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생산 올스톱”에 넘어가 유성기업에 공권력 투입

이영경 기자

노동부 고위 간부 “현대차에 속은 느낌이 들어 화가 났다”

파업 중인 유성기업에 공권력을 투입한 정부 결정은 자동차 업계의 과장된 손실 규모 추정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라는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발언이 나왔다. 정부가 업계의 일방적 주장에 매몰돼 합리적 판단 없이 ‘노동자 파업→경제 악영향→공권력 개입’의 관행을 되풀이했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노동부 고위 간부는 지난 30일 유성기업 파업에 대한 신속한 공권력 투입 배경과 관련, “현대자동차가 생산중단 될 것처럼 얘기했는데, 현대차에 속은 느낌이 들어서 나중에 화가 났다”고 밝혔다.

자동차 엔진의 주요 부품인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유성기업 노동조합은 밤샘근무를 없애기 위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놓고 지난해 초부터 사측과 협상을 벌였다.

이후 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자 지난 18일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정했다. 같은 날 사측은 용역을 동원해 노동자들의 공장 진입을 막고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했고, 노조는 파업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가 파업하자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는 생산 차질로 인한 손실이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23일 현대·기아차는 5월 말까지 파업이 지속될 경우 4만8000여대의 생산 차질과 매출 827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며 협력사 매출 손실도 1조203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하루 1800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한다는 성명을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신속히 공권력을 작동해 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경찰 투입을 촉구했다.

정부는 업계 편을 들었다. 노동부는 “노조가 생산시설을 점거하고 관리직 사원의 공장 출입을 막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노조 측을 압박했다.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는 문제 삼지 않았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연봉 7000만원을 받는 회사가 파업을 하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의 파업으로 실제 현대·기아차가 입은 생산 차질은 추정치의 2%에 불과했다. 연봉 7000만원도 퇴직금과 각종 복리후생비가 포함된 금액으로 실제 연봉은 5390만원이라고 노조 측은 밝혔다.

경찰은 파업 7일째인 24일 30개 중대 2500명의 병력을 투입해 노조원 500명 전원을 연행했다. 결국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가 유성기업 파업에 따른 손실 규모를 부풀려 이야기한 것만 듣고 오판해 공권력을 투입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정례 라디오연설에서 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로비에 연루된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거론한 뒤 “이런 가운데 연봉 7000만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유성기업 파업을 비판했다.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을 비롯한 3명의 노동자는 영업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현대·기아차는 손실 규모가 부풀려졌다는 노동부 관계자 발언에 대해 “지난 25일쯤부터 가솔린 차량까지 포함해 생산 차질이 전면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봤는데, 그 전에 사태가 마무리되고 부품이 부족한 디젤차 생산을 가솔린차로 일부 대체해 피해 금액이 예상보다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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