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희망찾기] 극희귀질환 ‘골거대세포종’을 아시나요?

기사승인 2018-05-23 11: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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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졸업을 앞둔 A(24·여)씨는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는 친구들이 부럽다. 극희귀질환인 ‘골거대세포종’을 앓고 있는 A씨는 취업은 커녕 집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들다. A씨는 지난해 무릎이 욱신거리는 초기 증상을 일시적인 통증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여겼다. 치료시기를 놓치고 증상이 악화된 후에야 정확한 진단을 받고 첫 수술을 받았다. 당시 수술은 잘 끝났지만, 최근 검진 결과 종양이 무릎을 집어삼킨 듯 다시 커졌다. 이제는 수술이 불가능해 종양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약물 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늘어나는 치료비 부담에 A씨는 가족에게 미안하고 막막하기만 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문재인 케어) 일환으로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이 강화되고 있다. 희귀질환의 경우도 치료에 대해 국가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희귀질환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와 관련 지난 2016년 12월30일 희귀질환관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본격 시행됐다. 또한 정부는 희귀질환 실태 파악을 위한 ‘희귀질환등록통계사업’으로 국가등록 체계를 마련하고, 희귀질환 환자의 의료접근성 불편 해소를 위해 희귀질환전문기관을 지정해 운영하는 내용의 ‘제1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2017~2021)’을 시행을 지난해 말 발표한 바 있다. 이 종합계획은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수립된 첫 번재 중장기 계획으로, 희귀질환관리위원회(위원장 이동환, 순천향대학교 교수)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

◇희귀질환관리법 2년과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지만

2년전 희귀질환관리법이 국회에 제출되고 법안이 제정되면서 ‘희귀질환 극복의 날(5월 23일)’도 탄생했고 올해 2회째를 맞는다. ‘희귀질환 극복의 날’은 희귀질환관리법 제4조에 따라, 희귀질환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희귀질환의 예방 및 치료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지정한 법정기념일이다.

희귀질환관리법 제정 이후 정부는 직접 희귀질환 관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말 발표된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에는 국내 희귀질환자 및 가족의 삶의 질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 치료 및 예방을 위해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정책 방향과 과제가 담겼다.

이처럼 정부가 희귀질환 관리와 치료비 지원 등에 나서는 이유는 희귀질환이 말 그대로 희귀한 탓에 잘 알려지지 않아 예방이나 신속한 진단도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와 투자가 미흡해 치료법이 개발된 경우도 드물다. 희귀질환 환자와 그 가족이 겪는 신체적,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희귀질환의 진단·치료·관리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의료현장과 환자단체들은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2년이 됐지만 여전히 희귀질환 치료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 희귀의약품 5개 중 2개는 건강보험이  안돼 환자가 100% 약값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희귀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중인 제도들은 많다. 산정특례·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 등이 대표적이며, 경제성평가 면제제도나 위험분담제 등은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 확대로 보장성 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만 보면 희귀질환에 대해 어느 정도 치료 보장성이 담보된 것 같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산정특례제도의 경우 진료비 부담이 높은 희귀난치성질환 등 중증질환에 대해 환자가 내는 진료비를 0~10%만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여전히 병도 희귀하지만 치료법은 더 희귀하다는 희귀질환인데, 치료제가 있어도 급여라는 유리벽에 가로막힌 희귀질환 환자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언급된 A씨와 같은 극희귀질환 골거대세포종 환자들이다.

[희귀질환 희망찾기] 극희귀질환 ‘골거대세포종’을 아시나요?
◇유병률 0.0001% ‘골거대세포종’은 어떤 질환?

골거대세포종은 수십 개의 세포가 거대하게 한 데로 뭉치면서 서서히 뼈를 파괴하는 희귀한 형태의 골종양이다. 일반적인 악성 종양처럼 빠르게 전이돼 생명을 위협하진 않지만, 수술 부위에서 재발이 빈번하게 반복돼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0.0001%에 불과한 극희귀질환으로, 20~40대의 젊은 환자가 많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골거대세포종 초기에는 종양의 크기가 작아 자각 증상이 없다. 그러나 질환이 진행되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최악의 경우 뼈·관절 변형으로 인한 운동 기능 상실 또는 신경 손상에 따른 사지 마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드물지만 악성 종양으로 전환되거나 폐 등 내장으로 전이돼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골거대세포종의 보통 수술로 종양이 발생한 부위를 모두 절제한다. 젊은 연령층이 많아 치료 후 생존기간이 길기 때문에, 절제 부위를 최소화해 신체 기능을 유지하도록 한다. 그러나 A씨 사례처럼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미 종양이 상당히 자라 뼈와 관절의 파괴가 심한 상태로 진단을 받아 신체 기능을 포기하고서라도 광범위한 수술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수술이 가능하면 다행이다. 골거대세포종 환자 5명 중 1명은 애초에 수술이 불가능하다. 척추나 골반 등 종양이 발생한 부위 특성상 수술이 어렵거나, 수술 후 사지 마비, 장애 혹은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경우다. 종양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이 시도됐으나 큰 소득은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14년 골거대세포종 환자들에게도 치료약물에 대한 희소식이 전해졌다. 수술이 불가능한 골거대세포종의 유일한 치료제인 데노수맙(denosumab, 120㎎)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허가를 받았기 때문. 이 약물은 종양 세포의 증식을 억제해 통증 감소와 운동 능력 향상 등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질환 극복의 희망, 비급여 유리벽 깨질 때 가능해

골거대세포종은 수술도 효과적인 치료제도 개발됐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절망한다. 이유는 데노수맙이 건강보험 급여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경제적 여건이 충분치 않은 청년 환자들에게 비급여 의료비는 희망을 가로막는 유리벽이다. 데노수맙을 희귀질환치료제로 지정하거나 건강보험 급여 적용하는 등 골거대세포종 환자들을 적극 지원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됐고 정부가 나서 희귀질환 지원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수술이 불가능한 골거대세포종처럼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현장의 한 관계자는 “골거대세포종 환자 중에서도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는 극소수다. 효과가 우수한 치료제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낮은 부담으로 희귀질환 극복을 현실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며 “수술을 받을 수 없어 치료제가 절박한 골거대세포종 환자들을 가로막은 유리벽이 사리져 환자들의 절망에서 희망을 갖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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