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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차 뚜렛증후군이 본 '아임뚜렛'

배동미 기자
[영상]11년차 뚜렛증후군이 본 '아임뚜렛'

“‘아임뚜렛’님에 대한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요.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그보다는 어린 학생들이 틱장애 때문에 놀림을 받거나 괴롭힘 받아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서요. 어린 친구들은 놀림을 받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으니까요.”

구독자 40만의 유튜버 ‘아임뚜렛’은 틱장애를 앓고 있는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며 많은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아임뚜렛’은 라면 먹방(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방송) 당시 젓가락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러분들은 밥 편하게 먹는 거 감사해야 돼”, “영화를 보고 싶어서 맨날 빈 상영관 없나 확인하지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틱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해온 아임뚜렛이 과거 또박또박 랩을 하는 랩퍼로 활동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뚜렛증후군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후 그는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뚜렛증후군’ 자체가 포털 실검에 오르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뚜렛증후군을 실제로 앓고 있는 사람들은 논란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28일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은 뚜렛증후군 진단을 받은 지 11년째인 윤지환씨(22)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뚜렛증후군은 신경질환의 한 종류로 음성틱과 행동틱을 나타내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틱장애는 크게 음성틱과 행동틱으로 나뉜다. 지환씨는 11살 무렵부터 눈을 깜빡거리고 목을 왼쪽으로 돌리며 딸꾹질 같은 소리를 내는 세 가지 증상을 보였다. “세 개를 번갈아가면서 했어요. 복합적인 게 아니라 어떤 시기에는 목만 돌리고, 어떤 시기에는 눈만 깜박거리고, 어떤 시기에는 소리만 냈어요.”

[영상]11년차 뚜렛증후군이 본 '아임뚜렛'

어깨 들썩임, 목 돌리기, 갑자기 큰 소리내기, 눈 깜빡이기, 이를 부딪쳐 딱딱 소리내기. 대표적으로 틱장애로 분류되는 증상들이다. 지환씨에게는 이제 목을 왼쪽으로 돌리는 행동틱만 남았다. 성인이 된 뒤 나머지 증상들이 자연스럽게 완화되면서 10년 동안 먹었던 약을 끊었다. 음성틱을 가지고 있던 시절 지환씨는 도서관에 가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도서 검색기에서 빨리 검색해서 책을 빨리 고르고 최대한 빨리 나오려고 했어요. 책은 집에 가서 읽었고 공부도 집에서 하려고 했죠” 그는 “어떤 행동 하나만으로 틱장애다 아니다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틱장애로 하여금 삶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불편이 뒤따르는 병임에는 틀림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지환씨는 시험을 칠 때면 목을 돌리는 증상이 유난히 걱정됐다. 긴장하면 왼쪽으로 목을 계속 돌리게 되는데 커닝으로 의심받기 쉬웠기 때문이다. 같은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모두 지환씨의 병을 알고 있어서 오해하지 않았지만 낯선 고사장에서 모르는 감독관 앞에서 시험을 쳐야 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걱정이었다. “2018학년도 수능을 봤었는데 원서 접수 때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틱 증상을 선생님께 말씀드렸어요. 따로 수능 관계자분들에게 닿은 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고개를 돌려도 문제없게끔 교실 왼쪽 자리를 주더라고요.”

뚜렛증후군으로 신체에는 변화가 생겼다. 그는 “고개를 돌릴 때 왼쪽 근육이 많이 결리고 왼쪽 근육만 많이 발달돼 한쪽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성격도 바뀌었다. 지환씨는 “틱장애가 나타나기 전까지 반에서 까불까불하고 외향적이었는데 성격이 아예 변했다”라고 했다. 뚜렛증후군은 어린 나이에 많이 발생하는 병인 데다, 주위로부터 놀림당하고 손가락질을 받게 되면 성격을 형성하는 나이에 소심해질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뚜렛증후군을 가진 이들이 가장 많이 공감하는 불편은 ‘사람들의 시선’이다. 지환씨는 길에서 지나가던 사람이 뒤를 돌아 행동틱 증상을 보이는 자신을 바라볼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사소하지만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며 “언제나 느끼는 시선”이라고 말했다. 음성틱을 가지고 있던 초등학생 시절에는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금방 미용실을 빠져나왔던 적도 있다. 지환씨는 커트를 급하게 마무리해야 했고, 동행했던 아버지는 머리를 손질하지 못한 채였다. 거슬린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싸늘한 시선을 던졌고 자연스럽게 지환씨는 배제됐다.

가족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어머니는 지환씨를 항상 “기다려주셨다”. 증상을 보고 바로 지적하지 않았고 불안해하지 않게 옆에서 응원을 했다. 지환씨는 “틱장애 아이들은 그 자체로 힘든데, 부모님이 자신의 틱장애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힘든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아이한테 더 안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학교나 사회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게 옆에서 응원해주고 기다려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환씨는 논란이 된 ‘아임뚜렛’에 대해서는 “악감정을 갖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만 어린 나이에 나타나는 병인 만큼 어린 환자들을 걱정했다. “어린 친구들이 아임뚜렛이나 친구들의 놀림에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힘든 건 내 자신이고 정작 상처받은 건 나인데 미워지는 것마저 나니까요”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에서 지환씨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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