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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토지공개념에 반대하나...10문10답

[인터뷰]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

토지공개념은 재산으로서 토지의 사유권 자체는 인정하되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현행 헌법에서도 제23조 제3항 및 제122조 등에 근거하여 해석상 토지공개념이 인정되고 있으나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은 위헌판결을,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고,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임을 전제로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이후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보수언론 등에서 토지공개념에 대해 '사회주의 헌법', '사유재산제를 부정한다'는 등의 이유로 개헌에 포함시키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과 함께 '10문 10답'을 통해 정리했다. 인터뷰는 12일 오전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이태경 사무처장 ⓒ프레시안(전홍기혜)

1. 토지공개념이란 무엇인가?

토지공개념과 관련해 헌법적인 관점과 경제적인 함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헌법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토지공개념은 대한민국 헌법 23조의 재산권과 관련된 개념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사유재산권을 보장한다. 그런데 재산권과 관련된 23조에 보면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즉, 의회가 법률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게 되어 있다. 제23조 제2항을 보면, 재산권은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토지라는 재산권은 다른 재산권보다 사회적 구속성이 클 수 밖에 없다. 왜? 토지는 특정한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원한다고 더 만들어낼 수도 없다. 한정된 자원을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한다. 이런 '한정성' 때문에 토지를 갖지 못한 사람이 갖는 불이익이 더 커진다. 이처럼 토지는 다른 재산권에 비해 영향력이 너무 크다. 따라서 재산권의 사회적 구속성이 있고, 다른 재산에 비해 더 강한 구속성이 요구된다는 게 헌법적인 관점에서 토지공개념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존 로크 이야기를 얘기될 것 같다. 로크가 소유권의 정당성에 대해 논중했다. 나의 몸은 내 것이다, 나의 노동이 투입돼서 만들어진 결과물은 내 것이다, 이 두가지 명제에 대해선 논증이 필요 없다. 그러면 토지를 비롯한 천연자원은 어떻게 되냐? 로크는 처음에는 토지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공유하는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당시 지주들이 이에 대해 반발하면서 압박을 했다. 그래서 로크가 단서를 달게 된다. 토지도 사유가 인정되는데,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만 가능하다. 로크의 논리로 따지면, 지금은 토지가 다 사유화 되어서 땅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토지 사유로 인해 권리를 침해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담 스미스, 존 스튜어트 밀 같은 고전주의 경제학자들도 지주들과 지대를 싫어했다. 지주들은 토지 소유 이유 때문에 생산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자본가와 노동자가 만들어내는 가치를 약탈한다고 봤다.

헨리 조지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계승해서 발전시켰다. 헨리 조지는 지대(임대료)에 과세를 하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더 효율적이고 정의로울 것이라고 봤다. 경제학적 의미의 토지공개념의 원조는 헨리 조지다.

2. 재산권 중에 유독 토지에만 공개념을 적용해야할 이유가 있다면?

왜 유독 토지에만 공공성, 사회적 구속성을 강조하느냐고 할 때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강하게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돌아봐야 한다. 토지를 비롯한 자연 환경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토지를 비롯한 환경은 모든 사람이 마땅히 평등하게 누려야할 권리다. 그런데 이미 토지 사유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방식은 과세 밖에 없다고 본다.

3. 대한민국 건국 이후 토지공개념의 역사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여러 정부를 거쳐 토지공개념이 법적, 정책적으로 실현됐다. 토지공개념의 정수는 이승만 정권의 농지개혁이다. 농지개혁법이 1949년 6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유상몰수, 유상분배 방식이었다. 물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대한민국에 앞서 농지개혁을 무상몰수, 무상분배 방식으로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은 그 이후 농민들에게 많은 과세를 했기 때문에 남한의 방식보다 훌륭하다고 보기 힘들다.

대한민국은 농지개혁 당시 지주들이 3정보 이상의 토지를 소유 못하게 했다. 지주들에게 지가증권을 주면서 몰수를 했다. 농민들에게는 소출의 3할을 5년 동안 받는 방식으로 분배를 했다. 3할이면 꽤 높아 보이지만 당시 소작농이 지주들에게 바치는 지대가 매년 소출의 5할-7할이었다. 따라서 당시 농지개혁은 농민들에게 매우 유리한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농지개혁이 대한민국의 적화를 막은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3개월 전인 1950년 4월에 농지가 분배됐다. 자기 땅이 생긴 농민들은 북한의 남침을 환영하거나 남한 정부의 전복을 위해 봉기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농지개혁은 이후 남한 사회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규정지은 요인이 됐다. 1951년 자영지 비중이 96%가 됐다. 반면 지주들은 한국전쟁으로 지가증권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지주 계급이 소멸했다. 농지개혁으로 불과 몇 년 만에 지주들의 나라가 자영농들의 나라로 변신했다. 남한이 완전히 리셋된 셈이다. 이후 '한강의 기족'이라는 빠른 경제성장을 하게 된 원동력 중 하나가 됐다.

박정희 정권에서도 1977년 신형식 건설부 장관이 토지공개념에 대해 "토지 소유와 이용을 분리해야 한다"고 거론했다. 그러다가 노태우 정부 때 토지공개념이 전면에 등장했다. 당시 3저 호황과 함께 주택 가격이 폭등하면서 노태우 정부가 주택 200만호 건설과 토지공개념 3법을 들고 나왔다. 3법은 토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제, 그리고 개발부담금제였다. 이렇게 공급을 늘리고 토지공개념 3법으로 대표되는 수요억제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을 찾았고, 1991년 이후 10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유지했다. 그런데 토지소유상한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고, 토지초과이득세제는 헌법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개발부담금제만 합헌 결정이 나서 아직까지 살아있다. 이런 식으로 토지공개념 3법이 사실상 형해화 됐다.

그 이후에는 노무현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가 토지공개념 정신을 잇는 것이었다. 종부세가 토지에서 발생한 과도한 초과소득을 환수하겠다는 뜻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승만 정부에서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정부에서 토지공개념 정신이 제도나 입법으로 강하게 관철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4. 1987년 헌법에는 토지공개념이 담겨 있지 않나?

지금 헌법은 1987년 이후 30년이 지났다. 대한민국 헌법 중 가장 수명이 긴 헌법인데, 이 헌법에 보면 122조, 또 23조 2항과 3항에 토지공개념의 개념이 명시적이진 않지만 들어와 있다.

또 헌법재판소가 수차례의 결정을 통해서 토지공개념을 확고하게 지지했다. 토지는 사회적 구속성이 높게 요구되는 재화라고 일관되게 토지공개념 정신을 지지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해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토지공개념의 정신은 여러 가지 입법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사회가 고도화 될수록 입법이나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할 때 결국 중요한 것은 세금이다. 고율의 보유세를 입법하거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이 헌법재판소에서 심사를 할 때, 헌법 안에 토지공개념이 명시되면 헌법재판소가 훨씬 전향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또 의회에서 세금이나 준조세와 관련된 전향적인 입법으로 위해서도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명시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6.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할 경우 기대되는 효과는?

경로의존성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나 조직은 경로의존성을 갖기 마련이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도 그렇다. 농지개혁을 통해 평등하게 출발을 했지만, 박정희 정권을 시작으로 다시 지주들의 나라가 됐다.

한국의 토지 소유 편중도를 살펴보면, 2012년 면적 기준으로 보면 개인 상위 1%가 55%의 토지를, 상위 10%가 97%의 토지를 소유했다. 법인 소유 토지를 보면 편중도가 더 심하다. 1%의 법인이 전체 법인소유 토지의 75%를 소유하고 있다. 또 아주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매년 300조 원 이상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한다. 작년 대한민국의 GDP가 1600조 원이었다. 전체 GDP의 20%에 가까운 돈이 부동산 불로소득이다. 이게 부동산 공화국의 실체고,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인질로 잡혀 있는 셈이다.

헌법은 법치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헌장이자, 사회적 약속이다. 여기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하면 앞서 말한 부동산 공화국과의 '작별'에 대한 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헌법에 통지공개념을 명시함으로써 좀더 전향적인 제도와 입법으로 토지 불로소득에 대한 국민들의 욕망이 진정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7. 자유한국당, 조선일보 등에서는 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라거나 사유재산제의 근간을 흔든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사실인가?

무지의 소산이거나 악의적인 왜곡이다. 토지공개념의 정신에 기반해 역대 정부들이 정책으로 입법했다. 자유한국당에서 국부라고 추앙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정부가 농지를 몰수해 분배하는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그렇다면 이승만 전 대통령도 사회주의자인가?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하더라도 의회에서 관련 입법을 해야만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 입법화 되더라도 관련 법 조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지 사법 심사를 해야만 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이유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할 수 있다. 과잉금지의 원칙이다. 또 국민의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 본질 내용 침해 금지의 원칙이다. 토지공개념 관련 입법을 하더라도 과잉금지, 본질내용 침해금지라는 원칙으로 사법 심사를 한다. 따라서 개인의 사유재산권은 이런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있어서 당연히 보장되는 것이다.

8. 이런 반발이 제기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현재 질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대한민국이 지주들의 나라로 재편됐다. 토지를 소유하는 상위 10%, 법인의 1%는 당연히 완강히 반대할 것이다.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 보수언론이 정말 겨냥하는 사람들은 이들 한줌의 사람들이 아니다. 현재 유주택자가 무주택자들보다 조금 많다. 이 사람들을 의식하고 겨냥하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면 정부가 과격한 정책 낼 수도 있고, 그러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너희 집값도 떨어질텐데 괜찮아?'

자꾸 이렇게 얘기하면서 6월 지방선거까지 내다보며 표심을 자극하는 것이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흔들려는 의도가 강하게 있다고 본다.

9. 이런 정치 공세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개헌에 토지공개념을 포함시킨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대로 가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아무리 변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국가 사회를 유지하는 원리는 동일하다고 본다. 토지를 소유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기득권을 세습하게 되면 닫힌 사회가 되고, 그 국가는 몰락했다.

대한민국도 건국 이후 농지개혁을 통해 자영농의 나라로 출발해 빠른 경제성장을 하다가 점차 지주들의 나라로 변질되면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과도한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하고 이것이 소수에게만 흘러들어가고, 또 이런 부가 세습이 되고 있다. 서울 강남 사람들이 점점 부자가 되어가고, 강남 출신 아이들이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갖고, 부모들의 부를 세습 받아 점점 더 부자가 되어 간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대한민국이 신분제 사회로 고착되고 있다. 이 사실을 끊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희망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걸 극적으로 반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하고 토지공개념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본다.

10. 토지공개념 개헌 시 보완할 대목이 있다면?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조문에 토지공개념이 들어가긴 했지만, 천연자원과 환경까지 포함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의미는 공공의 것, 개인의 노동의 귀속되는 것이 아닌 것에 대해 먼저 과세를 하는 쪽으로 세제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환경에 대한 과세를 더 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는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 사유재산권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또 하나, 조만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다. 어떻게 개편을 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부동산 시장에서 인지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리트머스 시험지는 보유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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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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