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성계는 비록 형제들의 난을 통해서 형들을 귀양 보내긴 했으나 죽이지는 않았다. 형제끼리 싸울 수는 있어도 죽이는 짓을 하면 왕위의 정통성에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피를 흘리면 훗날 역사적 기록에도 매우 부정적일 터이니 죽이는 것까지는 하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친형제 사이에서만 그럴 뿐이고 이미 세자가 된 이복동생은 미래에 왕권에 도전할 터이니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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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의 아들들 중에 왕이 나와야 하는 것은 왕조의 운명이다. 그런데 이성계는 이방우를 장남으로 한 아들들이 있었고 이방번을 장남으로 한 아들들이 있었다. 이방우는 이성계의 첫 번째 아내에서 태어났고 이방원의 친형이다. 이방번은 이성계의 두 번째 아내에서 태어났고 그의 동생인 이방석이 이성계를 잇는 세자가 된다. 이방원은 결국 세자인 이복동생을 죽이고 형제들 사이의 싸움에서 승리를 한 후 형인 이방과를 왕으로 세우고 (정종) 자신은 세자가 된다. 정종의 양위를 받아 왕이되니 태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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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태종의 태(太) 는 진정한 두 번째 왕(황제)에 붙이는 시호이다. 당태종 이세민, 청태종 홍타이지가 있다. 사실 이들도 장남이 아니었다. 건국 이후 태조의 아들들 중 가장 능력이 있는 아들이 등극을 하게 되니 이들은 모두 태종이라는 시호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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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인 태조가 살아 있을 때 형제들 사이에서 능력을 발휘(정적들의 제거)하여 왕이 된 이방원은 모든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그의 아들 중에서 장남을 세자로 삼으나 능력이 의심 받자 차남을 세자로 삼으니 그가 훗날 세종이다. 상왕으로 스스로 자리를 물러난 후 아들을 왕으로 세운 후 세종 1년에 대마도를 정벌하여 왜구들이 더 이상 창궐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세종의 처갓집도 그냥 두지 않는다. 외척이 득세하지 못하게 피를 묻히고 자신을 따르며 왕이 되도록 한 공신들의 권력을 빼앗아 세종에게는 도전하지 못하게 한다. 태종은 세종에게 도전할 수 있는 미래의 권력과 위험을 제거한 후 죽으니 그 때가 세종 5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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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은 1차 왕자의 난을 통해서 이복동생을 제거한다. 2차 왕자의 난에서는 형인 이방간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하고 마침내 세자가 된다. 방원은 방간을 유배를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고 죽이라는 신하들의 제안을 묵살하고 천수를 누리게 한다. 방간은 태종보다 1년 일찍 죽는다. 방간의 아들인 맹중도 죽이라고 했으나 죽이지 않았으며 태종 사후 세종에 의해 자결명령을 받고 죽는다. 태종은 조선건국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정치력을 확장해 왔으며 건국 이후에도 주도적으로 정치력을 강화했다. 형제들 사이에 싸움에서도 승리를 해 마침내 왕으로 오르니 사실상 그에게 도전할 정치인과 세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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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대군 세조는 세종의 아들 중 한 명으로 문종의 친동생이며 안평대군과 금성대군의 친형이다. 수양대군은 세종에 이어 문종이 왕이 되었고 문종이 사후 친아들이 단종이 왕으로 있을 때 반란(계유정란)을 일으켜 대신들을 죽이거나 귀양을 보내고 단종을 상왕으로 밀어낸 후 스스로 왕이 되었다. 그리고 친동생인 안평대군을 죽이고 단종복위를 추진했다고 하여 막내동생 금성대군을 죽이고 사육신이 등장한 후 조카인 단종마저 죽이니 세조는 조선시대 왕세자를 거치지 않고 반란을 통해 왕이 된 첫 번째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친동생들과 정통성이 있는 단종 마저 죽이니 세조는 기본적으로 왕권에 정통성이 없었고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왕위를 차지한 것이 아니었고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한명회, 신숙주, 정인지 등) 에 의해 왕위에 오른 탓에 자신을 따르는 신하들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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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성 문제에 다가 형제들과 조카까지 죽인 세조의 지지 기반은 약했기 때문에 계유정란에 참여한 신하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태종과 같이 자신을 따르던 부하들 훗날 공신이 되는 사람들(이숙번)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했던 반면 세조는 그럴 수가 없었다. 태종은 다음 왕인 세종을 위해서 왕권에 도전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제거하는데 노력한 반면 세조는 자신의 왕권을 유지하는데 급급해야 했다. 세조는 이시애의 난이 일어난 이듬해 나병에 시달리면서 아들에게 양위를 한 후 다음 날 죽으니 세조 14년이다. 형제들과 정통성이 있던 단종마저 죽이면서 세조는 10여 년 간의 왕위를 유지하다가 마지막에는 나병에 걸려 고통 받다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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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 다음의 왕은 예종인데 예종은 계유정란을 주도한 한명회의 딸과 결혼한다. 세조가 둘 째 아들인 예종과 공신인 한명회의 딸과 결혼을 시킨 것만 봐도 정치적 기반이 상당히 약했음을 알 수가 있다. 장남이 일찍 죽고 19살이던 둘 째가 왕이 되어 예종이다. 예종도 즉위 후 1년이 지날 무렵 죽으니 예종 보다 일찍 죽은 세조의 장남의 아들 중 둘 째가 할머니와 대신들의 도움으로 왕이 된다. 그가 바로 성종이다. 성종 이후에는 연산군이 등장하니 중종반정이 일어나 왕위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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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의 등장은 세종, 문종, 단종으로 이어지던 장자상속제를 기반으로 한 정통성이 있는 왕권을 무너뜨리고 반란을 통해 왕위를 차지하는 사례를 만들었고 정통성의 부족으로 인해 극소수의 신하들에게 의존(훈구파의 등장) 하는 정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문종이 오래 더 살았더라면 혹은 단종의 어머니라도 오래 살았더라면 조선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세종과 문종의 시대에 발전 정도를 본다면 단종으로 이어지는 조선왕조는 어쩌면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본의 식민지로 진행된 조선사가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