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어떻게 ‘괴물’이 되고 있나
<3> 관리감독 부재

일방·부실’ 추진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매입’ 과정에는 재단 운영의 또 하나의 축, 제주특별자치도가 있었다. 출자출연한 법인을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하는 지자체임에도, 제주도는 이번 매입과정에서 오히려 재단의 일방 추진을 부추기는 모양새를 보였다.

재밋섬 매입과정에서 재단이 비판 받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막대한 예산(173억 원)을 수반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적었다는 부분과, 당초 매입예산에 부적절한 예산 항목을 다수 포함시켰다는 사실이다. 특히 해당 예산서에 명기된 매입비가 매매계약서에 쓰인 금액보다 적게 책정되는 등 매입 실무에서도 여러 오류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재단은 도의 승인을 받았지만 도 역시 이 부분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 했다. 관리감독 기관으로서의 위상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김홍두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지난 5월 17일 자신이 당연직 이사로 있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회 ‘재밋섬 매입 건’ 심의에서, 앞선 주민설명회의 분위기를 묻는 다른 이사의 질문에 “주민들은 오는 것을 환영하고 찬성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이사회에 이틀 앞서 개최된 주민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은 맞은편 ‘예술공간 이아’의 사례를 들어 주민을 위한 공간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전에 공론화 과정이 없었던 이유를 물으며 불쾌감도 표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종 결정권자인 도지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급하게 추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설명회 참석자 중 재단 직원을 제외한 순수 참석자 수가 그리 많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날 회장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찬성 쪽이 아니었다고 현장에 있던 이들은 말한다.

김홍두 국장은 한발 더 나아가 “재단은 지금 이사를 가야하는 시점이고, 문화예술공간 또한 만들어져야 하는 때”라는 아리송한 말을 건네며 매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맞은 편 “옛 제주대병원 건물에 입주해 있는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2020년 없어지면 그 공간도 확보해서 예술공간 이아, 아트플랫폼(재밋섬 매입 사업의 가칭), 새로운 공간까지 문화예술공간 트로이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도 덧붙였다. 옛 제주대병원의 건물 소유주가 제주도가 아닌 제주대학교이고, 실제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의 건물 임차기간이 2020년이 아닌 2022년 말까지인 점을 생각하면 제주도 문화 국장이 이번 사업에 어느 정도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 지 짐작해볼 수 있다.

제주도는 이번 매입 추진 실무에서도 놓치는 게 많았다

제주도가 최종 승인한 재밋섬 매입 세출예산서를 보면, 자산 취득비는 토지와 건물을 합해 100억 원이다. 하지만 재단과 재밋섬 건물주가 체결한 매매계약서에는 건물 매매대금 67억3800만원에 대한 부가세가 별도라고 기재돼 있어 실제 건물 매입비는 106억7380만원이 된다. 이는 재단이 잘못 기재한 예산안을 제주도가 제대로 걸러내지 못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차액은 세출예산서 상의 예비비(5억7500만원)를 초과하기 때문에 9880만원을 다시 구해 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같은 상황은 제주도가 재단 이사회의 '재밋섬 매입 의결 건'을 승인한 직후, 재단이 매입 예산안을 이사회에 서면 의결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했다.

당시 재단이 이사들에게 서면으로 발송한 심의 안건(재밋섬 건물 매입 세출예산서)에는 양도세 1억 원, 워킹그룹 3인 수당 9000만원 등 매입과 연관 없는 항목이 다수 포함됐지만, 이사인 김홍두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찬성 의견을 전달했다. 이후 제주도가 적절치 않은 조항을 삭감한 새로운 예산서를 재단에 요청하며 결국은 변경됐지만, 도 국장이 문제가 있는 예산서를 그대로 승인한 과정을 놓고는 법인을 지도감독해야 할 담당부서 국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행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