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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말벌과의 공생 메커니즘우리나라 무화과는 무화과꼬마말벌(Blastophaga psenes )이 꽃가루받이를 한다. 이 말벌(wasp)은 길이 약 2㎜로 눈에도 겨우 보일 정도로 작고, 자유생활을 하기에 집단(colony)을 이루지 않는다. 또 오래 살아도 며칠, 몇 주로 채 한 달을 못 사는 단명한 종이다. 하고 많은 열매 중에 하필이면 무화과람.검은색이면서 날개가 난 암컷 말벌이 무화과의 우묵 들어간 배꼽에 있는 작은 구멍을 뚫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귀신 같이 날개 없는 암컷보다 작은 수컷이 다가와 짝짓기하고, 암컷은 벌침(針, sting)이 변한 산란관(産卵管)을 열매 살에 꼽고 산란한다. 부화한 애벌레는 씨방에 혹을 만들고 그 혹을 먹으면서 안간힘을 다해 자란다.성충이 될 무렵이면 무화과의 꽃가루도 익는다. 어른 벌레가 된 암컷은 수컷이 애써 넓혀 놓은 열매 구멍을 뚫고 나와 곁에 있는 다른 무화과 열매를 찾는다. 이렇게 새 열매에다 산란하면서 몸에 묻혀온 꽃가루를 다른 꽃에 묻혀준다. 하여 말벌과 무화과나무는 서로 공생(共生, mutualism)한다. 그래서 무화과 열매를 잘라보면 흔히 벌레가 들었으니 꼬마말벌·유생·알이다.과일이 익을라치면 쩍쩍 갈라지는 것이 눈으로도 먹음직스럽다. 날로 먹거나 꾸덕꾸덕 말려먹으며, 잼·젤리·술·양갱·주스·식초 등으로 가공해 먹고, 각종 요리재료로 쓴다. 필자도 노화예방에 좋다 하여 건과를 사달라고 졸라 자주 먹는 편이다.열매에는 당분(포도당과 과당)이 약 10% 들어 있어 단맛이 강하고, 사과산과 구연산 같은 유기산(有機酸)을 비롯하여 피신(ficin)이 들었다. 피신은 무화과나무의 유액에 들어 있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protease)다. 그밖에 리파아제, 아밀라아제 등의 소화효소와 섬유질이 풍부하게 들었다. 고기붙이를 먹었을 때 삭임이 제대로 안 되면 무화과를 먹으니 단백질이나 지방 분해효소가 많이 든 탓이며, 치즈 제조 때 우유 응고에 무화과유액을 사용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고대 로마나 현재 이스라엘 등지에서는 강장제·암·간장병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민간에서는 소화불량·변비·설사·피부질환·부인병에 쓴다고 한다. 현재 터키·이집트·알제리 순으로 많이 재배한다하고, 우리나라에서 전라남도 영암·해남에서 국내 총생산량의 90% 이상을 생산한다고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한가득 널려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아담과 이브가 금단(禁斷)의 열매(the forbidden fruit)를 먹은 다음 국부(局部)를 가린 것이 넓적한 무화과 나뭇잎 아닌가.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