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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상시

일반 국민에게 ‘최순실’ 이란 이름이 처음 소개되면서 그 악행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러시아 혁명직전 로마노프 왕조의 라스푸틴, 그리고 고려말 신돈을 떠올렸다.

 

시공을 떠나 3인의 공통점은 권력자를 등에 업은 일개 측근이 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전횡을 일삼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오래전에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매관매직을 일삼은 대선배가 있었으니 바로 중국 후한 영제때 ‘십상시( (十常侍)’였다. 십상시는 문자 그대로 열명의 내시를 말하는데, 영제가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자 그 주변에서 온갖 전횡을 부려 한나라를 멸망케 한 역신들이다.

 

삼국지에 잘 묘사됐듯, 동탁은 십상시의 난을 기화로 권력을 잡았으나 자신의 사욕만을 챙기면서 오만에 빠져 결국 여포에 의해 죽게된다. 이를 기점으로 후한은 사실상 붕괴되고 조조 등이 각자 나라를 세우면서 패권다툼을 벌인다.

 

각 지역마다 당선자들이 인수위를 꾸리면서 특히 단체장이 바뀐곳일수록 줄대기가 한창이라고 한다. 당선자와 가까운 선거공신의 이름이 거론되는가 하면, 수면하에서는 비서실장이나 공직 핵심요직에 과연 누가 발탁될지 추측이 무성하다.

 

사실 이번 선거때 떨어졌거나 고전한 단체장 후보들의 공통점은 가족이나 비서 등 측근관리에 실패한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지역을 막론하고 단체장의 첫 인사에 이목이 쏠린다. 측근이 비리에 연루되거나 각종 구설수에 오를경우 그 허물은 고스란히 임명권자에게 돌아간다.

 

십상시를 비롯해 라스푸틴, 신돈, 최순실은 먼곳에만 있는게 아니다.

 

이름을 바꾸고 옷만 갈아 입었을뿐 오늘날 우리 주위에도 흔히 있을 수 있다.

 

1995년 단체장 선거가 도입된 이래 실패한 도내 단체장의 공통점 하나를 꼽는다면 특정 측근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전횡이 있었다는 점이다.

 

며칠전 도내 한 단체장 당선자는 선거 참모들과 조촐한 해단식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들의 헌신은 내가 너무 잘 알고있지만, 그것을 이유로 당장 무엇을 하려한다면 나와 인연을 끊을 생각을 하시오.” 가까울수록 나대지말고 자중하라는 얘기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참모라는 이유로 요직에서 배제돼선 안되지만, 단순히 선거공신이라는 것만으로 측근으로 발탁돼 발호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게 바로 이번 선거에서 읽히는 민심의 한 가닥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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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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