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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r 22. 2018

지심도 只心島

이가지 님과 신바닥 님이 들려주는 여행만담. 빼어난 여행_10

이가지 : 봄인데 어디 좋은 데 안 가? 꽃구경 가고 싶단 말이양.


신바닥 : 저도 가고 싶어요. 근데 날이 아주 오락가락 잘 모르겠어요. 어느날은 한여름 같기도 하고 다시 갑자기 눈오고 난리가 아니네요. 그래서 기억속에서 봄꽃보러 다녀온 여행을 끄집어내봤어요.


이가지 : 옛날이야기로 재탕 삼탕 해먹는 것 조금 부끄럽지 않냥?


신바닥 : 재탕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이제 갓 다녀온 여행이 아니라 예전에 다녀온 여행이라는 거지요. 


이가지 : 그래서 어디 갔냥?

신바닥 : 거제 지심도요. 예전에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때였고요. 불현 듯 주말에 꽃을 보러 가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 가자고 했을 때 같이 갈 친구를 수소문했죠. 아직 꽃이 만개하기 전이니 남쪽으로 가야겠다. 3월초에는 동백꽃이 피었을 테니 거제 지심도로 가자고 정했어요. 찾아보니까 해남 대흥사, 진도 운림사, 강진 백련사, 통영 미륵사, 완도 보길도에 동백이 많더라고요. 


이가지 : 나도 꽃 좋아. 동백 꽃 좋아. 지심도라니 이름도 이쁘네.


신바닥 : 지심도는 장승포항에서 15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작은 섬이고요. 3월부터 5월까지는 성수기라 운행을 자주 한데요. 홈페이지에서 예약하실 수 있어요. 제가 갔을 때도 사람도 많고 복잡하고 정신이 없더라고요. 작은 섬이니까 들어가서 일주로를 따라 걸어서 산책하는 데도 2~3시간이면 충분하고요. 동백나무와 각종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숲 구경까지 하고서도 오후 배를 타고 나오실 수 있어요.  


이가지 : 괜찮네. 그래서 너도 갔다 바로 나왔냥?


신바닥 : 저는 그때 서울에 살고 있을 때인데 멀리까지 가서 당일로 나오기가 싫더라고요. 장승포항 근처나 다른 곳에서 숙박할 수도 있지만 여행지가 지심도니까 지심도에서 자면 되겠지하고 속편하게 생각하고 마지막배 떠납니다 하는 소리를 듣고서도 유유자적 숲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꽃이 만개한 때는 아니었지만 바다가 보이는 산책로, 우거진 숲사이를 걷는 기분, 오랜만의 봄나들이 이런 게 다 너무 행복했어요. 


이가지 : 섬에도 숙박시설이 있으니까 자고 오면 되지요.


신바닥 : 그쵸, 근데 문제는 제가 예약을 안했다는 것이죠. 섬에 들어가는 사람도 많고 나가는 사람도 많은 유명한 관광지인데 잠잘곳 없겠냐 이런 안일한 생각을 했었나봐요. 해가 지기 시작해서 민박집을 둘러보면 방이 있냐 물어봤더니 깜짝 놀라시면서 아마 오늘밤 이 섬에 있는 숙소 다 찼을 거라고 하시는거에요. 그때서야 상황이 심각하다고 생각되어서 자세히 여쭤보니까 워낙 작은 섬이라 상황을 모두 다 아시더라고요. 총 열다섯 가구도 살지 않으신데요. 성수기에 수백명이 들락날락하는 관광지일뿐 상주하시는 주민은 스무명도 되지 않는 모양이에요. 저랑 제 친구랑 둘이 갔는데 저희보다 더 걱정하시면서 어디서 이 두 여자를 재워야 하나 하고 수소문을 하시더라고요.  


이가지 : 사정이 그럴 줄 모르고 예약도 안 하고, 지도도 못 보고, 사전 정보도 잘 안 챙기고, 무턱대고 걸어다니고, 여행블로그 같은거 하면 안되는 거 아니냐. 그러고도 여행작가라니 부끄럽지 않냥.

 

신바닥 : 저처럼 여행을 해라. 이런 여행이 진짜다, 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그냥 나 하고 싶은 이야기 하면 안되요? 


이가지 : 해해. 괜찮아. 배낭여행부심만 부리지 말고.


신바닥 : 이번 여행은 특히나 아무렇게나 되도 좋다, 모험을 즐기겠다고 작정하고 준비를 안 하려고 안 한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어요. 주민분들에게 걱정과 폐를 끼친 셈이죠. 다행히 성인여성 단체가 오신 한 민박집에서 거기 묶는 분들이 사정을 들으시고 방배정을 다시 하셔서 저희에게 작은 방을 내주셨어요. 전전세처럼 관광객인 그 분들에게 숙박비를 냈죠. 죄송스러워서 그집에서 밥도 비싼 거 먹고 그랬습니다.  

이가지 : 그래도 좋지? 꽃구경에 바다구경에. 


신바닥 : 네. 고마운 일이죠.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와 꽃과 숲이 갈수 있는 곳에 남아있어주는 게요. 나중에 보니까 섬 민박 안내라는 표지판이 있더라고요. 12집이 민박 운영하시고 총 200명 정도 묵을 수 있다고 나와있어요. 성수기 관광객 장사가 그 섬 주민들의 경제활동이겠거니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밤새도록 취객들의 노랫소리 싸움소리가 들려서 좀 속상했어요. 저야 하룻밤 자고 가는 거지만 스무명도 안 되는 주민분들은 5월까지 거의 매일 이런 혼란 속에서 사시는 거잖아요. 어떤 태도로 여행해야하는게 생각을 했습니다. 밤에는 좀 주무셔야죠. 놀러왔어요. 다른 사람들 생각해서.  


이가지 : 맞아, 인간들 너무 시끄러워.


신바닥 : 저는 배낭여행 다닐 때 숙소를 그다지 따지지 않는 편이서 몸 누일 곳이면 된다. 안전하기만 하다면 공항에서도 자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국내 관광지도. 한계가 있는 작은 섬일 때는 미리 배시간, 숙소 잘 알아보고 가셔야 할 거 같아요.  


이가지 : 암 그래야지. 신바닥 너 너무 게을러.


신바닥 : 네 죄송합니다. 잘 알겠어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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