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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8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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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플로리스트

김혜진은 네이버에서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해 취미로 플라워 디자인을 시작했다. 그저 꽃이 좋아 회사 책상에 꽃 한 송이를 꽂아두는 것부터 출발했던 그녀는 2004년에 본격적으로 플라워 디자인을 배운다. 이후 유럽의 화려한 꽃꽂이와 달리 내추럴하고 소박하며 동양적인 플라워 디자인으로 유명한 일본 마미플라워 디자인 스쿨에서 강사 자격을 취득했다.
그녀는 꽃을 장식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꽃 본연의 모습과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이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심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플라워 디자인을 추구한다. 현재는 꽃과 좀 더 가까이 지내고 싶어 웨딩업체 MARIZIN에서 일하고 있으며, 플로리스트로서 틈틈이 일반인들을 위한 플라워 디자인 강좌도 열어 생활 속에서 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리고 있다.

  • 델피니움은 그리스어 'delphin(돌고래)'에서 유래한 것으로 꽃봉오리가 돌고래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카하시 아유무의 『Love & free』에 '돌고래 시간'이라는 표현이 있다. 언제나 평온한 돌고래처럼 살아가기 위해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일상의 공백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명상의 시간은 잠시 쉬어 가는 삶의 쉼표이자, 삶의 방향성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여백이 된다. 다카하시 아유무가 자신의 돌고래 시간을 고층 빌딩의 카페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찾았다면, 나는 꽃을 만나는 시간에서 그 답을 찾았다. 꽃을 바라보면서 저마다 숨겨진 매력을 찾는다. 그리고 꽃을 다듬고 그 꽃에 어울리는 화기를 찾기 위해 대화를 한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꽃이 아닌 내 자신과 대화하며 스스로를 치유하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이 나의 명상법, 나만의 '돌고래 시간'이다. 삶이 힘겹거나 어디론가 떠밀려가고 있다고 느낄 때, 돌고래를 닮은 델피니움과 대화를 나눠보자. 당

  • 내게 봄은 노란색이다. 따뜻한 봄 햇살을 닮은 노란 개나리가 길가에 피기 시작하면, 쌀쌀했던 날씨도 하루가 다르게 포근해진다. 사람들의 옷차림 역시 가벼워지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표정도 화사하다. 이렇듯 봄의 노란색은 시작의 느낌을 준다.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운동장에 서 있던 입학식 날의 기억. 긴장감과 묘한 기대감이 함께하던 그날도 온통 노란색이었다. 교정 담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개나리, 왼쪽 가슴 위에 반짝이던 명찰, 그리고 부모님께서 건네주셨던 노란색 프리지어 꽃다발까지······. 매년 봄, 노란색을 마주칠 때면 그때의 설렘이 되살아난다. 새로운 날을 계획하고, 새로운 나의 모습을 꿈꾸게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노란색 프리지어 한 다발을 사는 것부터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든든한 응원군을 만난 것 같은 꽃, 프리지어. 누군가의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면 노란 프리지어를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 이탈리아에 아이리스라는 미인이 있었다. 명문 귀족 출신으로 착한 마음씨와 고귀한 성품을 지닌 그녀는 로마의 한 왕자와 결혼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왕자가 병으로 죽고 만다. 홀로 된 아이리스는 청혼을 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그 누구에게도 응하지 않고 항상 푸른 하늘만 마음속으로 동경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산책길에 젊은 화가를 만났고 그 역시도 아이리스를 사랑하게 된다. 화가는 열심히 청혼을 했고, 결국 화가의 열정에 감동한 아이리스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살아 있는 것과 똑같은 꽃을 그려 주세요." 화가는 온 열정을 다해 그림을 그렸고, 아이리스는 그림을 본 순간 그 아름다운 자태에 감동했다. 하지만 이내 "이 그림에는 향기가 없네요." 하고 실망스런 탄성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그림에 살포시 내려앉더니, 날개를 차분히 접고 꽃에 키스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아이리스는 감격에 차 눈을 반짝이면서 화가에게 키

  • 〈장미 없는 꽃집〉, 아이를 낳다 세상을 떠난 첫사랑의 여인을 떠올리며, 그녀의 꿈을 위해 꽃집을 운영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 드라마다. 그런데 왜 이 꽃집에는 장미가 없는 것일까? 장미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지만, 온 몸에 가시가 있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가시를 가지고 있어 상대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오히려 더욱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아름다운 겉모습만 취하려 한다면 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한다고 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장미의 가시는 가장 소중한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불가결한 장치인 것 같다. 내 꿈은 말이야. 꽃, 방에 꽃을 장식하는 거야. 너와 나, 그리고 너와 나의 아이, 언제나 가까이에 꽃을 두는 거야. 봄에는 제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음······. 기념일에는 반드시 장미꽃을, 그리고 변하지 않는 사랑을 맹세하는 거야.. - 〈

  • "오늘따라 힘이 없고, 우울해." 메신저로 전하는 친구의 아침인사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단짝 친구의 기분이 저조한가 보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내가 지금까지 꿋꿋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건 고민을 같이 나누고 흔들림을 지탱해 준 그 친구 덕이다. 팀을 옮길 때면 친구 삼으라며 작은 테이블용 인형을 선물해주던 언니 같은 마음 씀씀이를 가진 친구. 오늘은 내가 그녀의 마음을 회복시켜줄 차례다. 때마침 플라워 디자인 강좌가 있는 날, 새벽 꽃시장에 다녀왔다. 수업용 꽃을 구매하고 마지막으로 한 바퀴 돌아보는데, 반짝반짝 알스트로메리아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겨울엔 쉽게 꽃을 볼 수 없는 탓에 더 빛나 보였나 보다. 울적해하던 친구가 생각나 덥석 한 단을 사서 출근길에 들고 왔다. 머그잔을 깨끗이 씻고 활짝 핀 알스트로메리아와 스마일 마크가 담긴 메모지를 꽂는다. "내가 3초 안에 기분이 좋아지는 법 알려줄까?" 얼떨떨한 그녀의 얼굴이 금방 밝아진다. 화려한 알스트로

  • 네덜란드의 상징인 튤립의 원산지는 사실 터키다. 16세기 후반 유럽 전역으로 퍼졌는데 이색적인 모양이 관심을 모으며 귀족이나 대상인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순식간에 귀족의 상징이 된 튤립은 신분 상승의 욕구를 지닌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았고, 대유행을 따라 점점 가격이 치솟아 황소 천 마리를 팔아서 살 수 있는 튤립 구근이 겨우 40개 정도였다고 한다. 튤립만 있으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늘면서 급기야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부와 신분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은 한 송이 꽃을 황금보다 높은 가치로 부풀리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그 욕망은 한 송이 꽃이 결코 이루어줄 수 없기에 허망한 마음으로 남을 뿐. 지금 우리 역시 튤립이 아닌 또 다른 무엇에 욕망을 불어넣고 있지는 않은지. 몇 세기 전에는 황소 수백 마리를 팔아야 가질 수 있었던 꽃이라고 생각하니 튤립의 자태가 사뭇 고결하고 우아해 보이기까지 한다. 오늘 이렇게 쉽게 감상할 수...

  • 내게 가장 좋아하는 꽃을 묻는다면 단연 리시안셔스다. 리시안셔스는 장미만큼이나 널리 사용되는 꽃으로 모습도 향기도 은은해서 여러 꽃들과 함께 디자인한다.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답게 부케나 연인에게 선물하는 꽃다발에도 자주 사용되는데, 이렇듯 쉽게 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늘거리는 꽃잎은 겹과 홑의 2종류가 있지만 모두 단정한 모습이고, 봉오리를 포함해 여러 송이가 풍성하게 달리며 그 줄기는 가늘지만 단단하다. 그래서 어떤 꽃과 함께해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품위를 더해준다. 특히 화려한 꽃과 함께 디자인하면 더욱 반짝이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조연이 된다. 모든 꽃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다 주인공이라면 여러 꽃이 어우러져 보기 좋은 꽃다발을 만들 수는 없으리라. 자연에 피어 있는 꽃들은 서로 조화롭게 자신의 위치에 있어 더불어 아름답게 느껴진다. 홀로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더 돋보이는...

  • 기대, 기다림. 사랑의 괴로움, 허무한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사랑의 쓴맛. 제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 당신을 사랑하니까 저의 모든 것을 드릴게요.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비록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모든 말들이 아네모네가 가지고 있는 꽃말이다. 가장 많은 꽃말을 가진 꽃인 만큼 전해오는 이야기도, 구슬픈 사연도 많은 꽃. 아네모네의 꽃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이별 후에 느끼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여러 말로 곱씹어 보아도, 결국 모든 이별은 슬프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아네모네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 아담한 카키색 텐트까지 준비한 친구 덕에 모처럼 캠핑을 즐겼다. 하지만 특별히 놀거리가 없는 자연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먹거리를 만드는 일과 나무를 구하는 일, 그리고 불을 피우는 일뿐이었다. 사실 놀거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즐길 줄 몰랐던 것이리라.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나뭇가지를 주우러 배회하고 있을 때였다. 배추를 다 뽑고 난 후라 시든 잎들만 수북한 밭 한쪽에 백합꽃들이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몇 송이 꺾어 나뭇가지와 함께 가져와 물 컵에 담아 두었더니, 적적했던 텐트가 몰라 보게 밝아졌다. 옆 텐트 사람들은 부러움의 눈길마저 던진다. 겨우 꽃 몇 송이인데도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꽃을 즐기며 별을 보다 보니 어느새 떠나야 할 시간. 자리를 정리한 다음, 모아둔 나뭇가지들을 다음 사람들을 위해 쌓아두고 그 위에 정들었던 백합컵을 올려뒀다. "이 자리는 행운의 자리입니다."라는 쪽지와 함께. 꽃으로 멋을 낸 야외 식탁에서 밥을 먹고, 밤새도록 불

  • 최근 식물을 활용한 치료법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베란다에서 채소를 기르거나 꽃을 가꾸는 등 식물을 가까이 해 얻는 치료 효과가 상당하다고 한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알코올과 마약 중독이었던 한 남자의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절대 헤어나지 못할 것 같던 그를 구원한 것은 바로 꽃이었다. 그는 작은 씨앗에서 새싹이 돋고, 잎이 자라나 꽃이 피고, 마침내 꽃이 지고 열매가 맺는 과정을 지켜보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작은 식물에도 생명의 경이로움이 담겨 있다. 이러한 간접 효과 말고도 직접적으로 치료에 도움을 주는 꽃들이 있다. 특히 사시사철 흔히 접할 수 있는 소국은 입 냄새, 비염, 고혈압, 저혈압, 불면증, 두근거림, 피로회복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저 집에 소국을 꽂아놓는 것만으로도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꽃이 주는 아름다움은 오히려 덤이다. 소국 한 송이를 거실에 놓아두면 어떨까? 꽃의 아름다움을

  • 연애할 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할 때다.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 내가 부러워하는 커플 중 하나도 그런 사랑앓이를 했다. 두 사람은 함께한 시간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몇 배나 길다. 보통 연애할 때 서로에게 맞추며 부딪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원거리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얼굴을 마주 보고 풀어낼 수 없기에 다툼의 해결 과정이 복잡하게 얽히기 쉽다. 그 때문인지 의외로 술술 풀릴 것 같았던 그들의 결혼은 무기한 연기되기 일쑤였다. 수국은 조금만 건조해져도 바로 말라버리는 꽃이다. 하지만 물속에 담가 두면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살아난다. 영원히 시들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잠시 변덕을 부리는 것이다. 마치 나를 바라봐달라고 시위하는 것처럼. 그래서 관심을 가져주면 금세 다시 활짝 핀다. 또 적합한 환경에서는 다른 어느 꽃보다도 오랜 시간 피어 있다. 그래서 수국은 '진심'을 담은 꽃이면서도 '변덕'

  • 조지아 오키프는 꽃 그림을 많이 남겼는데 꽃을 확대해 그림으로써 여성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흔히 여자는 꽃에, 남자는 나비에 비유하곤 하는데 아마 여자로서 불운했던 자신의 삶을 꽃에 투영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유명한 사진작가이자, 끊임없는 바람기로 유명했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를 사랑함으로써 깊은 상처를 받은 그녀는 말년까지 많은 질병에 시달렸다. 그녀가 처한 시련에서의 유일한 탈출구는 그림이었을 게다.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여성스러우면서 선을 단단하게 묘사한 작품 〈난(Orchid)〉은 그녀의 삶과 꼭 닮은 모습이다. 고결하면서도 씩씩한 꽃잎의 묘사와 함께 내면의 음울한 자아를 품고 있는 듯한 꽃술은 인상적인 것을 넘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실제로 난은 여성스러운 겉모습과는 달리 무척 단단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며칠 동안 물에 꽂아두지 않아도 거뜬히 버틸 수 있다. 부드럽고 우아하지만 내면은 단단한 외유내강형 여성의 이미지랄까? 그래서 힘들고 답답한...

  •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은 우리의 삶과 무척 닮아있다. 인간이 젊음의 한 순간을 정점으로 늙어가듯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던 화려한 꽃 역시 조용하고 쓸쓸하게 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이 과정을 거꾸로 해석해 '죽음을 앞둔 순간에 가장 화려하게 즐기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은 먼저 죽은 아내를 추억하기 위해 그녀의 옷을 입고 벚꽃을 구경한다. 온 산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벚꽃, 그리고 떨어지는 꽃잎 아래에서 아내가 좋아하던 부토춤(그림자춤)을 추는 남자. 그의 인생도 흩날리는 꽃잎처럼 곧 지겠지. 그래서 춤사위가 더 눈물 나게 시리고 아름답다. 벚꽃은 피어 있는 모습이 화려해 일본에서는 매년 '꽃놀이(하나미)'를 즐길 정도다. 피어 있는 모습 못지않게 떨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인 꽃. 꽃잎이 유독 얇고 하나하나 흩날리듯 떨어져, 꽃비가 내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또 금세 활짝 피어 화려하게 물드나 싶

  • 동화 『개구리 왕자』는 마법에 걸린 개구리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키스를 받은 후 멋진 왕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하필 개구리였을까? 나라면 아무리 사랑해도 미끌미끌한 개구리에게 키스할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개구리 왕자처럼 볼품없는 미나리 같은 줄기에서 장미처럼 화려한 꽃이 피는 식물이 있다. 바로 라넌큘러스. 이름도 개구리를 뜻하는 라틴어 '라이나'에서 유래했는데, 주로 연못이나 습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300장이 넘는 하늘하늘한 꽃잎이 둥글게 포개져 있어 얼핏 보면 장미로 착각하기 쉬운데, 겉모습은 습지가 아니라 볕이 잘 드는 정원에 피어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생김새만큼이나 다루기 어려운 꽃이라 습도가 맞지 않으면 쉽게 잎이 마르거나 시들어 버린다. 게다가 두꺼워 보이는 줄기는 속이 텅 비어 있어 꺾어지기 쉬우므로 살살 다뤄야 한다. 빨간색과 주황색, 분홍색, 베이지색 등 화려한 색감의...

  • 부케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꽃이자 조의용 관장식에도 사용하는 꽃이 있다. 바로 칼라다. 인생의 새로운 시작인 결혼식과 인생의 마지막인 장례식에 두루 사용된다니,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인생의 시작인 결혼식은 홀로 살아가는 삶의 마지막이고, 이승에서의 마지막인 장례식은 다음 세상을 열어주는 시작의 예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작이 곧 끝이며, 끝은 곧 시작이다. 그렇게 시작과 끝은 결국 하나이므로 서로 공통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두 곳에 같은 꽃이 사용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시간은 매시간 같은 속도로 흘러가지만 시작과 끝맺음을 하는 시간에는 평상시와는 다르게 시간의 의미를 찾게 된다. 지나온 시간들과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이 칼라의 줄기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 같다. 겹겹이 쌓여 두툼해진 줄기의 단면을 자르면 삶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다짐과 뉘우침이 빼곡히 들어 있다. 그래서 칼라는 삶의 시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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