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랑, 보카시, 단가라...이게 무슨 뜻이야?
OSEN 이예은 기자
발행 2012.12.11 09: 55

옷을 사려다 보면 가끔 생소한 용어와 마주치게 된다. ‘나그랑’, ‘보카시’, ‘후라이스’, ‘단가라’, ‘실켓’, ‘시보리’…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지만 궁금하다가도 그냥 지나치게 되는 생소한 말이다. 특히 뭔지 알더라도 어원까지 확실히 아는 경우는 드물다.
이것들은 ‘나그랑 티셔츠’, ‘실켓 면 티셔츠’ 등으로 당연한 듯이 제품명으로 쓰여, 때때로 “대체 이게 뭘까?”라고 궁금한 마음을 품게 한다. 실제로 유명 포털 사이트에 ‘보카시’ 등의 용어를 쳐 보면 ‘보카시 뜻’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따라나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입증하고 있다.
남성의류 전문 쇼핑몰 조군샵의 도움을 받아 알쏭달쏭한 이 용어들의 정체를 일부나마 파헤쳐 봤다.

▲나그랑
나그랑이란 깃에서 겨드랑이 쪽으로 절개선이 있는 소매 재단법을 뜻하는 래글런(raglan)이 변형된 말이다. 흔히 ‘나그랑 티셔츠’, ‘나그랑 점퍼’ 등으로 편하게 불린다. ‘나그랑’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된 데는 일본어의 영향이 있는 듯하다. 원어인 래글런은 1800년대 크림 전쟁 때 영국의 사령관이었던 래글런 백작이 부상병을 위해 고안해 낸 옷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보카시
‘보카시 니트’ 등으로 제품이나 원단명에 종종 쓰이는 보카시란 쉽게 말해 한 가지 색깔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색깔이 섞인 실로 짠 것을 뜻한다. 단색 실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색깔이 섞인 실로 옷을 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옷에 다양한 컬러가 들어가게 된다. 이 말의 어원은 역시 ‘색의 농담의 경계가 희미하다’는 뜻인 일본어 ‘보카시(ぼかし)’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스페인어에 ‘굵고 거친 린넨의 일종’을 뜻하는 보카시(bocací)라는 단어가 있기도 하다. 
▲후라이스
‘후라이스 티셔츠’ 등 각종 제품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원단명 ‘후라이스’는 쉽게 말해 내복이나쫄바지 등에 많이 쓰이는 신축성 있는 면 100% 원단이다. 일반 면 티셔츠 등의 재질은 ‘싱글’이라고 부르는데, 후라이스 원단에는 싱글과 달리 골이 조금씩 패여 있어서 신축성이 더 좋다. ‘후라이스’라는 이름은 이 원단을 생산하는 편물 기계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후라이스는 편물 기계 중 환편기, 그 중에서도 양면기의 이름이라고 한다.
▲단가라
‘단가라’는 쇼핑몰 등에서 공공연히 쓰이는 용어지만 대부분 정확한 어원을 모른 채 이용되고 있다. 대부분 ‘가로 줄무늬’, 즉 스트라이프를 뜻한다는 뜻은 알고 있지만 어원은 모른다. 굵기를 따지지 않고 흰 바탕에 다른 색깔의 가로 줄무늬가 들어가면 보통 ‘단가라’ 무늬라고 부른다. 유력한 어원은 일본어의 ‘段柄’이다. ‘단가라’라고 발음되는 이 말은 무늬가 마치 계단처럼 층층이 있다는 뜻으로, 이것이 한국에서는 ‘줄무늬’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켓
‘실켓 면’ 등으로 쓰이는 ‘실켓’이라는 말은 다른 용어에 비해 어원이 확실한 편이다. 영어로는 ‘silket’이며, 면사와 면직물에 실크와 같은 광택을 부여하는 가공법을 ‘실켓 피니쉬(silket finish)’라고 한다. 즉 면으로 만들어졌지만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 광택이 흐르도록 만든 원단을 실켓 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실켓 가공 기술은 영국인 존 머셔(John Mercer)가 발명한 것으로, 이 가공법은 ‘머서라이즈 가공법’이라고 부른다.
▲시보리
‘시보리’는 옷을 어느 정도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는 용어이다. 대개 티셔츠 등의 소매 끝, 아랫단 끝을 조여지게끔 촘촘하게 짠 직물의 모양을 말한다. ‘밑단을 시보리 처리했다’는 등의 표현으로 쓰인다.
이 역시 일본어에서 온 말로, '짬'이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搾り’에서 유래했다. 이 말은 순화해야 할 일본어로 지목돼 ‘뜨개조르개’ 또는 ‘조르개’라는 순 우리말로 순화된 바 있지만, 여전히 ‘시보리’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yel@osen.co.kr 
조군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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