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에도 죽도의 길이는 개인마다 자신의 신장과 근력 등을 고려해서 정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죽도의 규격은 신장이 아닌 연령에 따라 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학생, 성인은 39를 씁니다. 길이가 120cm입니다. 시합규정도 그렇게 정해져 있습니다.

대학생,성인은 120cm 미만, 고등학생은 그보다 3cm짧은 117cm 미만, 중학생은 그보다 3cm 짧은 114cm 미만. 

이렇게 되면 실제로는 키가 155인 성인은 120cm를 쓰게 되고, 키가 185인 고등학생은 117cm를 써야하니 무언가 어색한 일이 생깁니다. 효율성을 따지면 반대가 되어야 할테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정해져 있습니다. 이 규정이 정해질 때는 성장할수록 키가 크니 성인이 키가 가장 클거라고 보고 만들었겠죠.

여기서 주목할 것은 길이를 120cm로 딱 맞춰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길지만 않으면 된다는겁니다.

즉 더 길면 상대가 불리해지니 최장길이만 한정해놓은겁니다. 즉, 성인이라도 자신이 원하면 길이가 더 짧은 죽도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예전에 다니던 도장에서 수련하던 한 성인 여성은 키가 아주 작아서 39사이즈를 안쓰고 더 짧은 것을 썼습니다(아마 38인걸로 추측)

그런데 대부분은 신장에 관계없이 자기 나이에 맞는걸 씁니다. 그러는 현실적인 이유는 쓰기 편하다고 짧은 것을 쓰면 동년배의 다른 관원과 연습할 때 공격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지므로 불리해지기때문입니다. 제 경험으로도 그렇습니다. 예전에 가끔 초등학생이나 중등학생과 연습할 때 연습삼아 그 친구들이 쓰는 사이즈의 죽도를 들고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게 공평한 것일텐데도 실제로 해보니 39보다 훨씬 불편했습니다. 상대는 갑자기 활기를 띄고 열심히 공격했구요. 검도에서는 그 정도 거리 차이에도 민감한겁니다. 때문에 아주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동년배가 쓰는 규격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또 제 추측에 이런 규정이나 분위기는 '개인차를 존중하기보다 수련을 통해서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검도 수련의 방향성에서 비롯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검도 경기에는 복싱과 태권도에서와 같은 체급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성인 시합은 키가 크건, 작건, 젊건, 나이들었건 뒤섞여서 경쟁합니다. 검도가 반드시 경기에 나가려고 하는게 아니지만 평소 수련에도 이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즉 개인차가 분명히 전투력에 영향을 주지만 그것을 인정하기보다 그것을 이겨내려고 하는 노력을 더 중시합니다. 내가 키가 작고, 힘이 없으면 수련을 통해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수련하라고 합니다.

사정은 이러니 일단은 님이 연령에 맞는 사이즈를 쓰도록 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게 정말 불편하시면 관장님께 편한 죽도를 쓰겠다고 말씀드려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