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과학을 연구하다보니 이재영 교수는 천재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의 천재성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해서 뒷조사를 해보았더니 '노트'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천재란 시대를 열어가는 사람인데, 천재와 시대 사이에는 '노트'가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존 로크, 아이작 뉴턴, 아인슈타인, 빈센트 반 고흐, 도스토옙스키 등 시대의 천재들은 메모광이라고 불릴 정도로 노트를 열심히 썼다. 노트쓰기를 통해 자기 안의 천재성을 발견한 그들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물건, 사상, 그림, 문학작품 등을 만들어냈다. 이재영 교수도 노트 덕분에 죽다 살아난 후 2주면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이상한 능력이 생겼다. 덕분에 노트쓰기가 어떻게 천재성을 끌어내는지에 대해 쓴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이라는 책도 내고, 사람들에게 노트쓰기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 안에는 천재가 있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작은 노트로 당신도 새 시대를 여는 천재가 될 수 있다."

- 이재영 (한동대 교수)

 

  그런데 꾸준히 노트쓰기란 쉽지가 않다. 노트 쓰는 것을 막는 심리현상이 있다. '블록현상'이라고 하는데 지적인 글을 쓸 수 있는데 써지지 않는 현상으로 누구에게나 올 수 있으며 큰 고통이 따른다. 이재영 교수에게도 블록현상이 온 적이 있었다. 한동대에 온 후 다른 활동을 열심히 하느라 연구를 등한시 했다. 연구는 언제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3년이 지난 후 책상에 앉았는데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성대를 잃은 가수가 된 기분이었다. 우울감이 깊어져 어느 날 문을 걸어 잠그고 유언을 쓰기 시작했다. 잠도 안자고 밥도 안 먹고 웃고 울면서 미친 사람처럼 3일 밤낮을 글을 썼다. 그리고 나서 '위대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살아내는 게 위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스로에게 집행유예 1년을 주고 1년을 살아내 보자고 다짐했다. 그때 이후 3, 4일 몰입해서 글을 쓰는 능력이 생겨버렸고, 그 능력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재영 교수가 추천하는 노트쓰기 비법>

1. 노트는 정자체로 쓰세요. 생각이 폭발할수록 또박또박.

2. 노트는 반드시 다시 보세요. 더 새로운 생각이 탄생.

3. 노트를 사면 처음 20%를 단숨에 쓰세요. 그러면 끝까지 쓸 확률이 높아짐.

4. 큰 노트도 좋지만 작은 수첩이 좋습니다.

 

  연말이면 새로운 다이어리를 살 것인가 말 것 인가 고민이 된다. 빈공간이 많은 작년 다이어리를 생각하면 안사는 게 낫다 싶다가도, 그래도 내년의 나는 좀 다르지 않을까하는 근거 없는 기대감에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꾸준히 쓰다가도 며칠을 놓치고 다이어리를 다시 펼치면 지나간 빈 공간을 보는 것이 마음이 쓰리다. 나의 게으름을 마주한 것 같아 다이어리를 펼치기가 싫어진다그래서 작년에는 날짜형 다이어리 대신 줄 노트 형식의 수첩에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적었다. 날짜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나니 의외로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적게 되었다. 이재영 교수님이 우울의 끝에 노트쓰기 후 깨달은 '위대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살아내는 게 위대하다'는 사실은 노트쓰기에도 적용되는 말인 듯하다. 대단한 내용을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일단 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다이어리와 조금 더 친해진 올해는 내 안에 어떤 천재성이 있는지 노트쓰기를 하면서 발견해봐야겠다.


읽고 보고 쓰는 방안의 방
블로그 이미지 v원더v 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