 쏟아내고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이들의 현 시대감각에서 나오는 문제의식과 아픔, 분노, 다른 생각에 침묵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낮은 자세로 귀기울이고 지금의 사회를 성찰해야 한다.


김희연 소통에디터 egghe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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