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플라스틱 빨대의 ‘퇴출’

박구재 논설위원

친환경용품 제조업체 자연사랑은 1998년 ‘먹을 수 있는’ 빨대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자연사랑은 나무 이쑤시개를 대체할 수 있는 ‘녹색 전분 이쑤시개’를 개발한 업체다. 당시 자연사랑 측은 “옥수수 전분과 포도당을 혼합해 만든 빨대는 물에 쉽게 녹을 뿐 아니라 먹어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먹을 수 있는 빨대’는 전분 이쑤시개만큼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환경친화 제품보다는 편리성을 추구한 패스트푸드 업체와 소비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빨대를 사용한 것은 고대 수메르인들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군 수메르인들은 맥주를 마실 때 밀짚으로 만든 빨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물을 활용한 빨대는 1888년 미국 워싱턴의 담배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마빈 스톤이 발명했다. 공장에서 담배 종이를 마는 일을 했던 스톤은 퇴근 후 술집에 들러 위스키를 마시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담배를 마는 종이로 빨대를 만들어 위스키를 빨아 마시면 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스톤은 빨대 생산공장을 설립해 큰돈을 벌었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빨대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플라스틱 빨대는 음식물이 닿는 면적이 넓고 세척하기도 어려워 대부분 버려진다. 폐기율이 높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세계 각국이 규제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올해 안에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기로 했다. 캐나다 밴쿠버 시의회는 내년 6월부터 식당·술집에서 1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스위스 일부 도시와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지에서도 식당과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한국 정부도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위한 규제에 나설 필요가 있다. ‘5분 쓰고 500년 썩는’ 플라스틱 빨대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보다 병든 지구를 살리는 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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