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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아티스트

김동희

공간이 장소가 되는 순간


김동희 작가

김동희 작가

공간이란 뭘까?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곳’,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 가 된다. 사전적 의미에서 유추할 수 있듯 ‘공간’은 빈 곳이기도 하지만 비어있기에 새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김동희 작가는 이런 공간의 가능성을 보고 자신만의 색깔로 가능성을 구현해낸다.

하지만 우리는 ‘공간’을 크게 인식하지 못한다. 그보다는 우리가 존재함으로써, 혹은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됨으로써 만들어지는 ‘장소’를 기억한다. 우리가 공간이라고 말하는 곳은 대체로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인 장소에 가깝다. 김동희의 작업의 핵심은 어쩌면 이 지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버려졌다고 치부되기 쉽고, 쉽사리 인식되지 못하는 공간을 인식할 수 있는 장소로 치환하는 것. 공간의 가능성을 발견해 그곳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게 함으로써 우리가 그 공간을 공간 자체로서 경험하고 장소로 기억하게 하는 것. 그렇게 우리는 새로워진 공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탐험하며 장소로서 새롭게 기억한다.

· 레이어(Layer), 공간에 쌓이는 다양한 층위의 경험들

아무것도 없이 빈 곳, 공간. 보통 공간은 우리에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베이스캠프 정도로밖에 활용되지 않는다. 공간 자체를 주인공으로 잘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신 ‘달콤한 신혼집’, ‘치열하게 공부했던 독서실’, ‘짜릿한 첫 키스의 추억이 깃든 공원’ 등의 장소로서의 공간을 우리는 기억한다. 김동희는 그 공간에 공간만의 컨텍스트(Context)를 쌓는다. 자신이 발견한 그 공간의 매력을 한 겹, 두 겹, 공간 안에 담아내는 것. 그 매력은 구조적인 독특함일 수도 있고, 공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풍경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공간에 선 자의 경험으로 만들어지는 장소가 아닌, 공간의 매력을 사람이 경험함으로써 기억하게 되는 장소를 만든다는 점이다.

“저는 공간이 갖는 매력을 찾아서 그 매력이 드러나는 공간으로 만들어내요. 대체로 사용하지 않은 채 방치된 공간을 주로 작업했지만 이젠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죠. 제가 바꾼 공간의 원래 모습을 인지하고 있던 사람들은 비교해가며 경험하는 재미가 있을 거고, 몰랐던 사람들은 몰랐던 그대로 그 공간을 새롭게 인지하게 될 거예요.”

김동희, [3 볼륨즈(3 Volumes)], 2017년

김동희, [3 볼륨즈(3 Volumes)], 2017년 Audio Visual Pavilion, Rust-proof pipe, Waterproof wood, Urethane paint, Mirror, Stainless steel, 119.7 m2 (36평), 사진: 김상태

김동희, [3 볼륨즈(3 Volumes)], 2017년

김동희, [3 볼륨즈(3 Volumes)], 2017년 Audio Visual Pavilion, Rust-proof pipe, Waterproof wood, Urethane paint, Mirror, Stainless steel, 119.7 m2 (36평), 사진: 김상태

최신작인 [3 볼륨즈(3 Volumes)]는 그의 작업을 전시장 안에서 오롯이 홀로 구현해낸 첫 케이스다. ‘시청각’이라는 현대 미술 전시장에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공간의 여지를 찾고 김동희만의 공간 활용 문법으로 색다른 전시 인터페이스를 구현한 것. 시청각이란 곳의 특이한 구조가 갖는 부피감, 그 볼륨 자체를 구성한 방식을 남기려고 구조에만 집중, 컬러나 소재나 패턴은 하나도 넣지 않고 흰색으로 칠해버렸다.

“한옥이라든지, 전시장이라는 기본 특성을 생각하고 만들진 않았어요. 아무것도 넣지 않고 공간 자체를 드러내려고 온통 하얗게 만들었는데, 그럼으로써 다른 느낌의 전시장이라는 레이어(Layer)가 또 생겼죠. 시청각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하면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으로 경험하게 할까 하는 고민이 가장 많았던 작업이에요.”

‘전시를 위해 기존의 공간을 새로 꾸민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김동희가 실험해왔던 방식들을 덧씌워 만들어 낸 새로운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계단도 발코니도, 복도 등 원래 목적을 지니고 있던 구조물들은 그 기능을 상실한 채 공간의 레이어(Layer)로서만 존재한다. 그 구조물들을 기능하게 하는 건 온전히 관람객의 몫이다. 걸어간다면 통로가 될 것이고, 멈춰 서서 어딘가를 바라본다면 발코니가 될 수도 있다. 김동희가 쌓아둔 시청각이라는 공간의 레이어(Layer)들은 관객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새롭게 인식되므로-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바이든 아니든- 단순히 기존의 공간을 새로 꾸미기만 한 것과는 다른 것이다.

· 바탕(Primer)과 투명도(Opacity)

‘프라이머(Primer)’와 ‘오퍼시티(Opacity)’는 김동희의 작업을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3 볼륨즈(3 Volumes)]와는 달리 그간 김동희는 작업적인 필요성에 따라 수많은 작가와 협업하며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렇다 보니 적절히 바탕색이 되고, 적당히 투명하게 존재해야만 했다. 어느 하나가 너무 튀게 되면 불협화음이 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고 그럼 공간의 의미도, 그곳에서 전시하는 다른 작가의 작품도 그 의미가 충분히 살지 못할 게 뻔했다. 이는 혼자만의 작업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민 미술관에서 진행된 뉴스킨 전에서 보여준 [프라이머, 오퍼시티(Primer, Opacity)]는 이런 그의 작업적인 특징을 잘 보여준 사례다.

“공간 디자이너로 의뢰를 받았다가 작가로 참여하게 된 전시였어요. 작가들의 작품을 가장 잘 드러날 수 있게 플랫폼을 디자인하면서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슬쩍, 티 안 나게 끼워 넣은 것도 있었고요. 작가마다 개입하는 정도가 달라서 작업의 방식이나 정도는 모든 전시장마다 달라요. 그래서 작품명이 ‘프라이머(Primer)’이면서 ‘오퍼시티(Opacity)’인거죠. 바탕이 되지만 투명도를 적절히 조정해서 눈에 띄게도 하고, 눈에 띄지 않게도 했던 거예요.”

원래 있어야 하는 구조물 같지만, 실상 없어도 그만인 구조물이 전시장 곳곳에 들어가면서 관람객은 새로운 경험을 한다. 전체 전시가 김동희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적당한 투명도로 곳곳에 세부적인 작업물이 숨어 들어가 있기에 그걸 찾아내는 재미 또한 경험하게 되는 것. 김동희는 이렇게 자신만의 공간 레이어(Layer)를 덧씌우는 방식도 차용한다.

김동희, [프라이머, 오퍼시티(Primer, Opacity)], 2015년

김동희, [프라이머, 오퍼시티(Primer, Opacity)], 2015년 Installation, 1층 60평, 2층 113평

김동희, [프라이머, 오퍼시티(Primer, Opacity)], 2015년

김동희, [프라이머, 오퍼시티(Primer, Opacity)], 2015년 Installation, 1층 60평, 2층 113평

· 공간에 새롭게 부여되는 장소성

앞서도 언급했지만 공간과 장소는 의미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김동희는 의미를 상실한 혹은 기능을 상실한 공간에 새로운 의미나 기능을 덧씌워 장소로 만들어낸다.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다분히 휘발성 짙은 공간의 재탄생이지만 김동희의 작업을 시발점으로 사회적 기능을 다시금 부여받기도 한다는 점에서 김동희의 작업은 예술 그 자체만이 아닌, 사회적 기능의 예술로서도 그 가치를 갖는다.

“신도림역 야외공연장 오페라 코스트는 구청과의 협의만 있다면 시민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구조적인 불편함 때문에 실제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되고 있었거든요. 강정석, 노상호, 박아람, 손주영 작가 등과 함께 이곳에서 약 4개월간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한시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본래 기능을 상실한 채 취객들의 쉼터로만 기능했던 공간에 다시 눈길을 돌리게 했던 작업이었죠.”

그리고 지난 10월, 신도림역 오페라 코스트는 새롭게 단장해 지하는 소극장으로, 지상은 관람하기에 좋은 환경의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물론 김동희의 작업 때문에 이렇게 바뀌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동희가 자기 작업으로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에 사람들이 반응함으로써 버려진 공간들이 새롭게 장소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현대 미술의 가치를 모색할 수 있다.

김동희, [오페라 코스트 x 리사이틀<_____(cover)>(Opera Coast x Recital<_____(cover)>)], 2015년

김동희, [오페라 코스트 x 리사이틀<_____(cover)>(Opera Coast x Recital<_____(cover)>)], 2015년 Live video screening, Performance, 가변설치, 손주영(퍼포먼스)과의 협업

이전의 작업인 [나열된 계층의 집(House of Dispersed layers)]도 기능을 상실해 인식할 수 없는 공간을 찾아 사람들이 함께 전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작업이다. 다리 밑 폐선 부지, 아파트 쉼터, 비상구, 계단 건물 꼭대기, 원룸촌의 주차장 등 마포구 일대의 5개 공간에 각기 다른 설치 구조물들을 배치함으로써 장소성을 부여했다.

“집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인식하는 구성 요소들이 있잖아요. 완성된 하나의 공간을 갖기 어려운 현실이었으니까, 그 요소들을 따로 떼어서 현재 비어있는 곳에 구성한 작업이었어요. 현재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다섯 개 공간을 찾아서 복도 따로, 방 따로, 정원 따로 이런 개념으로 작업한 거죠. 다섯 공간이 하나의 유기적인 작품으로 연결된 거라 오픈할 때는 박혜민 작가와 함께 투어 프로그램처럼 꾸며서 전시 가이드를 하기도 했어요.”

각각의 구조물은 하나로 엮여 [도킹하우스(Docking house)]라는 작품으로 2014년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에 선보이기도 했다. 따로 떨어진 레이어(Layer)로서만 존재했던 김동희의 작업이 하나의 공간으로 겹쳐졌을 때 갖는 무게감은 또 다르게 다가온다.

김동희, [나열된 계층의 집_집 x 
인스타디오 무브먼트 x 조르바(House of Dispersed Layers_
The House x Instadio movement x Zorba)], 2014년

김동희, [나열된 계층의 집_집 x 인스타디오 무브먼트 x 조르바(House of Dispersed Layers_ The House x Instadio movement x Zorba)], 2014년 Steel frame, Waterproof wood, Performance, 8m x 12m x 20cm, 인스타디오 무브먼트(안무/퍼포먼스), 조르바(콘트라베이시스트/베이시스트)와의 협업

김동희, [도킹하우스(Docking house)], 2014년

김동희, [도킹하우스(Docking house)], 2014년 Structures of the <House of Dispersed Layers>, 6m x 10m x 3m

2015년 레지던시 오픈 스튜디오에서 선보였던 작업 [오픈 스튜디오(Open studio)]와 같은 형태의 개인전도 갖고 싶다는 김동희 작가. 많은 작가의 작품, 또는 그 부산물들과 개인적인 소장품, 작품 등 다양한 것들이 섞여 있는 상태의 공간감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이 있단다. 비단 기능성을 상실한 공간만이 아닌, 목적성을 갖고 만들어진 공간을 사서 그 공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공간 자체를 변형해 작품화하고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형태로 작업도 꿈꾸고 있다. ‘공간’을 주제이자 소재로 작업하는 자신만의 작업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공간의 변형을 통해 장소성을 부여하고 관객에게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인지하게 하는 김동희의 작업이 앞으로 또 어떤 공간을 캐치해 이색적인 장소성을 부여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김희정 / 문화 칼럼니스트

· 추천의 변

김동희는 작가이자 전시디자이너, 기획자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버려진 공간들을 이용하거나 여러 다른 작가들과 함께 협업을 진행하는 그의 작업은 때때로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혹은 쉽게 인지되거나 인식되지 않기도 한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남아있는 김동희의 이전 작업을 보면, 그와 함께 작업했던 다른 작가들의 기록인 것 마냥 다른 작가들의 작업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김동희는 이러한 작업들이 벌어지고 보여지는 장소인 공간을 찾아, 스스로 앞에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 공간 안에서 벌어질, 보여질 협력자들의 작업을 공간과 매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작업을 진행시킨다. 공간에 어떤 새로운 의미를 덧씌우거나, 공간과 다른 작업 사이에 스며드는 그의 작업방식은 한옥집을 개조한 전시공간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3 볼륨즈(3 Volumes)]에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다. 전시공간을 좌대로 삼은 이 전시와 작업은 기존 한옥 공간 안에 화이트 큐브의 새로운 전시공간을 끼워 넣음으로써, 한옥이라는 기존의 공간 안에서 완전히 다른 시각적, 공간적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김동희는 물리적이거나 인식의 지지체를 만들어 공간과 타인의 작업, 관람자들 사이에서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도록 그의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추천인 정진우 / 헬로!아티스트 작가선정위원

· 작가소개

김동희

홍익대 판화과 졸업. 학부 재학 당시 교내 버려진 공간을 이용해 [프리홈 프로젝트(Freehome Project)]라는 공간 작업을 시작한 이래, 다양한 동료 미술인들과 협업하며 기능성을 상실한 공간에 새롭게 기능을 부여하는 작업들을 진행, 주목 받아왔다. [나열된 계층의 집(House of Dispersed layers)] 2014년, [오페라 코스트(Opera Coast)] 2015년, [오픈 스튜디오(Open studio)] 2017년, [3 볼륨즈(3 Volumes)] 2017년, 외에도 그 사이사이 다채로운 공간 작업을 선보이며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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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3 볼륨즈(3 Volumes)], 2017년

김동희, [3 볼륨즈(3 Volumes)], 2017년 Audio Visual Pavilion, Rust-proof pipe, Waterproof wood, Urethane paint, Mirror, Stainless steel, 119.7 m2 (36평), 사진: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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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헬로!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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