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위 이문세 ‘이문세4’

-시화전 보는 듯 격조있는 사랑노래-

▲16위 이문세 ‘이문세 4’(1987/서라벌레코드)

[대중음악 100대 명반]16위 이문세 ‘이문세4’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빛바래지 않은 사진과 같은 음반이 있다. 정치·사회적 격동기였던 1980년대 중후반, 대중음악도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었다.

뭐에 홀린 듯 한꺼번에 출현한 명반들과 새로운 창작자들에 의하여 음악마니아들 중 다수가 우리 음악으로 돌아서고, 팝송 위주의 라디오 편성구도는 역전된다. 그 복판에 이문세와 이영훈이 있었고, ‘이문세 4: 사랑이 지나가면’이 있었다.

신중현, 이정선 등 여러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았던 이문세는 ‘이문세 3: 난 아직 모르잖아요’(1985)에 앞서 엄인호의 소개로 젊은 작곡가를 만난다. 이영훈이었다. 그리고 다음 앨범 ‘이문세 4: 사랑이 지나가면’은 모두 그의 곡들로 채워지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화성적인 안정성과 구조적인 완결성을 중시한 이영훈은 클래식과 팝을 접목하고 새로운 조류를 수용했으며, 시적이고 회화적인 대중음악을 제시했다. 격이 있는 사랑노래를 만든 것이다. 여기에 과잉과는 거리를 둔 이문세의 분절적이고 절제된 창법이 맞물렸다. 이와 같은 가수와 작곡가의 이상적인 결합에 의하여 다시금 작곡가가 조명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풍부한 성량이나 가창력 등의 기교가 좋은 가수의 조건이 아님도 확인된다.

서정적인 발라드 ‘사랑이 지나가면’에서부터 현악연주가 두터운 붓이 된 ‘밤이 머무는 곳에’와 남녀 듀엣의 전형이 된 ‘이별 이야기’는 지금의 기준에서도 세련된 화법을 취했다. 신스 팝과 록을 반영한 ‘그대 나를 보면’과 포크송 ‘가을이 오면’ 등은 저마다의 색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엔 음반의 A면과 B면에 다른 무게를 두곤 했지만, B면의 ‘깊은 밤을 날아서’와 ‘슬픈 미소’, 그리고 ‘굿바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하고 있었다. 무그와 같은 색감 있는 악기의 이용과 뛰어난 연주자들의 세션은 앨범을 더욱 수려하게 색칠했으며, 편곡을 맡은 김명곤은 이영훈 못잖은 비중으로 기여했다. 이렇게 탄생한 곡들 대부분이 라디오 프로그램의 신청곡 차트를 점령했고, 음반의 판매고는 기록적이었다.

이 모든 장점들의 정점이자 가요사의 명곡인 ‘그녀의 웃음소리뿐’으로 대미를 장식한 ‘이문세 4: 사랑이 지나가면’은 대중가요의 완성도를 한 차원 끌어올린 작품이 되어 주류가요의 질적 성장을 견인했다. 그리고 팝송세대가 가요세대로 전환하는 데에 결정적으로 공헌한다. 또한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한 앨범이 그에 상응하는 성과까지 얻어낸 대표적인 사례였다. 일관된 흐름 안에 다양성을 녹여낸 ‘앨범’을 지향하여 ‘웰-메이드’의 교과서가 됨으로써 1980년대 대중음악의 부흥이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에서 함께 이루어졌음을 증언하는 결과물이다.

이문세는 음반과 공연, 라디오에 활동기반을 두고 전담 작곡가 체제로 음반을 제작했다는 점에서 남달랐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과 다른 선상에 있으면서도 TV 가수들과는 차별화하는 전략이었다. 이영훈의 곡들 역시 주로 이문세의 앨범에서 듣게 되는 희소성의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이미지를 소모해버리고 화석화되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이는 라디오와 TV의 역할과 위상에 대하여 다시금 짚어보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렇게 20년 전, 선곡은 물론 곡의 배열까지도 완벽한 가요-팝 앨범이 태어났고, 어느 가수와 작곡가는 그렇게 세대의 아이콘으로 남았다.

[대중음악 100대 명반]16위 이문세 ‘이문세4’

◇이문세 프로필·출생 : 1959년

·데뷔 : 1978년 (CBS ‘세븐틴’ MC로)

·주요활동

-1983년 이문세 1집 ‘나는 행복한 사람’

-1984년 이문세 2집 ‘The Best: 그때 그랬어야’

-1985년 이문세 3집 ‘이문세 3: 난 아직 모르잖아요’

-1987년 이문세 4집 ‘이문세 4: 사랑이 지나가면’

-1988년 이문세 5집 ‘이문세 5: 시를 위한 시’

-1989년 이문세 6집 ‘이문세 6: 그게 나였어’

-1991년 이문세 7집 ‘이문세 ●: 가을이 가도’

-1993년 이문세 8집 ‘LEE MOON SAE: 오래된 사진처럼’

-1995년 이문세 9집

‘Stage with Composer Lee Younghun: 후회’

-1996년 이문세 10집 ‘花舞: 조조할인’

-1998년 이문세 11집 ‘Sometimes: 내 마음 속의 너를’

-1999년 이문세 12집

‘休=사람과 나무 그리고 쉼: 슬픈 사랑의 노래’

-2001년 이문세 13집 ‘Chapter 13’

-2002년 이문세 14집 ‘빨간 내복’

〈나도원|웹진 가슴 편집인〉

〈선정 기획|가슴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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