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잘 가세요!” 강부자의 연극 ‘오구’
[리뷰] “잘 가세요!” 강부자의 연극 ‘오구’
  • 최나희 기자
    최나희 기자
  • 승인 2010.08.0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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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길도 신명나게!

연극 ‘오구’가 6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지난 1989년 서울연극제 초연 이후 22년 간 1200회 공연, 35만 관객을 동원한 이 작품은 이제 어엿한 연희단거리패 대표 레파토리로 자리 잡았다. 초연 당시 무대에 섰던 오달수가 10년 만에 아들 역할로 돌아왔고, 본격적인 ‘오구’ 대중화를 이끌어냈던 국민배우 강부자가 다시 노모를 연기한다. 무대 위에서 생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잘가세요~ 잘가세요~”하는 대중가요를 불러주는 이 작품은 신명나는 한바탕 굿판이라기보다 일상이 포함하는 삶 자체가 연극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일러준다.

- 산 자들을 위한 놀이판

연출을 맡은 이윤택은 어머니의 네 시간짜리 잔소리를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의 줄거리도 지극히 일상적이다. 떡을 팔아 두 아들을 키우고 집도 한 채 장만한 팔순의 복례할머니는 낮잠 속 꿈에서 죽은 남편을 만난 뒤 아들을 졸라 오구굿을 벌인다. 이윤택 연출은 ‘염’, ‘초상집’, ‘저승사자’, ‘산 자를 위하여’ 등 총 1장부터 8장까지 소제목으로 극을 나눈 뒤 일상의 우스꽝스러움과 인간의 본성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백수, 다방레지, 부동산중개업자, 사업가, 저승사자 등 전혀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을 등장시키지만 돈, 식탐, 성욕 등 삶의 적나라한 면모들을 장난스러운 연출로 나타낸다. 

- 강부자의 대표작 

주인공 노모 역으로 출연하는 강부자의 나이가 올해로 일흔이다. 연기 인생 49년이 넘었으니 웬만한 베테랑 배우도 그녀 앞에서는 꼬리를 내린다. 초연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던 연극 ‘오구’는 96년 갑자기 관객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997년 배우 강부자의 출연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방점으로 찍힌다. IMF 시대였던 1998년 공연 20일 만에 매표수입 1억 2천만 원을 올렸으니 말 다한 것이다. 그 이후로 작품은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연극 ‘오구’가 배우 강부자를 더욱 단단하게 지켜주는 필모그라피가 된다. 지난 8월 3일에는 칠순을 맞은 그녀를 존경하는 뜻에서 제작사가 특별 고희연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제는 눈 감고도 ‘오구’의 동선을 그릴 수 있다는 배우 강부자는 올해로 13년 째 연극 ‘오구’ 무대에 오른다. 

- ‘오구’의 분위기 

‘오구’는 배우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객석도 무대의 일부로 사용함으로써 경계를 허문다. 배우 강부자가 등장하자마자 관객들을 향해 “오셨냐”며 배꼽인사를 하고, 노잣돈 명목으로 치마를 만들어 관객석을 한 차례 돌기도 한다. 이 때, 2층 관객을 위한 대형 잠자리채를 준비했음은 물론이다. 관객들은 기분 좋게 지폐를 꺼내든다. 능동적으로 극에 참여하는 동시에 잘되기를 바라는 자신의 구복 역시 마음으로 비는 것이다. 무대는 연극이라는 형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관객과 한바탕 신명나게 놀아볼 것을 권유한다. 그렇게 놀다 보면 눈물이 날 때도 있고 왁자하게 웃어 볼 수 있는 타이밍도 있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은 출구에 서서 이현의 ‘잘가세요’를 합창한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던 관객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높여 부르는 트로트 한 소절에 다시 현실감각을 되찾는다.  

연극 ‘오구’는 오는 9월 5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편집국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고품격 경제지=파이낸스 투데이> FnToday=Seou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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