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회화에서도 일찍부터 가까이 있는 사물은 아래에, 멀리 있는 사물은 위쪽에 표현하였다. 원근법적 표현 기법을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는 4~5세기 무렵 동진(東晉) 시대에 고개지(顧愷之)라는 사람이 궁중의 사녀들이 지켜야 할 덕목을 그린 ‘여사잠도(女史箴圖)’로 알려져 있다. 화장하는 여인의 얼굴이 거울에 비치도록 구도를 잡고, 가까운 대상은 짙은 빛깔로, 멀리 있는 대상은 엷게 그려 원근감을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멀리 있는 것은 가까이 있는 대상에 가려지는, 이른바 부조(浮彫) 수법도 원근법을 의식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다. 동양화에서 투시 원근법은 11세기 중국 북송에서 곽희(廓熙) 부자(父子)가 등장하면서 양식이 통일되고, 철학적인 의미가 부여되었다. 이들 부자가 쓴 『임천고치(林泉高致)』는 동양 회화와 화가들이 가진 자연관의 핵심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계절과 일기의 변화에 따른 산과 나무, 안개의 모습들을 묘사하고, 산수화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