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

질문 영화 <괴물>의 제작과정(Production Note)에 대하여 알려주세요.
kin_**** 조회수 92,213 작성일2006.07.18

영화 <괴물> 지식iN 이벤트 질문입니다.

 

 

가족의 사투가 시작되다!
한강,가족 그리고....

<괴물>

 

우리는 영화 <괴물>에 대한 모든 지식이 궁금하다.

 

6. 영화 <괴물>의 제작과정(Production Note)에 대하여 알려주세요.

Tip]
영화 <괴물>은 봉준호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 잠실 교각에서 이상한 생물체를 목격한 시점부터 구상되어온 작품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괴물>의 공식홈페이지공식커뮤니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괴물>에 대한 여러분의 넘치는 지식을 마음껏 올려주세요.
최고의 지식인들을 선정하여 예매권을 드립니다.

 

 

응모  기간   :  7월 18일 (화) ~ 7월 27일 (목)

당첨자 발표 :  7월 31일 (월)

당첨인원     :  200명

경품내역     :  <괴물> 예매권 (1인 2매)

프로필 사진

답변자님,

정보를 공유해 주세요.

330 개 답변
171번째 답변
프로필 사진
탈퇴한 사용자 답변

-  그야말로 제작과정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괴물촬영장소

   그리고 연기하는 배우들 사진들을 모아봤어요^^;

   좀더쉽게볼수있을것같아서요..

 

   간간히 제 생각도 넣어봤습니다..^^

 

 

 

 

 


송강호 & 변희봉의 쉴새없는 애드립에 끼어들 틈이 없다.
완전 장소팔과 고춘자!

 

- 애드립.. ㅋㅋ 살인의왕국.. 송강호씨의애드립 아직도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들 강두(송강호)를 바라보는 두 남자…

 

 

- 갸우뚱.. 너무귀여우신거아니에요??:

 

 

 

 

 


영화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 된 한강의 구멍가게

 

- 아 .. 이곳이..바로 박강두씨 가족들이.. 이끄는..한강매점~..

있었나?; 기억이..가물가물..~

 

 

 

 

 


 


길고 어두운 하수구 안에서, 
봉준호 감독이 강두(송강호), 희봉(변희봉)에게 오늘 촬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동안,
하수구 앞에서는 
안에서 원활한 촬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스탭이 있다. 

 

- 또하나의 중요한 장소 하수구.. 이곳에서 괴물이만들어진건가요?;; 궁금;해요'ㅠㅠ

 

 

 

 

 

 

 

 

 


<괴물> 제작팀이 이뤄낸 빛나는 성과
한국영화 사상 최초
실제 뉴스룸에서 영화를 찍게 되었다.

 

 

게다가 최일구 아나운서, 김수진 아나운서까지 출연…

 

- MBC 이죠?.. 아하.. 괴물소식;; 섬세한것까지 배려한 감독님의 노력이 베어있네요..

 

 

 

 

 

 

#

학교에서 돌아오는 현서를 발견한 강두(송강호),
반가운 마음에 신나게 달려가는 모습 촬영 중

 

사랑하는 딸에게 달려가는 아빠
봉준호 감독이 생각해 낸 아빠의 모습은 이렇다.

 

 

영화 <괴물>에서 강두의 모습
봉준호 감독의 생각을 너무나 멋지게

온 몸으로 그려낸 배우 송강호
역시 대한민국 최고 배우다.
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아빠가 있을까?

 

 

- 제가제일좋아하는사진.. 화기애애.. 정말 친부녀같아요..^^;

 

 

 

 

출처 : 사진 + 자료 - 맥스무비 공식 괴물 영화일기

 

 

 

 

 

 

제작과정 알아가는것도 정말 재밌어요.. 좀 더 알고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정말좋은기회였던것같아요..  더질문없나요? ^^;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재밌고

흥미진진하고 궁금증을 일으키는영화.. 세상에 몇 이나 될까요?

대종상에.. 괴물이 내년에는 걸릴겁니다^^; 그리고 모든상을 휩쓸꺼예요..

일단.. 영화를 봐야알겠지만; 모든면에서 훌륭할것이라고 생각되요^^;

훌륭한제작진.스탭분들.배우분들. 감독님 이 있기에 한국영화가 빛날거라 생각되요  헐리우드가 먼저 놀란영화..  먼저 인정을받은영화.. 기립박수를 받은영화..

한국영화의 발전을 말해주는영화.  바로 그것이 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

 

 

 

 

 

 

2006.07.22.

  • 채택

    질문자가 채택한 답변입니다.

  • 출처

    맥스무비괴물일기&저의생각^^

도움이 되었다면 UP 눌러주세요!
UP이 많은 답변일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됩니다.
2번째 답변
프로필 사진
sens****
시민
본인 입력 포함 정보

괴물의 리얼리티와 다이내믹한 면을 가장 고려했다"

 
 
-애초에는 괴물을 어떤 모습으로 생각했나.
=아주 구체적인 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에 내가 스케치를 하기도 했는데, 주머니처럼 말려서 굴러가는 괴물도 있었고, 꼬리에 있는 뼈로 공격하는 괴물도 있었다.

-장희철 디자이너는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초반 작업을 해보니 굉장히 현실감있는 리얼리티를 갖고 있었다. 사실 처음 만날 때 포트폴리오를 가져왔는데 물방개가 변이된 괴물을 디자인해왔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압권은 본인의 나체 사진이었다. 그러니까 그 괴물이 사람의 옷을 벗겨서 잡아먹는 과정을 동작별로 묘사했는데, 셀프카메라로 찍은 자신의 모습을 합성했더라.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했다. 하여간 그와의 작업은 너무 만족스럽다. 차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설국열차>도 함께 작업할 계획이다.

-괴물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게 하고 싶었나.
=그렇다. 영화에 채택이 안 돼서 그렇지, 중·후반에는 훨씬 못생기고 약간 웃긴 디자인이 있었다. 미국 배우 스티브 부세미와 무척 닮은 모습이었다. 너무 코믹해질 우려가 있어서 포기했는데, 카리스마도 눈곱만치도 없으면서 더 무지렁이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 비굴하고 하이에나 같은 존재였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괴물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다는 것에 약간 놀라더라.
=사람들은 63빌딩을 부수고 하는 고질라를 생각하더라. 괴물이 클수록 어린이영화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잖냐. (웃음) 그러니까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이내믹한 행동력도 떨어지니까 작게 만들고 싶었다. 또 너무 크면 어디에 숨을 수도 없잖나. 최대한 감춰야 괴물이 나오는 장면을 줄일 수 있다. 한숏에 3천만원이나 하는데 말이다. (웃음) 사실, 2004년 PPP 때도 괴물의 크기를 보여주기 위해 사람을 꼬리에 매단 모습을 그림으로 만들었는데도 잘 모르더라. 아직도 누군가를 만나면 ‘국회의사당을 부수나?’ 하고 물어본다. (웃음)

-애초에는 CG도 웨타디지털에서 하기로 했었는데.
=2005년 1월 뉴질랜드에서 협상을 할 때만 해도 300만달러 선에서 합의를 봤다. 그런데 나중에 700만달러가 넘는 견적서가 날아왔다. 결국 조정이 안 돼서 방향을 틀었다. 만일을 대비해 오퍼니지쪽과도 미리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다음주쯤에야 촬영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웃음)

-괴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설정하고 찍는 상황에 대해서 배우들이 어색해하지는 않았나.
=실사영화를 찍을 때도 배우들은 그런 상황에 많이 처한다. 상대배우가 카메라 옆에 서서 연기를 받아주기도 하지만, 안 받아주는 경우도 많다. 몇번 하다보니 익숙해지더라. 다만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긴 했지만. 사실 김형구 촬영감독님이 힘든 일이 더 많았다. 카메라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미리 예정된 대로 패닝을 해야 했다.

-국내 상영 버전은 칸에서 보여진 것과 다른가.
=사운드를 손봐야 하고, 음악도 바꿔야 한다. 그리고 부분적인 CG작업도 하고 있다. 편집이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

-완성된 괴물은 마음에 드나.
=괴물은 만족스럽다. 영화 자체에 관해서라면 모든 감독이 다 그렇겠지만, 시간과 돈만 있다면 시나리오부터 다 바꾸고 싶다. 영상자료원에서 김수용 감독님의 회고전을 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 김수용 감독님께서 갑자기 영상원 직원에게 ‘야 그 프린트 좀 가져와봐’ 하시더니 ‘그 신은 필요없겠다. 잘라야겠다’라고 하면서 진짜 필름에 손을 대려 하시더라. 그게 65년작인가 그랬는데 말이다. 감독들은 다 똑같은가보다.

-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니 이제 한시름 놓은 것 아닌가.
=영화 끝나고서 사람들이 좋아할 때만 해도 의례적인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리뷰가 좋아서 안심은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너무 칸 소식이 부풀려진 것 같아서 부담스럽기도 하다. 기대치도 높아져서 관객이 딱 팔장을 끼고 보면서 ‘뭐 별것도 없구만’ 할까봐 겁이 난다.

 

없지만 있는 듯, 괴물의 존재를 고려한 촬영
이와 동시에 호주의 특수효과업체 존 콕스팀에서는 애니매트로닉스(전자적으로 재현되는 로봇) 작업이 진행됐다. 애니매트로닉스는 <쥬라기 공원> 등에서 사용된 것으로, 크리처가 배우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등장할 때 CG가 아니라 실제 크기의 로봇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괴물>에서도 괴물의 입 부분이 애니매트로닉스로 만들어져, 괴물이 사람을 삼키거나 뱉을 때 등에 사용됐다. 한국에서도 괴물의 존재를 고려한 촬영이 진행됐다. 배우들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있는 듯 연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수효과업체 퓨처비전은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일으키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괴물이 물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드럼통을 정해진 각도로 빠뜨린다든가 하는 ‘프랙티컬 이펙트’ 작업이었다. 한편 한국의 CG업체 EON은 괴물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의 CG를 만들기도 했다.

 
장희철 크리처 디자이너가 괴물의 소형 매켓을 만들기 위해 만든 뼈대의 모습
 


시각적인 요소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괴물이 일으키는 실감나는 소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쿵쿵대면서 걸어가는 괴물의 발소리나 꼬리 움직이는 소리 등이 녹음업체 라이브톤에서 제작됐다. 또 다양한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미국에서 주문된 동물소리 샘플러가 이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괴물이 내는 괴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목소리 배우가 꼭 필요했다. “괴물이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감정을 표현하는 대목들이 있는데, 이것은 효과음만으로는 불가능했다. <킹콩>에서 앤디 서키스가 직접 킹콩의 목소리를 녹음한 것과 똑같은 이치다.”(봉준호) 결국 괴물의 목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한 배우가 캐스팅됐다(그는 개봉 때까지 자신이 여기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감춰달라고 제작진에게 부탁했다). “그분 덕에 괴물의 미세한 호흡이나 내면까지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게 봉 감독의 말이다.

이렇게 완성된 <괴물> 속 괴물은 단지 무섭거나 증오해야 할 대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출현하는 극적 맥락 때문에 무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외양만을 놓고 본다면 이 괴물은 H. R. 기거가 창조한 <에이리언>의 외계 괴수처럼 잔인한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의도적으로 괴물의 무서운 면모는 적게 표현됐다. 장희철 디자이너는 “무섭게 보여야 할 장치들, 이를테면 익숙하지 않은 모양새에 뾰족한 이빨 같은 공식적인 클리셰는 배제했다. 한편으로는 너무 멋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디자인된 것과 관련해 봉준호 감독은 “탄생 자체가 불쌍한 놈이다. 사실 이 괴물에겐 죄가 없다. 힘들게 태어나서 나름대로 살아보려고 발버둥쳤던 것이니까”라고 설명한다. 대다수 괴수영화 속 괴물이 별 이유없이 해로운 존재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괴물> 속 괴물은 나름의 사연이 있으며, 여기에 따른 내면 캐릭터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출처 : '영화 <괴물>의 제작과정(Production Note)에 대하여 알려주세요.' - 네이버 지식iN)

2006.07.18.

도움이 되었다면 UP 눌러주세요!
UP이 많은 답변일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됩니다.
3번째 답변
프로필 사진
탈퇴한 사용자 답변
나는 진짜 괴물을 봤다 <괴물> 제작기
[필름 2.0 2006-06-21 21:20] 메일로 보내기  |  프린트
<!-- 기사 -->
<!-- 끼워넣기 --><!-- 끼워넣기 -->

이제 한강에 정말 괴물이 살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이 고교 때 봤다는 괴생물체는 110억 프로젝트의 영화 <괴물>에 성공적으로 등장한다. 한국영화가 시도하지 않았던 본격 SF 장르의 제작 분투기를 싣는다.

“촬영을 100회 이상 했음에도 촬영현장도 공개 못하고, 괴물 자료도 어느 것 하나 보내주지 못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음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한 상태로 어느 하나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괴물>의 제작보고회가 열린 지난 6월 8일 제작사 청어람 최용배 대표는 3년 동안 착실히 준비해온 <괴물>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살인의 추억>을 만든 봉준호 감독이 본격 SF영화, 괴수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간 이 영화에 바친 언론과 관객의 관심은 지대했다. 그러나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PPP에서 <더 리버>(가제)라는 제명으로 공식 제작발표가 난 후로도, 영화의 중심인물이라 할 괴물의 정체는 좀체 드러나질 않았다.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영화의 조각은 고작 괴물의 꼬리 정도였을 뿐이다. 원성과 궁금증은 시커먼 한강물 속처럼, 알 수 없는 괴물의 속처럼 깊어갔지만, 제작사는 지금껏 괴물의 어떤 부분도 드러내길 꺼려해 왔다.

맨 처음 괴수영화를 준비한다 했을 때 주변의 반감은 미해결 실화사건을 영화화한다 했던 <살인의 추억>에 대한 반감 못지않았다. “이무기 영화를 왜 찍냐?” “왜 영화 경력에 오점을 남기려 하느냐?”며 봉준호 감독에게 쏟아졌던 주변의 냉소적 반응. 결국 장르에 대한 편견을 일거에 날려줄 그 ‘한 방’을 준비하기 위해 봉준호 감독은 영화 개봉 전 이 모든 궁금증을 꼭꼭 봉인해두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 공개 이전, 이미 지난 6월 칸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한 <괴물>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한국적 괴수영화, 지능적 블록버스터라는 호평을 얻었다. 이제, 산처럼 불어나 괴물의 몸집만큼 불거진 궁금증을 풀어봐야 한다. <괴물>의 중심 공간인 한강, 그리고 배우들의 촬영 과정, 시각효과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절대 괴물’을 위해 뭉치다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에 이은 세 번째 장편에 착수하며 전작 <플란다스의 개>를 비롯, <살인의 추억>의 주요 스탭과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관객의 입장에선 570만 관객 동원의 신화를 이룩한 <살인의 추억>의 핵심 인물이 모두 모인다는 것에 관심이 쏠리겠지만, 봉준호 감독에게 이 같은 포진은 단순한 이슈거리가 아닌 <괴물>을 완성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영화를 찍다보면 가장 먼저 관객들에게 보여야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게 된다. 관객들을 설득해야 하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관객보다 앞선 내 영화의 관객은 스탭이고 배우다. 그들이야말로 처음으로 내 시나리오를 보고 평가하는 첫 관객이다. 그들의 공감을 얻는 것도 영화 작업에 있어선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국영화로는 드문 SF영화를 찍으면서 대책 없이 나를 믿어주고 신뢰해줄 ‘내 편’이 필요했다. 스탭들에게 ‘절대반지 파괴하러 가는 프로도의 심경이다. 그런데 프로도 곁에는 항상 샘이 있었다. 여러분 중 한 명이라도 나의 샘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웃음)"

<살인의 추억>을 함께한 촬영감독 김형구, 조명감독 이강산, 미술감독 류성희가 참여했고,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가 괴물을 처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으로 뭉쳤다. 특히 네 배우는 봉준호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미리 내정하고 그들의 특성에 맞게 대사를 써내려간 경우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스탭과 배우, <괴물>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신화가 아닌 현실의 괴물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괴물>의 탄생 배경은 퍽이나 소박하다. 1987년 입시를 준비하던 고3 수험생 봉준호는 멀리 창밖으로 한강 교각 다리를 기어오르는 괴물을 보았다고 한다. 그 시절 이미 영화감독의 꿈을 가지고 있던 그는 감독이 되면 이 기억을 꼭 영화에 담겠다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꿈을 꿨다. <괴물>은 이렇게 ‘한강에 괴물이 산다’는 아주 짤막한 상상에서 발전한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은 네스 호나 천지에 나타난 신화 속 괴물도, 우주공간이나 지하세계 속에서 출몰하는 장르 영화 속 괴물도 아닌, 서울 시민이 버스나 지하철만 타면 항상 보게 되는 일상의 공간 한강에 출몰하는 현실적 괴물을 상상했다. 괴물과 맞닥뜨릴 인물 역시 육해공군이나 특수경찰, 생물학자처럼 동떨어진 영화 속 인물이 아닌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무료한 상인으로 설정됐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미모의 방송 캐스터, 생물학자, 특수경찰 등 할리우드 장르 영화에 무수하게 등장하는 전형적 캐릭터는 카메라 100m 밖으로 몰아내리라 다짐했다. 약하고 소외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다보니, 왜 주변에서 이들을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거다.”

영화는 한강변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남자 박강두(송강호) 가족의 모험을 다룬다. 강두의 무료하고 평범한 삶은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딸 현서(고아성)가 괴물에 잡혀가면서 산산조각 난다. 죽었다 여겼던 딸이 하수구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가족은 괴물과 전면전을 선언한다. 강두를 중심으로 아버지(변희봉), 남동생 박남일(박해일), 여동생 박남주(배두나)는 한강 속 무수하게 많은 하수구를 헤집기 시작한다. 여기에, 괴물이라는 판타스틱한 설정에도 불구, 인물들이 맞서는 것은 한국정부의 나약함과 우스꽝스러운 언론의 태도 등 지극히 사회현실적인 것들이다. 가족들은 웬만한 무기 정도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괴물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가족들이 총과 활과 화염병을 들고 싸우는 대상은 결국 괴물이 아닌 무책임한 한국정부와 비리로 점철된 관료, 그리고 미국의 압력과 언론의 작태들이다. “괴수판 <살인의 추억>이다.” 봉준호 감독이 <괴물>을 설명한 이 말처럼 <괴물>은 소재는 다르지만 이야기하는 방식은 <살인의 추억>과 꼭 닮아 있다. 봉준호 감독은 강두 가족의 처절한 사투를 전작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현실 비판적 대사와 유머러스한 기운으로 풀어낸다.

송강호와 어울리는 괴물

“혹시 내가 아니라 괴물이 주인공인 거 아냐?” 배우 송강호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핀잔을 했을 정도로 <괴물>이 괴물의 제작에 쏟아 부은 정성은 대단하다. 그 정도로 괴물은 영화 <괴물>의 완성도에 빛을 내줄 복병이자, 자칫 잘못하면 치명타를 안겨줄 위험요소였다. “리들리 스콧에게 스위스 화가 H.R 기거가 있었다면, 나에겐 장희철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1년 4개월에 거쳐 괴물을 디자인한 장희철의 공을 특히 높이 평가한다. 처음 류성희 미술감독과 시나리오 단계부터 논의하던 괴물의 생김새는 디자이너 장희철과 만나면서 점차 현실화됐다. 괴물은 현실 상황에서 실제 뛰어다니고 움직이는 생물체이자 동시에 드라마 전개상으로도 요구되는 캐릭터로 완성돼야 했다. 사람을 집어삼킬 때 입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몸으로 가격할 때 하중이 어디에 실리는지, 척추는 어디에서 어떻게 지탱하고 있는지, 관절은 어떤 모양새로 움직이는지…. 이 모든 동물학적 이론들이 괴물 디자인을 결정하는 하나하나의 요소이자 변수였다.

특히 괴물이 몬스터가 아닌 생물체라는 점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가지는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한강변에 나타난 괴생물체의 정체는 6년 전 미군병사가 한국병사에게 내린 한 지시에서 비롯된다. 독성 가득한 포름알데히드 병을 하수구에 버리라는 상관의 지시, 한강으로 흘러들어간 독 물질, 그리고 그 독 물질에 의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어류. 괴물은 그저 흥미로운 상상 속 생명체가 아닌 현실에 기반을 둔 가장 사실적인 존재다. “우리 영화 속 괴물은 63빌딩을 집어삼킬 정도의 거대 생명체가 아니다. <킹콩>이나 <고질라> 등 할리우드와 일본의 클래식한 괴수영화들을 참고하지 않았다. 낯설긴 하지만 괴물은 지구 생명체, 곧 어류, 양서류, 파충류의 변형이라는 조건을 달고 태어나야 했다.” 장희철은 철저하게 ‘있을 법한' 괴물을 만들기 위해 온갖 물고기를 구입, 아가미와 꼬리의 생김새를 연구하고 분석했다. 또 뉴질랜드 웨타 워크숍(<반지의 제왕>의 모형을 작업한 스튜디오)에 한 달 반 동안 체류하며 괴물의 피부 표면, 땀구멍 하나까지 표현한 축소 모델, 바로 ‘스캐너블 매킷’을 만들었다.

장희철이 끝까지 염두에 둔 것은 <괴물>의 이 괴생명체가 섰을 때 배우 송강호와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괴물 맞은편에 아놀드 슈워제네거나 톰 크루즈가 아닌 평범한 이미지의 송강호가 있다. 괴물과 송강호가 하나의 그림 속에 어우러져야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괴물은 할리우드의 거대 생명체가 아닌 가장 동양적이고도 한국적인 괴물로 탄생했다.

514㎞, 한강을 해부하다

“영화에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괴물>은 현실과 비현실의 조합이 아니다. 괴물이 나타나고 가족이 이에 맞서 싸우는 게 모두 현실이다. 마치 실제 사건처럼, 다큐멘터리처럼 찍고 싶었다. 괴물도 실재하는 것이고 한강도 실재하는 공간이다.”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감의 중심에는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보게 되는 익숙한 공간, 한강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강 사진을 하도 많이 찍어 이젠 한강이 자신의 집 같다 할 정도로 봉준호 감독은 총연장 514㎞에 달하는 한강을 세밀하고 집요하게 헌팅해나갔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미 한강의 헌팅을 같이 진행했다. 소위 ‘공간 맞춤형’ 시나리오인 셈이다. 같이 시나리오를 쓴 연출부 하준원과 강북 강남을 나눠 한강둔치와 땅속 하수구, 우수구 등 괴물영화에 맞는 장소를 찾아내기 위한 한강 답사를 했다. 특히 괴물 은신처 모델로 삼은 거대하고 깊은 하수구는 연출부를 비롯, 류성희 미술감독, 디자이너 장희철까지 함께 답사했다.” 마치 영화 속 가족이 딸 현서를 찾기 위해 한강의 하수구를 뒤지듯, 감독과 제작진은 수도 없이 많은 한강의 하수구와 우수구, 다리를 반복하며 돌아다녔다. <살인의 추억>에서 80년대 농촌을 재현하기 위해 지방 곳곳을 이 잡듯 찾아다녔던 집요함 그대로다. 조능연 PD는 “한강으로 통하는, 사람이 들어갈 만한 우수구는 다 들어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장 큰 하수구가 있는데 거기는 하루 날 잡아 갔다. 너무너무 길었다. 원효대교 북단에서 들어갔는데 용산역으로 나온 그날은 밥을 못 먹었다”며 한강 헌팅의 고충을 토로한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자면 유일한 교통수단은 자전거. 한강과 연결된 하수구를 들어갔다 오고, 그런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 사진으로 찍고,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한강의 내부뿐 아니라 보여지는 한강도 역시 중요했다. 한강의 공간과 다리, 교각과 둔치에 맞춰 시나리오의 공간도 맞춰졌다. 올림픽대로에서 이동하며 보이는 한강 둔치와 경관은 영화 속 사실감을 드러내주는 또 하나의 장치였다. 실제로 영화 속 괴물이 등장한 후 한강에 방역차가 지나가는 모습은 헌팅 다닐 때 강북강변로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캠코더로 시뮬레이션 한 모습 그대로다. 이렇게 철저한 프리 프로덕션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캠코더로 작업한 앵글이 그대로 영화 속에 연결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방대한 한강이 영화의 공간이다 보니 물론 실제 촬영에선 애로점도 많았다. 수위를 맞춰서 찍어야 할 때 속도 모르고 유람선이 지나가는 경우, 고속도로 수준으로 차가 많은 강북강변로나 올림픽대로의 소음, 그리고 여의도 시민공원에서는 한강을 찾은 수많은 시민들 때문에 촬영에 애를 먹기도 했다.

괴물이 살아 뛴다

“CG는 후반 작업인줄로만 알고 있지 않나. 우리도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촬영 프로덕션에 모두 포함된 과정이더라.” 봉준호 감독은 <괴물>의 작업을 하면서 비주얼 시각화 작업의 중요성이 얼마나 컸는지 강조한다. <괴물>의 디지털 시각화 작업은 이 영화를 현실화하는 데 가장 커다란 문제점이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CG가 중심이 된 SF영화는 단 한 번도 만들어진 적이 없는 것이 한국영화의 현실이었다. 국내 CG업체로서도 <괴물>을 작업하고자 하는 열의는 많았다. 그만큼 <괴물>은 한국 영화계 모두의 화젯거리였다. 그 과정에서 봉준호 감독은 <반지의 제왕>을 작업한 뉴질랜드의 신생업체 웨타 디지털과의 작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막상 <킹콩>등 할리우드 작업물로 스케줄에 차질이 생기면서 막강해 보였던 <괴물>의 비주얼 작업이 주춤거렸다. 그러나 곧장 할리우드의 신생 비주얼업체 오퍼너지(Orphanage)가 참여하면서 작업이 순조로이 진행될 수 있었다.

오퍼너지는 <씬시티> <헬보이> <투모로우>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비주얼 이펙트를 담당한 신생 CG업체다. 수퍼바이저 대부분이 할리우드 비주얼 시각업체의 최고라 불리는 ILM출신인 이곳은 ILM이 배출한 젊은 인재들이 모인 곳으로 할리우드 시각효과 업체 중 최근 가장 활발한 생산을 하는 곳이다. <괴물>의 시각효과는 그중 <쥬라기 공원 2> <스타워즈 에피소드 1> <샤크> 등의 CGI를 담당한 비주얼 이펙트 슈퍼바이저 캐빈 레퍼티가 맡았다.

CG와 CG가 아닌 컷들의 조합을 얼마나 감쪽같이 해내느냐, 여기에 <괴물>의 완성도가 달려 있었다. 캐빈을 비롯, 오퍼너지의 스탭은 촬영장에 몇 개월간 상주, 봉준호 감독과 함께 어떻게 촬영에 대해 의논했다.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인 CG작업을 위해 현장에서의 측정값과 카메라 정보, 라이팅 정보를 얻는 것은 필수 과정이었다. <괴물>의 조명과 실사를 매치시키기 위해 광대한 자연광 아래에서 괴물이 리얼하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할리우드영화의 어두침침한 공간이 아닌, 백주대낮 밝은 공간에서의 괴물을 리얼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확실히 괴물 비주얼 작업의 난점이었다. 태양빛 아래의 장면뿐 아니라 비가 쏟아질 때, 안개가 낀 날씨, 연기가 낀 장면, 밤 장면, 괴물의 어두운 은신처,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외부 환경들을 괴물과 매치시키는 작업이 수반됐다.

괴물이 전부가 아니었다. 괴물이 출몰하는 한강의 수위 변화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룩 디벨로프먼트 팀(look development team)은 여러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워터 시스템을 만들었다. 원효대교 아래에서 강 쪽으로 내려다보는 샷의 경우, 괴물의 움직임에 따라 이펙트를 준 CG로 만든 물과 물의 파형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렇게 CG로 만든 물을 실사 물과 매치시켰다. 몇몇의 경우는 아예 한강 물이 아닌 CG물로 전체가 대체된 경우도 있었다.

오퍼너지의 인원 중 <괴물>의 시각화 작업에 참여한 인원은 슈퍼바이저와 프로덕션 스탭을 포함 총 72명에 달한다. 실사 카메라에 맞춰 CG 동선을 만들어주는 스탭, 실사 플레이트에서 가상 세계를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카메라 매치무브 스탭, 괴물의 뒤에 사람이나 물건이 있을 때 세심하게 아웃라인을 따 분리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로토스코프, 페인트 아티스트 스탭, 또 현실감 있는 근육시스템을 추가해 괴물의 움직이는 뼈대를 만들고, 피부를 입힌 괴물이 몸을 적절한 곳에서 움츠렸다 펼 수 있게 하는 크리쳐 TD 등이 모두 여럿도 아닌 한 마리의 괴물을 표현하는 데 동원됐다.

한강에 괴물이 산다

“<괴물>을 준비 중일 때 <반지의 제왕> 메이킹 필름을 봤다. 피터 잭슨 감독이 14개월 넘게 촬영을 해 얼굴에 벌겋게 열꽃이 피어 있더라. 그가 <반지의 제왕>을 만드는 2년 동안 하루 4시간씩 잤다라고 말하면서 사라지는데 그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걸 보면서 눈물이 났다. 감독이 뭔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앞으로 괴물영화는 다시 찍지 않으리라 하다가도 한 번 더 찍으면 잘 할 텐데 이런 생각을 한다. 분열되는 정신과 망가지는 몸을 추스르며 세 번째 영화 <괴물>을 완성했다.” 봉준호 감독은 고교 때 잠깐 보았던 이미지를 마음속에 품고서 마침내 추진한 프로젝트, 실질적인 기획부터 따지자면 3년이 걸린 <괴물> 프로젝트를 이제 관객들을 향해 떠나보낼 일만 남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 장면이 하수구 장면이라 할 정도로 스탭과 배우 전원이 파상풍 주사를 맞고 아침 먹고 들어가면 저녁 될 때까지 하수구에 갇혀 있었던 기억들이 이젠 모두 추억으로 얘기될 정도로 공개된 <괴물>의 완성도는 훌륭하다.

현재 봉준호 감독은 칸에서 공개된 버전과 달리 한국에 돌아와 마지막 후반작업에 열중이다. 1시간 54분의 길이, 영화의 편집이 뒤바뀌는 건 아니지만, 음악을 비롯한 추가 작업이 수행된다. “진정한 의미의 월드 프리미어는 아직 없었다. 외국 관객들이 <괴물>을 보며 다행히 많이 웃었지만, 이 영화에 녹아든 한국적 상황을 100%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개봉 날, 관객들이 영화의 요소요소를 보고 함께 느끼길 기대한다.”
이화정 기자

2006.07.18.

  • 출처

    네이버영화

도움이 되었다면 UP 눌러주세요!
UP이 많은 답변일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됩니다.
4번째 답변
프로필 사진
sseo****
초수
윈도우 분야에서 활동
본인 입력 포함 정보

올여름 기대되는 공포영화중 하나죠!!봉준호 감독의 <괴물>!!!

제작과정을 한번 살펴보자구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칸영화제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마치고

 7월27일 국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국내와 해외의 매체를

 통해 다채로운 찬사를 끌어낸 <괴물>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괴물’ 그 자체다. 그것은 괴수 캐릭터가 그동안 한국 주류 영화

계에서 거의 등장한 적이 없었던 탓이기도 하고, 촘촘하게 영화를

 만들기로 정평이 난 봉준호 감독이 만든 괴수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괴물> 속 괴물의 탄생과정을 되돌아보고,

 여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다만, 마케팅 방침상 괴물의 스틸 이미지를 공개할 수 없다는

영화사의 입장으로 다소 동떨어진 이미지를 덧붙이게 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킹콩>과 달리 <괴물>의 주인공은 괴물이 아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분명 괴물에게 물려간 딸 현서(고아성)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박강두(송강호)와 그 가족이다. 그럼에도 ‘조연’에

 불과한 이 괴물에 자꾸만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쥬라기 공원>에서 T렉스와 벨로시랩터에게, <죠스>에서 백상어

에게 눈길이 갔던 것처럼. 낯설고 무시무시하기에 그 생김새와

 몸놀림이 자못 궁금한 괴물의 모습은 5월 칸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영화를 본 사람들에 따르면, 괴물은 한강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난 생명체답게 물고기 같기도 하고 “돌연변이 올챙이

”(<버라이어티>)처럼 보이며, 성인보다 3∼4배 정도 크고, 긴 꼬리를

 가졌으며, 두개의 다리로 날렵하게 움직이고 앞다리는 기형적으로

 생겼다. 이 괴물의 가장 큰 특징은 입이다. “연꽃 모양의 입”

(<뉴욕타임스>)은 다섯개의 겹을 이루며, 이를 통해 사람을 날렵하게

 삼키고, 또 뱉어낸다.

2년6개월, 2천여장의 스케치에서 선택된 괴물

이 괴물은 보는 이에 따라 그냥 무시무시한 괴생명체 정도로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사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입장에서는 가장 골치아픈 존재

였다.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괴물의 ‘출연료’는 40억원에 이른다.

괴물을 디자인하는 데에서부터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하기

까지의 모든 과정에 순제작비 110억원 중 36%가 든 셈이다. 그뿐이

아니다. 송강호를 비롯한 대부분의 배우들이 진작부터 출연에 동의한

것과 달리, 괴물이 ‘캐스팅’되기까지는 2년6개월가량이 걸렸다. 2003년

12월 괴물을 구상할 때부터 올해 5월 CG가 완성되기까지 그만한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다. 또 괴물의 최종안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두 2천장이

넘는 스케치가 그려졌으니, 이 2000 대 1의 ‘오디션’ 또한 치열했던

셈이다. <괴물>의 괴물은 결국 한국영화 사상 가장 비싸고 까탈스러운

 ‘배우’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봉준호 감독이 <괴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2003년

12월이다. 괴물의 디자인이 선결돼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그는 류성희 감독을 통해 소개받은 장희철씨를 ‘크리처 디자이너’로

기용한다. 고등학생 시절 검은 괴물체가 잠실대교 교각을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본 뒤 이 영화를 줄곧 꿈꿔왔던 봉준호 감독이지만, 괴물에

대한 구체적인 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미리 생각해둔 이야기

구조에서 비롯되는 괴물의 기능적인 특징은 있었다. 그것은 ‘한강에서

 나온 생명체다. 사람을 입으로 삼켰다 뱉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긴 꼬리를 이용해 사람을 감고, 다리에 매달리고 해야

 한다’ 등이었다.


장희철 디자이너는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괴물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떤 오염물질이 한강에 흘러들면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탄생된

다는 기본 설정에 입각해 그는 어류와 다른 종류의 동물이 결합되면서

 기형이 된 생명체를 상상했다. 그는 다양한 돌연변이 사례를 조사하면서

 다양한 모델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물고기와 쥐가 합체한 모습도 있었고,

 새우나 곤충 모양도 있었다. 심지어 사람의 사체로 파고들어가 위장하는

 ‘인간형’도 있었다.” 그는 아이디어가 정리되면 봉 감독을 보여줬고,

봉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괴물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과 유사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은 2004년 7월이었다. 8개월 동안 7차례의

 프레젠테이션을 한 끝에 최종 낙점된 조합은 어류와 양서류의 합체였다.

 물론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좀더 디테일한 작업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장희철 디자이너는 스케치와 함께 ‘매켓’(maquette)이라 불리는 3차원

 모형을 만들어 카메라 앵글 안에서 어떻게 보여질지를 연구했다.

봉 감독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던 장희철 디자이너는

 “늘 <살인의 추억> DVD를 틀어놓고” 작업을 했다. 결국 10여 차례의

 프레젠테이션을 더 거치면서 2005년 중순이 돼서야 최종안은 확정됐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은 대체 무슨 원칙으로 괴물의 모습을 잡아나갔던

 것일까. 그는 괴물의 모습을 만드는 과정이 배우 캐스팅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사실 내가 원하는 괴물의 외양이 딱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 역할은 이런 느낌의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신인배우를 오디션하면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사람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흡사하거나 아주 다른 느낌이지만

 훨씬 재밌는 경우가 나타난다. 그렇게 계속 폭을 좁혀가면서 최종 결정을

 하는 것처럼 괴물의 모양새를 정해갔다.”

모형작업, CG 작업 거쳐 평면의 괴물이 살아 포효하기까지

곧바로 이 디자인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시작됐다. 첫 번째 작업은

 CG의 기본형을 만들기 위한 ‘3D 스캔용 매켓’을 제작하는 일이었다.

 CG 작업을 위한 기본 소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3차원 모형을 3D

스캐너로 읽어낸 값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대형 매켓이 필수적이었다.

 이 매켓은 부피도 크지만, 비늘이나 피부조직까지 디테일하게 만들어야

 했다. <반지의 제왕> <킹콩> 등을 제작한 뉴질랜드 웨타 워크숍으로

 날아간 장희철은 “매일 오전 15분, 점심시간 30분, 오후 15분만 쉬어가면서

” 한달 반 동안 자신의 손으로 2m 정도의 매켓을 만들었다. “웨타 워크숍의

 아트디렉터 벤 우튼이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전공한 동물학 지식을 통해

 캐릭터에 사실감을 불어넣어줬다. 예를 들어 괴물이 벽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발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발톱이 커야 하는지,

 아니면 발에 빨판을 붙여야 하는지. 그의 조언으로 앞다리 근육을 강화하고

 발을 무난하게 만드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제 공은 뉴질랜드에서 미국으로 패스됐다. 이 대형 매켓은 LA의 젠틀

 자이언트라는 업체에서 스캔을 통해 고해상도의 3D값으로 변환됐다.

 이 값은 CG 업체인 오퍼니지로 넘어갔다. 본격적인 CG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ILM 출신 CG 아티스트들이 독립해 만든 오퍼니지는 그동안

<헬보이> <투모로우> <월드 오브 투모로우> <씬 시티> <슈퍼맨 리턴즈>

 등의 작업을 했던 세계적인 업체. 또 <괴물>의 비주얼 슈퍼바이저를 맡은

 케빈 래퍼티는 <샤크> <맨 인 블랙2> <미이라2> 등에 참여했던 24년

경력의 전문가였다. 오퍼니지는 모델링(3D값을 작업 가능한 사이즈와

포맷으로 변환하는 작업), 리깅(rigging: 괴물의 뼈대를 만드는 일),

 텍스처 매핑(괴물의 피부를 실감나게 구현하는 작업) 등을 거치며 점점

 헤엄치고 달리고 포효하는 괴물의 동작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일을 파악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봉 감독은 오퍼니지와 화상회의

로 대화를 해나갔다. 시차 때문에 동시에 회의를 진행할 수 없어 봉 감독은

 디지털 캠코더를 틀어놓은 상태에서 대형 화면에 CG 영상을 띄운 뒤

일일이 짚어가며 주문사항을 얘기했고, 이 동영상은 파일 형태로 미국으로

 전송됐다. 비주얼 슈퍼바이저 케빈 래퍼티는 “괴물의 움직임, 즉 걷고 뛰고

헤엄치며 꼬리를 놀리는 동작 등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 다섯겹의 입과 그 입 안쪽의 피부를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 또한 어려

웠다”고 설명한다.


CG 등 영상효과 전반을 담당한 비주얼 슈퍼바이저 케빈 래퍼티는 촬영 기간 동안 한국을 찾아

 다양한 작업을 했다. 촬영 카메라에 담기는 영상 외에 구름의 분포나 물결의 모양새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된 ‘크롬볼’ 촬영도 그중 하나였다.


봉준호 감독 인터뷰

"괴물의 리얼리티와 다이내믹한 면을 가장 고려했다"

-애초에는 괴물을 어떤 모습으로 생각했나.

 

=아주 구체적인 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에 내가 스케치를

 하기도 했는데, 주머니처럼 말려서 굴러가는 괴물도 있었고, 꼬리에

있는 뼈로 공격하는 괴물도 있었다.

-장희철 디자이너는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초반 작업을 해보니 굉장히 현실감있는 리얼리티를 갖고 있었다.

사실 처음 만날 때 포트폴리오를 가져왔는데 물방개가 변이된 괴물을

디자인해왔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압권은 본인의 나체 사진이었

다. 그러니까 그 괴물이 사람의 옷을 벗겨서 잡아먹는 과정을 동작별로

묘사했는데, 셀프카메라로 찍은 자신의 모습을 합성했더라. 대단한 열

정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했다. 하여간 그와의 작업은 너무 만족스럽다.

 차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설국열차>도 함께 작업할 계획이다.

-괴물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게 하고 싶었나.

=그렇다. 영화에 채택이 안 돼서 그렇지, 중·후반에는 훨씬 못생기고

약간 웃긴 디자인이 있었다. 미국 배우 스티브 부세미와 무척 닮은

모습이었다. 너무 코믹해질 우려가 있어서 포기했는데, 카리스마도

눈곱만치도 없으면서 더 무지렁이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 비굴하고

 하이에나 같은 존재였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괴물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다는 것에 약간

 놀라더라.

=사람들은 63빌딩을 부수고 하는 고질라를 생각하더라. 괴물이 클수록

 어린이영화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잖냐. (웃음) 그러니까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이내믹한 행동력도 떨어지니까 작게

만들고 싶었다. 또 너무 크면 어디에 숨을 수도 없잖나. 최대한 감춰야

괴물이 나오는 장면을 줄일 수 있다. 한숏에 3천만원이나 하는데 말이

다. (웃음) 사실, 2004년 PPP 때도 괴물의 크기를 보여주기 위해 사람

을 꼬리에 매단 모습을 그림으로 만들었는데도 잘 모르더라. 아직도

 누군가를 만나면 ‘국회의사당을 부수나?’ 하고 물어본다. (웃음)

-애초에는 CG도 웨타디지털에서 하기로 했었는데.

=2005년 1월 뉴질랜드에서 협상을 할 때만 해도 300만달러 선에서 합의

를 봤다. 그런데 나중에 700만달러가 넘는 견적서가 날아왔다. 결국

조정이 안 돼서 방향을 틀었다. 만일을 대비해 오퍼니지쪽과도 미리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다음주쯤에야 촬영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웃음)

-괴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설정하고 찍는 상황에 대해서 배우들이

 어색해하지는 않았나.

=실사영화를 찍을 때도 배우들은 그런 상황에 많이 처한다. 상대배우가

 카메라 옆에 서서 연기를 받아주기도 하지만, 안 받아주는 경우도

많다. 몇번 하다보니 익숙해지더라. 다만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긴

했지만. 사실 김형구 촬영감독님이 힘든 일이 더 많았다. 카메라 안에

는 아무것도 없는데 미리 예정된 대로 패닝을 해야 했다.

-국내 상영 버전은 칸에서 보여진 것과 다른가.

=사운드를 손봐야 하고, 음악도 바꿔야 한다. 그리고 부분적인 CG작업

도 하고 있다. 편집이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

 

봉준호 감독은 미국의 오퍼니지와 CG에 관한 협의를 위해 동영상을 이용했다.

 그는 오퍼니지에서 보내온 CG작업 영상을 대형 스크린에 틀어놓고 그 앞에서 이런저런

주문사항을 말했다. 이 내용은 파일로 만들어져 미국으로 전송됐다. 제작진은 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일?/font>


-완성된 괴물은 마음에 드나.

=괴물은 만족스럽다. 영화 자체에 관해서라면 모든 감독이 다 그렇겠지

만, 시간과 돈만 있다면 시나리오부터 다 바꾸고 싶다. 영상자료원에서

김수용 감독님의 회고전을 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 김수용 감독님께서

갑자기 영상원 직원에게 ‘야 그 프린트 좀 가져와봐’ 하시더니 ‘그 신은

 필요없겠다. 잘라야겠다’라고 하면서 진짜 필름에 손을 대려 하시더

라. 그게 65년작인가 그랬는데 말이다. 감독들은 다 똑같은가보다.

-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니 이제 한시름 놓은 것 아닌가.

=영화 끝나고서 사람들이 좋아할 때만 해도 의례적인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리뷰가 좋아서 안심은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너무 칸

소식이 부풀려진 것 같아서 부담스럽기도 하다. 기대치도 높아져서

관객이 딱 팔장을 끼고 보면서 ‘뭐 별것도 없구만’ 할까봐 겁이 난다.

2006.07.18.

도움이 되었다면 UP 눌러주세요!
UP이 많은 답변일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됩니다.
5번째 답변
프로필 사진
탈퇴한 사용자 답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칸영화제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마치고 7월27일 국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국내와 해외의 매체를 통해 다채로운 찬사를 끌어낸 <괴물>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괴물’ 그 자체다. 그것은 괴수 캐릭터가 그동안 한국 주류 영화계에서 거의 등장한 적이 없었던 탓이기도 하고, 촘촘하게 영화를 만들기로 정평이 난 봉준호 감독이 만든 괴수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괴물> 속 괴물의 탄생과정을 되돌아보고, 여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다만, 마케팅 방침상 괴물의 스틸 이미지를 공개할 수 없다는 영화사의 입장으로 다소 동떨어진 이미지를 덧붙이게 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킹콩>과 달리 <괴물>의 주인공은 괴물이 아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분명 괴물에게 물려간 딸 현서(고아성)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박강두(송강호)와 그 가족이다. 그럼에도 ‘조연’에 불과한 이 괴물에 자꾸만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쥬라기 공원>에서 T렉스와 벨로시랩터에게, <죠스>에서 백상어에게 눈길이 갔던 것처럼. 낯설고 무시무시하기에 그 생김새와 몸놀림이 자못 궁금한 괴물의 모습은 5월 칸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영화를 본 사람들에 따르면, 괴물은 한강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난 생명체답게 물고기 같기도 하고 “돌연변이 올챙이”(<버라이어티>)처럼 보이며, 성인보다 3∼4배 정도 크고, 긴 꼬리를 가졌으며, 두개의 다리로 날렵하게 움직이고 앞다리는 기형적으로 생겼다. 이 괴물의 가장 큰 특징은 입이다. “연꽃 모양의 입”(<뉴욕타임스>)은 다섯개의 겹을 이루며, 이를 통해 사람을 날렵하게 삼키고, 또 뱉어낸다.

2년6개월, 2천여장의 스케치에서 선택된 괴물

이 괴물은 보는 이에 따라 그냥 무시무시한 괴생명체 정도로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사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입장에서는 가장 골치아픈 존재였다.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괴물의 ‘출연료’는 40억원에 이른다. 괴물을 디자인하는 데에서부터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순제작비 110억원 중 36%가 든 셈이다. 그뿐이 아니다. 송강호를 비롯한 대부분의 배우들이 진작부터 출연에 동의한 것과 달리, 괴물이 ‘캐스팅’되기까지는 2년6개월가량이 걸렸다. 2003년 12월 괴물을 구상할 때부터 올해 5월 CG가 완성되기까지 그만한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다. 또 괴물의 최종안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두 2천장이 넘는 스케치가 그려졌으니, 이 2000 대 1의 ‘오디션’ 또한 치열했던 셈이다. <괴물>의 괴물은 결국 한국영화 사상 가장 비싸고 까탈스러운 ‘배우’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봉준호 감독이 <괴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2003년 12월이다. 괴물의 디자인이 선결돼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그는 류성희 감독을 통해 소개받은 장희철씨를 ‘크리처 디자이너’로 기용한다. 고등학생 시절 검은 괴물체가 잠실대교 교각을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본 뒤 이 영화를 줄곧 꿈꿔왔던 봉준호 감독이지만, 괴물에 대한 구체적인 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미리 생각해둔 이야기 구조에서 비롯되는 괴물의 기능적인 특징은 있었다. 그것은 ‘한강에서 나온 생명체다. 사람을 입으로 삼켰다 뱉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긴 꼬리를 이용해 사람을 감고, 다리에 매달리고 해야 한다’ 등이었다.

장희철 디자이너는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괴물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떤 오염물질이 한강에 흘러들면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탄생된다는 기본 설정에 입각해 그는 어류와 다른 종류의 동물이 결합되면서 기형이 된 생명체를 상상했다. 그는 다양한 돌연변이 사례를 조사하면서 다양한 모델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물고기와 쥐가 합체한 모습도 있었고, 새우나 곤충 모양도 있었다. 심지어 사람의 사체로 파고들어가 위장하는 ‘인간형’도 있었다.” 그는 아이디어가 정리되면 봉 감독을 보여줬고, 봉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괴물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과 유사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은 2004년 7월이었다. 8개월 동안 7차례의 프레젠테이션을 한 끝에 최종 낙점된 조합은 어류와 양서류의 합체였다. 물론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좀더 디테일한 작업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장희철 디자이너는 스케치와 함께 ‘매켓’(maquette)이라 불리는 3차원 모형을 만들어 카메라 앵글 안에서 어떻게 보여질지를 연구했다. 봉 감독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던 장희철 디자이너는 “늘 <살인의 추억> DVD를 틀어놓고” 작업을 했다. 결국 10여 차례의 프레젠테이션을 더 거치면서 2005년 중순이 돼서야 최종안은 확정됐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은 대체 무슨 원칙으로 괴물의 모습을 잡아나갔던 것일까. 그는 괴물의 모습을 만드는 과정이 배우 캐스팅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사실 내가 원하는 괴물의 외양이 딱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 역할은 이런 느낌의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신인배우를 오디션하면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사람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흡사하거나 아주 다른 느낌이지만 훨씬 재밌는 경우가 나타난다. 그렇게 계속 폭을 좁혀가면서 최종 결정을 하는 것처럼 괴물의 모양새를 정해갔다.”

모형작업, CG 작업 거쳐 평면의 괴물이 살아 포효하기까지

곧바로 이 디자인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시작됐다. 첫 번째 작업은 CG의 기본형을 만들기 위한 ‘3D 스캔용 매켓’을 제작하는 일이었다. CG 작업을 위한 기본 소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3차원 모형을 3D 스캐너로 읽어낸 값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대형 매켓이 필수적이었다. 이 매켓은 부피도 크지만, 비늘이나 피부조직까지 디테일하게 만들어야 했다. <반지의 제왕> <킹콩> 등을 제작한 뉴질랜드 웨타 워크숍으로 날아간 장희철은 “매일 오전 15분, 점심시간 30분, 오후 15분만 쉬어가면서” 한달 반 동안 자신의 손으로 2m 정도의 매켓을 만들었다. “웨타 워크숍의 아트디렉터 벤 우튼이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전공한 동물학 지식을 통해 캐릭터에 사실감을 불어넣어줬다. 예를 들어 괴물이 벽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발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발톱이 커야 하는지, 아니면 발에 빨판을 붙여야 하는지. 그의 조언으로 앞다리 근육을 강화하고 발을 무난하게 만드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CG 등 영상효과 전반을 담당한 비주얼 슈퍼바이저 케빈 래퍼티는 촬영 기간 동안 한국을 찾아 다양한 작업을 했다. 촬영 카메라에 담기는 영상 외에 구름의 분포나 물결의 모양새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된 ‘크롬볼’ 촬영도 그중 하나였다.

이제 공은 뉴질랜드에서 미국으로 패스됐다. 이 대형 매켓은 LA의 젠틀 자이언트라는 업체에서 스캔을 통해 고해상도의 3D값으로 변환됐다. 이 값은 CG 업체인 오퍼니지로 넘어갔다. 본격적인 CG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ILM 출신 CG 아티스트들이 독립해 만든 오퍼니지는 그동안 <헬보이> <투모로우> <월드 오브 투모로우> <씬 시티> <슈퍼맨 리턴즈> 등의 작업을 했던 세계적인 업체. 또 <괴물>의 비주얼 슈퍼바이저를 맡은 케빈 래퍼티는 <샤크> <맨 인 블랙2> <미이라2> 등에 참여했던 24년 경력의 전문가였다. 오퍼니지는 모델링(3D값을 작업 가능한 사이즈와 포맷으로 변환하는 작업), 리깅(rigging: 괴물의 뼈대를 만드는 일), 텍스처 매핑(괴물의 피부를 실감나게 구현하는 작업) 등을 거치며 점점 헤엄치고 달리고 포효하는 괴물의 동작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일을 파악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봉 감독은 오퍼니지와 화상회의로 대화를 해나갔다. 시차 때문에 동시에 회의를 진행할 수 없어 봉 감독은 디지털 캠코더를 틀어놓은 상태에서 대형 화면에 CG 영상을 띄운 뒤 일일이 짚어가며 주문사항을 얘기했고, 이 동영상은 파일 형태로 미국으로 전송됐다. 비주얼 슈퍼바이저 케빈 래퍼티는 “괴물의 움직임, 즉 걷고 뛰고 헤엄치며 꼬리를 놀리는 동작 등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 다섯겹의 입과 그 입 안쪽의 피부를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 또한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봉준호 감독은 미국의 오퍼니지와 CG에 관한 협의를 위해 동영상을 이용했다. 그는 오퍼니지에서 보내온 CG작업 영상을 대형 스크린에 틀어놓고 그 앞에서 이런저런 주문사항을 말했다. 이 내용은 파일로 만들어져 미국으로 전송됐다. 제작진은 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일기예보’라고 부르기도 했다.
미국 오퍼니지에서 CG작업을 하는 모습.

봉준호 감독 인터뷰

"괴물의 리얼리티와 다이내믹한 면을 가장 고려했다"

-애초에는 괴물을 어떤 모습으로 생각했나.
=아주 구체적인 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에 내가 스케치를 하기도 했는데, 주머니처럼 말려서 굴러가는 괴물도 있었고, 꼬리에 있는 뼈로 공격하는 괴물도 있었다.

-장희철 디자이너는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초반 작업을 해보니 굉장히 현실감있는 리얼리티를 갖고 있었다. 사실 처음 만날 때 포트폴리오를 가져왔는데 물방개가 변이된 괴물을 디자인해왔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압권은 본인의 나체 사진이었다. 그러니까 그 괴물이 사람의 옷을 벗겨서 잡아먹는 과정을 동작별로 묘사했는데, 셀프카메라로 찍은 자신의 모습을 합성했더라.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했다. 하여간 그와의 작업은 너무 만족스럽다. 차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설국열차>도 함께 작업할 계획이다.

-괴물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게 하고 싶었나.
=그렇다. 영화에 채택이 안 돼서 그렇지, 중·후반에는 훨씬 못생기고 약간 웃긴 디자인이 있었다. 미국 배우 스티브 부세미와 무척 닮은 모습이었다. 너무 코믹해질 우려가 있어서 포기했는데, 카리스마도 눈곱만치도 없으면서 더 무지렁이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 비굴하고 하이에나 같은 존재였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괴물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다는 것에 약간 놀라더라.
=사람들은 63빌딩을 부수고 하는 고질라를 생각하더라. 괴물이 클수록 어린이영화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잖냐. (웃음) 그러니까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이내믹한 행동력도 떨어지니까 작게 만들고 싶었다. 또 너무 크면 어디에 숨을 수도 없잖나. 최대한 감춰야 괴물이 나오는 장면을 줄일 수 있다. 한숏에 3천만원이나 하는데 말이다. (웃음) 사실, 2004년 PPP 때도 괴물의 크기를 보여주기 위해 사람을 꼬리에 매단 모습을 그림으로 만들었는데도 잘 모르더라. 아직도 누군가를 만나면 ‘국회의사당을 부수나?’ 하고 물어본다. (웃음)

-애초에는 CG도 웨타디지털에서 하기로 했었는데.
=2005년 1월 뉴질랜드에서 협상을 할 때만 해도 300만달러 선에서 합의를 봤다. 그런데 나중에 700만달러가 넘는 견적서가 날아왔다. 결국 조정이 안 돼서 방향을 틀었다. 만일을 대비해 오퍼니지쪽과도 미리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다음주쯤에야 촬영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웃음)

-괴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설정하고 찍는 상황에 대해서 배우들이 어색해하지는 않았나.
=실사영화를 찍을 때도 배우들은 그런 상황에 많이 처한다. 상대배우가 카메라 옆에 서서 연기를 받아주기도 하지만, 안 받아주는 경우도 많다. 몇번 하다보니 익숙해지더라. 다만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긴 했지만. 사실 김형구 촬영감독님이 힘든 일이 더 많았다. 카메라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미리 예정된 대로 패닝을 해야 했다.

-국내 상영 버전은 칸에서 보여진 것과 다른가.
=사운드를 손봐야 하고, 음악도 바꿔야 한다. 그리고 부분적인 CG작업도 하고 있다. 편집이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

-완성된 괴물은 마음에 드나.
=괴물은 만족스럽다. 영화 자체에 관해서라면 모든 감독이 다 그렇겠지만, 시간과 돈만 있다면 시나리오부터 다 바꾸고 싶다. 영상자료원에서 김수용 감독님의 회고전을 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 김수용 감독님께서 갑자기 영상원 직원에게 ‘야 그 프린트 좀 가져와봐’ 하시더니 ‘그 신은 필요없겠다. 잘라야겠다’라고 하면서 진짜 필름에 손을 대려 하시더라. 그게 65년작인가 그랬는데 말이다. 감독들은 다 똑같은가보다.

-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니 이제 한시름 놓은 것 아닌가.
=영화 끝나고서 사람들이 좋아할 때만 해도 의례적인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리뷰가 좋아서 안심은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너무 칸 소식이 부풀려진 것 같아서 부담스럽기도 하다. 기대치도 높아져서 관객이 딱 팔장을 끼고 보면서 ‘뭐 별것도 없구만’ 할까봐 겁이 난다.

없지만 있는 듯, 괴물의 존재를 고려한 촬영

이와 동시에 호주의 특수효과업체 존 콕스팀에서는 애니매트로닉스(전자적으로 재현되는 로봇) 작업이 진행됐다. 애니매트로닉스는 <쥬라기 공원> 등에서 사용된 것으로, 크리처가 배우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등장할 때 CG가 아니라 실제 크기의 로봇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괴물>에서도 괴물의 입 부분이 애니매트로닉스로 만들어져, 괴물이 사람을 삼키거나 뱉을 때 등에 사용됐다. 한국에서도 괴물의 존재를 고려한 촬영이 진행됐다. 배우들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있는 듯 연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수효과업체 퓨처비전은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일으키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괴물이 물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드럼통을 정해진 각도로 빠뜨린다든가 하는 ‘프랙티컬 이펙트’ 작업이었다. 한편 한국의 CG업체 EON은 괴물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의 CG를 만들기도 했다.

장희철 크리처 디자이너가 괴물의 소형 매켓을 만들기 위해 만든 뼈대의 모습

시각적인 요소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괴물이 일으키는 실감나는 소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쿵쿵대면서 걸어가는 괴물의 발소리나 꼬리 움직이는 소리 등이 녹음업체 라이브톤에서 제작됐다. 또 다양한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미국에서 주문된 동물소리 샘플러가 이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괴물이 내는 괴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목소리 배우가 꼭 필요했다. “괴물이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감정을 표현하는 대목들이 있는데, 이것은 효과음만으로는 불가능했다. <킹콩>에서 앤디 서키스가 직접 킹콩의 목소리를 녹음한 것과 똑같은 이치다.”(봉준호) 결국 괴물의 목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한 배우가 캐스팅됐다(그는 개봉 때까지 자신이 여기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감춰달라고 제작진에게 부탁했다). “그분 덕에 괴물의 미세한 호흡이나 내면까지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게 봉 감독의 말이다.

이렇게 완성된 <괴물> 속 괴물은 단지 무섭거나 증오해야 할 대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출현하는 극적 맥락 때문에 무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외양만을 놓고 본다면 이 괴물은 H. R. 기거가 창조한 <에이리언>의 외계 괴수처럼 잔인한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의도적으로 괴물의 무서운 면모는 적게 표현됐다. 장희철 디자이너는 “무섭게 보여야 할 장치들, 이를테면 익숙하지 않은 모양새에 뾰족한 이빨 같은 공식적인 클리셰는 배제했다. 한편으로는 너무 멋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디자인된 것과 관련해 봉준호 감독은 “탄생 자체가 불쌍한 놈이다. 사실 이 괴물에겐 죄가 없다. 힘들게 태어나서 나름대로 살아보려고 발버둥쳤던 것이니까”라고 설명한다. 대다수 괴수영화 속 괴물이 별 이유없이 해로운 존재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괴물> 속 괴물은 나름의 사연이 있으며, 여기에 따른 내면 캐릭터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적이며, 서울적인 괴물

괴물은 환경 재앙 속에서 탄생했다. 눈과 앞다리는 기형에 가깝다. 괴물의 창조자이자 어머니인 셈인 장희철 디자이너는 괴물의 내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생물들은 부모를 통해서든 유전자의 명령을 통해서든 어릴 때부터 특정한 학습을 한다. 그러나 이 괴물은 그런 유전자적 특성이 섞이거나 아예 없어지면서 학습이 불가능하다. 그야말로 부모없이 태어난 존재다.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은 다섯살쯤 되는데, 비정상적인 성장으로 몸집이 커졌지만 어린 시절에는 한강이란 험한 곳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겠나.”

이런저런 정황으로 미뤄볼 때, 괴물은 지극히 한국적인 존재다. 봉준호 감독은 “처음부터 괴물은 유럽 판타지물에 나오는 몬스터가 아니라 송강호와 마주쳐도 어색하지 않은 한국적이고 서울적이며 리얼한 느낌으로 생각했다”고 말한다. <살인의 추억>에서 연쇄살인이라는 스릴러 장르적인 요소를 한국사회 속으로 녹여냈던 봉준호 감독답게, <괴물>에서 그는 괴물이라는 요소조차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로 결합시켜낸 것이다. 결국, ‘괴물의 탄생’은 영화 안에선 불행한 사건으로 묘사될지 몰라도, 한국 영화계 차원에서는 축복받을 일이 될 것이다.

케빈 래퍼티 비주얼 슈퍼바이저 이메일 인터뷰

"괴물은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위협적이다"

-어떻게 <괴물>에 참여하게 됐나.
=시나리오를 읽고 괴물의 디자인을 보자마자 이 영화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로선 <살인의 추억>이 내가 본 유일한 한국영화였는데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텔링 스타일이 너무 좋았다. 봉 감독이 샌프란시스코로 와서 미팅을 할 때는 특수효과가 많이 사용된 할리우드영화에 대한 그의 꼼꼼한 조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처음부터 스타일과 감성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괴물> 작업은 할리우드영화를 할 때와 달랐나.
=나에게 가장 큰 차이점은 촬영 단계다. <괴물> 스탭들은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 강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배우들도 촬영이 없는데 현장에 오곤 했다. 또 현장에서 편집을 했는데,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줬다. 미국에서도 현장 편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지만 내겐 이번이 첫 경험이었다.

-장희철이 디자인한 괴물의 외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괴물은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위협적이다. 괴물의 모든 특성이 너무 좋다. 예를 들면 5개로 이루어진 입이라든가. 대칭이 아닌 점도 좋고, 기형의 작은 다리도 맘에 든다.

-괴물을 CG로 창조하면서 참조했던 동물이나 다른 영화 속 괴물이 있나.
=여러 가지를 참조했다. 과거 영화들과 실제 생물들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공원2>의 두발로 걷는 공룡, 특히 T-rex의 중량감과 부피를 참고로 했다. 그리고 <드래곤 하트>의 용 드라코를 보면서 큰 사이즈의 파충류의 피부에 빗방울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참고했다. <프레데터>와 <블레이드2>에서는 여러 개의 턱이 있는 입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유심히 봤다. 괴물이 수영하는 것에 참조하기 위해서는 고래의 헤엄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악어에서부터 원숭이까지 다양한 생물의 영상도 참조했다. 심지어 송어와 농어를 스튜디오에 가지고 와 불에 태우면서 물고기의 피부를 파악하기도 했다. 지나친 걱정은 안 해도 좋다. 물고기는 이미 죽어 있었고, 깨끗했고, 요리하려고 준비된 거니까. 단지 평범하지 않는 방법으로 요리했을 뿐이다.

-<괴물> 속 괴물을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실제 같은 괴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게 굉장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꼬리에 세 가지의 다른 릭(rig: CG상의 뼈대에 해당하는 것)을 넣었는데, 하나는 꼬리를 이용한 움직임을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먹이를 움켜쥐는 것, 마지막으로는 걷고 달릴 때 밸런스를 잡아주는 모습을 위해서였다. 다섯겹의 입 또한 어려웠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에서 디테일이 가장 치밀한 감독이라는 평을 듣는데, 까다롭지는 않았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그의 의견은 정말 최고였다. 나 또한 디테일한 부분을 잘 잡아낸다고 생각하는 축인데, 봉 감독님이 캐치하는 부분 중 상당량을 감지해내지 못했다. 봉 감독은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는 단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사람일 뿐이다

2006.07.18.

  • 출처

    네이버블로그

도움이 되었다면 UP 눌러주세요!
UP이 많은 답변일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