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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신체적, 정신적 힘이 고갈되어 탈진한 상태
주요용어 스트레스, 정서적 탈진, 비인간화, 개인의 성취감 감소
분류 산업 및 조직 심리학

1. 개요

심리학에서 말하는 소진은 과도한 업무나 학업에 지쳐 자기 혐오감, 무기력증, 불만, 비관, 무관심 등이 극도로 커진 상태를 뜻한다. 소진의 사전적 정의인 “차차 줄어들어 없어지는 것. 다 써서 없어지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의욕도, 일을 해 나가려는 동기도 잃어버린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태를 말한다. 소진 상태는 일반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2. 소진의 연구 배경

소진을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라고 의미를 부여한 사람은 미국 심리학자 프로이덴베르거(Freudenberger)이다. 그는 지역 정신보건센터에서 함께 일하던 근무자들과 자신이 뚜렷한 이유 없이 의욕을 잃고 환자들에게 냉담해지는 현상을 경험했다. 그는 이것을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초래되는 정서적, 신체적 소진 상태로 규정하고 이를 ‘소진(Burnout)’이라고 정의했다. 프로이덴베르거(1975)는 소진을 연구하기 위해 임상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다.

소진 개념은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매슬랙과 잭슨(Maslach & Jackson, 1981)이 소진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매슬랙과 잭슨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서비스 종사자들이 어떤 인지적 전략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지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은 서비스 종사자들이 자주 정서적 탈진 상태를 경험하며, 고객에게 부정적 감정을 표출해 업무에 위기를 가져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것을 ‘소진 신드롬(burnout syndrome)’이라고 불렀다(Schaufeli, 2009). 소진은 주로 사람을 상대하는 직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매슬랙은 직무 스트레스 측정 도구인 Maslach Burnout Inventory(MBI)를 1996년에 개발함으로써 소진에 대한 연구를 급속히 발전시켰다.

현대 사회에서 일은 개인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통해 자아 실현을 달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진을 경험하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개인은 불안, 슬픔, 무기력 등의 부정적인 정서를 갖게 됨으로써 정서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아가 정신적, 육체적 문제도 갖게 된다. 이를 없애기 위해 약물, 술에 의존함으로써 개인의 삶이 피폐해질 수 있다. 조직적 차원에서 보면, 소진은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서적,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직원은 직무에 태만하고, 직무 성과 또한 좋지 못해 일을 그만두거나 이직을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진은 전반적인 직무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의학, 심리학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3. 소진의 과정

프로이덴베르거와 노스(Freudenberger & North, 1985)는 소진의 과정을 열두 단계로 구분했다. 열두 단계가 반드시 순서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3.1 자신을 증명하려는 강박(the compulsion to prove oneself)
이 단계는 개인이 과도한 야망을 가지는 것이다. 이것은 직장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증명하고자 하는 욕망을 의미한다. 욕망의 표출에서 시작됐을지라도 결국엔 이것이 강박이 되어 개인을 힘든 상태로 몰아간다.

3.2 과도한 업무(working harder)
이 단계의 사람들은 자신을 남에게 증명하길 원한다. 또한 자신과 맞지 않을지라도 자신을 조직에 맞추려 하기 때문에 개인이 가진 기대 수준이 높다. 이런 기대 수준을 충족하고자 그들은 평소에 하던 것보다 더 일에 몰두하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일에서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에 강박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많은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3.3 욕구 무시(neglecting their needs)
이 단계의 사람들은 일에 모든 것을 바치기 때문에 다른 것에 쏟을 여유와 에너지가 없다. 그들은 일에만 시간을 투자하려고 하기 때문에 친구, 가족, 음식, 수면 등의 기본적인 욕구를 불필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3.4 갈등의 이동(displacement of conflicts)
이 단계의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문제의 근원을 보지 못한다. 이것은 그들에게 위기가 되고, 결국 삶의 위협 요소로 이어진다. 이 단계에서 부정적인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3.5 가치의 수정(revision of values)
이 단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고, 갈등을 피하려 하며, 그들의 기본적인 신체 욕구를 부정하는 상태에 이른다. 자신들의 가치 시스템을 바꾸려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그들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일에 빼앗겨서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등 보통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행동을 할 에너지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자신이 하는 일이 새로운 가치가 되고 그것만을 추구하려 한다. 또한 그들은 감정적으로 무딘 상태가 되어 다른 가치에 무감각해진다.

3.6 문제 거부(denial of emerging problem)
이 단계의 사람들은 편협해져서 타인들과 어울리는 사회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사회적 접촉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그들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이 된다. 이들은 공격적이고 빈정대는 속성을 가진 사회적 아웃사이더가 된다. 그들은 행동을 바꿔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간 압박과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을 뿐이다.

3.7 철회(withdrawal)
이 단계의 사람들은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하려 한다. 결국에는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벽과 같은 존재가 된다. 강박적으로 일하는 것에서 벗어나려고 술이나 약물을 찾게 된다. 그들은 희망이 없다고 느끼고, 삶의 방향성을 상실했다는 생각을 한다.

3.8 행동의 변화(obvious behavioral changes)
이 단계의 사람들은 동료, 가족, 친구 등 비교적 친밀한 사람들이 알아챌 정도로 행동의 변화를 보인다.

3.9 비인간화(depersonalization)
이 단계의 사람들은 개인적 욕구를 따르지 않기에 자신과의 접촉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해 스스로의 가치를 상실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그들에게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들의 삶을 보는 시각은 좁아져 오직 현재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이들의 삶은 기계적으로 기능하는 것들의 연속일 뿐이다.

3.10 내적 공허함(inner emptiness)
이 단계의 사람들은 내면이 텅 비었다고 느낀다. 이를 극복하려고 과식, 성, 술, 약물에 빠져든다. 이러한 활동들은 종종 과해서 삶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다.

3.11 우울증(depression)
소진은 우울 증상을 포함하고 있다. 이 단계의 사람들은 지치고, 희망이 없고, 무관심하고, 무기력하다. 또한 미래에 자신을 위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다. 그들에게는 삶의 의미가 없다. 일반적인 우울증 증상이 나타난다.

3.12 소진 신드롬(burnout syndrome)
이 단계의 사람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태이다. 극단적인 경우(우울증이 관련되어 있을 경우에만)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자살 시도를 할 수 있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실제로 자살에까지 이른다.

4. 소진의 속성

매슬랙과 잭슨(Maslach & Jackson, 1996)은 소진을 정서적 고갈, 비인간화, 개인의 성취감 감소라는 세 가지 속성으로 분류했다. 이 세 측면은 독립적인 것으로 반드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며, 순서대로 발전해 나가는 것도 아니다.

4.1 정서적 고갈: 정서적 고갈은 소진을 겪는 사람이 경험하는 정서적 탈진을 의미한다. 이때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쇠약해지고 극도로 피로감을 느끼낀다. 또한 무관심해지고, 믿음을 잃고, 상실감을 느낀다. 정서적 탈진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과도한 업무량, 역할 갈등, 현실과 이상의 차이, 대인 관계 등을 들 수 있다.

4.2 비인간화: 비인간화는 타인에 대한 일종의 부정적인 반응이다. 비인간화는 타인을 물건으로 여기며, 그들에 대해 부정적이고, 무감각하고, 냉소적이며, 타인을 귀찮아하거나 거리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반응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강해지고, 행동으로도 드러난다. 비인간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조직 사회의 전문화, 비인간화를 조장하는 조직 분위기를 들 수 있다.

4.3 개인 성취감 감소: 개인 성취감 감소는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성취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이다. 이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의 상실, 사기 저하, 생산성 감소, 능력 상실 등으로 이어진다. 개인 성취감 감소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기대와 현실 간의 격차를 들 수 있다.

5. 소진의 예방

소진을 예방하려면 조직적 차원의 변화와 개인의 교육을 통한 변화가 통합되어야 한다. 조직적 차원의 변화는 조직 내부의 관리 개발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매슬랙과 레이터(Maslach & Leiter, 2008)는 소진이 조직과 개인 간의 불일치 때문에 일어난다고 했다. 이런 불일치는 업무량, 통제력, 보상, 공동체, 공정성, 가치 등 여섯 가지에서 나타난다.

5.1 업무량: 조직이 생각하는 업무량과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의 불일치를 의미한다. 조직이 개인에게 부여한 과도한 업무량은 개인의 에너지를 고갈시켜 회복 불가능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업무량은 소진에서 고갈 측면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5.2 통제력: 개인이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거나,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권한을 얻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통제력은 소진에서 개인 성취감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

5.3 보상: 개인이 달성한 성과에 대해 물질적, 사회적(정신적) 보상이 없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거나 칭찬을 듣는 사회적 보상이 물질적 보상보다 중요하다.

5.4 공동체: 작업장에서 동료들과 상호작용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칭찬을 받고, 편안하고, 존중 받는 곳에서 일하고자 한다. 직장에서 갈등이 발생해 오래 지속되면 사람들끼리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것이 어렵다.

5.5 공정성: 공정성은 개인의 가치를 서로가 존중하고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소진을 경험할 수 있다. 불공정을 경험하는 것은 감정적인 분노와 고갈을 야기한다. 그리고 불공정은 직장에 냉소적인 반응을 하게 한다.

5.6 가치: 가치의 갈등에 의해 소진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이 가진 가치와 조직이 가진 가치가 달라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가치의 차이로 갈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불일치를 줄이기 위해 개인과 조직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조직과 개인의 행동 변화가 함께 이루어지고, 조직과 개인의 소통이 원활할 때에야 개인의 소진을 예방할 수 있다.

6. 대처 전략

개인적, 조직적으로 소진을 다루는 여러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휴식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시적으로 업무 시간을 줄이는 것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서서히 개인의 내구성을 높일 수 있다. 뉴턴(Newton, 1995)은 소진과 관련된 것을 줄이는 것이 개인적 차원의 동기에서 오기보다는 조직적 차원의 동기에서 온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소진을 극복하려면 개인과 조직 모두 소진에 대처하는 전략을 따를 필요가 있다.

6.1 개인적 관점
문제 중심 해결(problem-based coping): 개인은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소진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 중심 해결 방법은 회피하거나, 다른 이유를 들어 스트레스 상황을 합리화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에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평가 중심 해결(appraisal-based coping): 무엇이 스트레스를 주고 무엇이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지를 개인적 해석을 통해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스트레스를 준다고 생각 일을 인지적으로 재평가해서 더 이상 스트레스가 아니라고 여기는 것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사회적 지지는 개인의 소진과 스트레스를 가장 잘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조직적으로 지지해 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과 직원들이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은 스트레스와 소진의 부정적인 측면을 없애는 것으로 나타났다.

6.2 조직적 관점
고용인 원조 계획(employee assistance programs, EAP): 고용인 원조 계획은 고용인들이 업무 성과나 직업 만족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극복하는 것을 돕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직원 상담과 심리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오늘날 직원 지원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조직도 있지만, 스트레스 관리 교육의 등장으로 인해 인기가 줄어들었다.

스트레스 관리 교육(stress management training): 스트레스 관리 교육은 요즘 많은 조직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없애거나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자신의 스트레스 수준을 명확히 파악하고 잘 다루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7. 결언

프로이덴베르거(1975)가 소진을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라고 의미를 부여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소진을 겪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일은 개인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고, 거의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소진은 직종에 상관없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소진은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조직적 차원에서 볼 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소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적 관점, 개인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두 가지 관점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소진을 극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소진 상태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인 소진 상태에 도달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좋다.

집필 : 손영우(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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