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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공인노무사

노동시장의 갈등 조정 전문가

대형할인점에서 일하는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의 해고와 파업과정을 그린 영화 <카트>, 반도체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전문자격사가 있다. 공인노무사로 불리는 노동법률 전문가들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영화는 물론 드라마와 웹툰에서도 가끔씩 등장인물로 나올 만큼 노무사는 변호사를 제외하고 전문자격사 중 최근 가장 빈번하게 대중창작물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취업준비생이나 청소년 사이에서 노무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노무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영화 속에서 보면 노무사들은 사무실보다는 노동 법률 분쟁이 발생한 현장을 직접 발로 찾아가 의뢰인들과 몸으로 부딪히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카트>에서는 허름한 복장을 하고 파업 노동자들의 집회에 나타나 노조위원장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또 하나의 약속>에서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유족 및 피해자들과 농성을 벌이다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정장을 하고 법정이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깔끔한 변호사 이미지와 대조를 이룬다. 그렇다면 영화 속 노무사 이미지와 실제 대다수 노무사들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노무사 사무실 장면. <출처: 영화 [또 하나의 약속](2014)>

노무사는 어떤 일을 하나

공인노무사는 국가에서 공인하는 유일한 노동 법률 전문가로 공인노무사법에 직무범위가 정해져 있다. 대표적으로 노동관계법령에 따라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 근로복지공단 등을 상대로 노동자의 권리구제를 대행 또는 대리하고, 기업을 위해 각종 인사노무관리 상담이나 지도, 작업장 혁신 컨설팅 업무를 하게 된다. 노사양측의 의뢰를 받아 노무관리를 진단하거나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 중재하는 일도 주요한 업무영역이다.

2012년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고용노무사로서 1년 반 정도의 실무 경험을 쌓은 후 지난 6월 서울 여의도에서 개업한 노무법인 ‘가을’ 대표 이승연 노무사(32)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 오전 9시에 사무실 출근하면 자문 기업에서 보내온 이메일에 답변을 하거나 전화 상담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자문사가 주로 소규모 중소기업이다 보니 연차, 급여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셋팅’하기 위한 질문이 많지만 이를 일일이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용역노동자들을 고용한 자문사에서는 2015년부터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는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민원이나 고용지원금에 대한 문의가 많은 편이다. 노동부 위탁으로 근로조건 자율개선 점검을 맡은 기업들을 상대로 한 컨설팅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오후에는 사무실을 방문한 의뢰인들을 만나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서면을 작성하는 일을 주로 한다. 이 노무사는 “교육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업무 중 하나”라며 “주로 1시간짜리 성희롱 예방 교육이나 인사담당자들을 상대로 노동법, 직무관리, 성과관리 등 기본적인 인사노무 지식을 강의한다”고 소개했다.

이 노무사의 하루 일과에서 보듯이 영화 속의 모습과 달리 사무실에서 상담이나 서면준비, 교육도 노무사의 주요 업무에 속한다.

노무법인 ‘가을’의 이승연 대표노무사(가운데), 김건우 대표노무사(오른쪽)가 2014년 11월 12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직원과 함께 자문기업에서 보내온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노무법인 가을 제공>

대학 재학 중 시험에 합격한 ‘토마토’ 노무법인의 배연직 노무사(29)는 영화 속 노무사에 비교적 가까운 편이다. 배 노무사는 소속 노무법인이 주로 산재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1주일에 4번 정도로 지방출장이 잦은 편이다. 노동청에 출석해서 임금체불사건으로 근로감독관을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배 노무사의 출장은 산재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조사가 대부분이다.

현장조사에서는 산재를 당한 근로자가 주로 어떤 업무를 했는지, 작업환경, 근무 중 애로사항 등 산재 발생과 관련된 모든 요인들을 샅샅이 훑어보고 자료를 수집하는 게 주 업무다. 배 노무사는 “근로자의 질병이나 부상이 업무상 재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동료근로자, 사업자, 가족들을 상대로 전반적인 사항을 모두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 출장을 나가면 보통 꼬박 하루를 현장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동법률 전문가로서 노무사들의 진면목은 부당해고 구제신청노동위원회행정심판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변호사들의 법정공방이 주로 서면으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리인으로서 만나는 노무사들은 사전 서면작업은 물론 심문회의에서 직접 구두 변론을 펼쳐야 한다. 순간 판단과 언변에 의해 심판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 임하는 노무사들의 모습에서는 항상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노무사가 되려면

노무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매년 1차례 실시되는 1, 2차 필기시험을 거쳐 3차 면접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1차 시험은 공인인증 영어점수를 취득해야 응시자격이 주어지는데 TOEIC기준으로 700점 이상이면 된다. 1차 시험은 객관식 5지 선다형으로 노동법1(개별근로관계법), 노동법2(집단적 노사관계법), 민법, 사회보험법 등 필수과목 4과목과 선택과목(경제학·경영학 중 택1)을 포함해 총 5과목 125문제를 푼다. 절대평가로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각 과목 최소 40점 이상을 득점하면 합격이다.

2차 시험은 주관식 논술형으로 노동법, 인사노무, 행정쟁송 등 필수과목 3과목과 선택과목(경영조직론·민사소송법·노동경제학 중 택1)을 포함해 4과목을 평가한다. 합격요건은 1차와 마찬가지로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각 과목 최소 40점 이상을 득점하면 된다. 합격요건을 충족한 응시자가 최소합격인원(통상 250명)에 미달할 경우 각 과목 최소 40점 이상 득점자 중 평균점수를 기준으로 차점자를 추가 합격자로 선발한다.

3차 면접시험은 노무사로서 기본 소양을 테스트 하는 것으로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합격이 되지만 매년 불합격자가 1~2명씩 나온다. 통상 시험 준비부터 합격까지 2년 정도 걸리지만 개인차가 있어 1년 만에 1, 2차 시험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고, 수년씩 걸려도 합격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보수는 얼마나 될까

노무사로 직무활동을 하려면 6개월의 수습을 마친 후 공인노무사회에 직무개시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수습과정은 1달간 집체연수(강의식 교육)와 5개월간 노무법인이나 노동부 유관기관에서 실무연수를 받고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수습기간 중에는 노무법인에 따라 월 100만 원~150만 원의 보수가 주어진다.

수습을 마치고 나면 연봉협상을 통해 보수가 결정되는데 일반 노무법인의 경우 1년 차 때는 대략 월 200만 원~250만 원, 2년차는 월 300만 원 정도를 기본급으로 받는다. 여기에 개인 실적에 따라 수임료의 10~15%의 인센티브가 주어지기도 한다. 3년 차 때부터는 철저히 노무사 개인의 역량에 따라 차별적으로 연봉이 결정되며 대부분 그 이전에 개업을 하거나 파트너 노무사로서 독립을 한다.

개업 노무사들은 자문료, 산재·부당해고 등 사건 수임료, 컨설팅 수입이 주 수입원이 된다. 자문료는 기업체의 규모와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종업원 1인당 월 1만 원 안팎에서 결정된다. 부당해고 사건의 수임료는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을 합쳐 건당 300만 원~500만 원, 산재는 착수금(200만원 안팎) 외에 산재승인이 떨어지면 휴업급여나 유족보상금의 15% 내외에서 성공보수금을 받는다.

컨설팅은 고용노무사 경우 시간당 10만 원, 대표 노무사는 시간당 20만 원~25만 원에서 인건비가 책정된다. 임금이나 직무체계, 노사관계, 평가시스템 등 경영전반의 시스템을 교체하는 컨설팅이라면 3개월 기준으로 컨설팅 단가가 최소 수천만 원에서 억대가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단지 돈 보다 다른 전문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노무사만의 독특한 일의 보람을 현역노무사들은 최대의 보상으로 꼽기도 한다.

이승연 노무사는 “직장을 잃거나 제대로 임금을 못 받아 생계에 곤란을 겪는 근로자들을 제자리로 찾아가게 만들어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기업체 임원, 근로자, 노조 전임자, 노동부 관료 등 넓은 영역에 걸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같이 모색하는 경험도 노무사만이 가질 수 있는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배연직 노무사도 “노무사는 전문직 중에서 가장 사람하고 가까운 직업으로 생각된다”며 “의뢰인들 중에 거친 분들도 많지만 대부분 어렵고 힘든 처지의 의뢰인들과 같이 몸으로 부딪히면서 내 자신이 그분들로부터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노무법인 ‘토마토’ 배연직 노무사가 2014년 11월 12일 서울 성산동 사무실에서 지방출장 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서류와 메일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노무법인 토마토 제공>

앞으로의 직업적 전망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고용형태와 근로시간 결정, 임금지급 방법이 다양해지고 기업들이 노동법을 무시할 경우 짊어질 경영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 노동시장이 기업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도돼 왔다면 앞으로는 노동자들의 고학력화와 지식산업의 발달로 노동자와 사용자간 다툼과 분쟁의 해결도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합리적 분쟁조정 수단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공인노무사회 이훈 사무총장은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개별적 노사관계는 물론 집단적 노사분쟁이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고 분쟁의 합리적 조정과 예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법 지식으로 무장돼 있고 갈등조정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노무사의 미래는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2014년 현재 공인노무사회에 가입한 개업 노무사는 1,573명(일반회원 671명)이며 전국에 603개의 노무법인과 323개의 개인사무소가 있다.

김준영 노무사는 “우리나라 인구 중 약 1,850만 명이 근로자로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동안 레드컴플렉스와 IMF사태 등으로 인해 노동문제에 대한 조명이 부족했다”며 “노동문제는 우리 생활과 아주 가까운 문제로 노무사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아직 넓다”고 말했다.

물론 노무사의 역할을 위협하는 요인도 있다. 한-미 FTA, 한-EU FTA에 이어 한-중 FTA 체결로 법률시장이 개방되고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대량으로 배출되면서 법률시장은 과거보다 한층 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FTA로 법률시장이 개방되더라도 노동법의 경우 수시로 새로운 법리가 만들어지고 국가별로도 법체계가 상이한 경우가 많아 외국 변호사들이 국내 노동법률 자문시장을 잠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국내 진출한 외국자본이 생소한 국내 노동법 체계로 인해 근로계약, 취업규칙 작성 등을 비롯해 인사노무 관리에 있어 국내 노무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외국계 기업들을 상대로 자문 경험이 많은 노무법인 ‘온(ON)’의 서장원 대표 노무사는 “노무사 자격에 외국어 능력까지 갖추면 그만큼 노무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사 자격 취득 후 개업을 하지 않더라도 기업, 공공기관에서도 노무사를 찾는 수요가 많아 노무사들의 진로는 폭 넓은 편이다.

사회정의나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노무사를 미래의 직업으로 검토해 볼만하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노무사들은 보수는 많지 않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큰 직업적 성취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현역 노무사들의 모임 중에는 노동자만을 대리하는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이라는 단체가 있고 현재 132명의 노무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 중이다. 영화 <카트>와 <또 하나의 약속>의 실제 모델이 된 유상철 노무사(노무법인 필대표)와 이종란 노무사(반올림)도 모두 ‘노노모’ 소속이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약칭 ‘노노모’) 회원들과 예비회원들이 2014년 2월 15일 서울 은평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열린 제13기 수습 노무사 과정인 ‘노동자의 벗’ 행사에서 선후배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경향신문 정지윤 기자>

하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노무사들은 막연한 기대와 동경, 의협심만 갖고 노무사를 시작할 경우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배연직 노무사는 “노무사 시험 준비하면서 수도 없이 줄 쳐가며 외웠던 판례를 노동청이나 노동위원회, 근로자복지공단에 가서 들이밀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노무사로서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노무사도 “막상 노무사로서 책임이 맡겨지면 밤샘 야근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열정과 사명이 없이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졸업 후 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승연 노무사는 “직장 경험은 회사 조직과 인사노무관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어 일정기간 직장 경험을 쌓은 후 노무사를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발행일

발행일 : 201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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