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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 변호사가 제안하는 ‘위대한 유산정리’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1 09:05

수정 2018.07.21 09:05

노영희 변호사가 제안하는 ‘위대한 유산정리’
재산상속은 이제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재산이 많은 사람이나, 심지어 빚쟁이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바로 상속이다. 창업부자보다 상속부자가 훨씬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상속자끼리 죽기 살기 싸우다가 재산 다 날리고 가족관계까지 끊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벌 총수들의 낯 뜨거운 재산 싸움이나 대통령까지 지낸 정치인의 혼외자가 재산분배를 요구하는 소송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재산상속 민낯이다.

상속은 인생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생의 마지막 중요한 ‘마무리 행사’다.
자식을 믿고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정말로 자식의 행복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상속을 제대로 해야 한다. 부모 마음도 피멍 들고 자식들도 피눈물 흘리는 승자 없는 상속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정신이 멀쩡할 때 나의 사후 가족의 행복한 미래를 설계한다는 심정으로, 이것이 내가 가족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란 마음으로 상속에 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산 상속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무엇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물려주는 것인가에 생각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부자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보편화돼 있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 저명인사들은 재산의 사회적 환원을 사회운동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는 것을 의아해하고 심지어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자식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그들을 통해 부모의 인생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역임하며 현재 각종 뉴스 프로그램의 인기 패널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노영희 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가 ‘자식에게 절대 재산을 물려주지 마라’는 제목의 재산상속 지침서를 내놨다.

노 변호사는 아직도 재산상속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또는 애써 외면해온 재산상속에 관한 우리사회 노년층들의 고민과 그 해법을 찾아보고자 이 책을 기획했다.

‘재산, 자식들에게 절대 물려주지 마라’가 던지는 명제는 절대로 물려주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어떻게 잘 물려줄 것인지에 관한 해답찾기다.

저자는 재산상속을 통해 자식을 옭아매려는 의도는 결국 부모와 자식 모두를 망치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해서 장의사에 지불할 만한 돈만 남겨두고 다 쓰고 죽으라는 말은 이기적으로 살라고 하는 게 아니다. 부모가 노년 이후에도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안정된 삶을 유지해야 자식도 자신들의 삶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재테크’가 아닌 ‘생(生)테크’를 생각해야 될 때라고 말하는 노 변호사는 ‘인생관리’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고, 그것을 재산정리에 적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원래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심리학 전문가였다. 1991년 대학졸업과 함께 영재교육관련 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소장을 지내는 등 영재교육가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그는 전직 대통령의 손자와 유명 재벌집안의 자녀들 교육도 맡은 적이 있다. 교육방송인 EBS출연은 물론 성균관대 경희대 덕성여대 등 대학 강의도 줄을 이을 정도로 그의 명성은 대단했다.

하지만 노 변호사는 잘 나갈 때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그동안 가졌던 모든 것을 버리고 인생 중반기를 리셋하게 된다. 2000년 초반 사법시험 도전에 나선 것이다. 홑몸으로도 도전하기 힘든 사법시험을 그는 첫 애를 기르면서 3년 만에 합격(2003년)했다. 사법연수원 졸업은 남들보다 늦은 2007년에야 이뤘다. 지난 10년간 저축해 놓은 돈도 이 기간에 대부분 써버렸다고 한다. 늦깎이라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아 맏언니뻘이었던데다, 특유의 화끈한 성격과 솔직 담백함으로 웬만한 남성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보인 탓에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 ‘여왕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노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맡으며 ‘언변’에도 두각을 나타냈고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가 법조계에 들어서며 인생의 중반기를 새로 시작했듯이 최근 그는 ‘생(生)테크’라는 또 다른 이슈를 들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자식에게 절대 재산을 물려주지 마라’는 그의 도발적 메시지에 담긴 ‘속뜻’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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