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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Sep 28. 2015

에베레스트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에 의하여 에베레스트가 정복된 이래 전 세계 등반가들은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시작하였다. 1993년엔 27개국 129명이 등정하기도 하였다. 마침내 지구의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일반인들도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상업적 어드벤처팀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에베레스트는 더 이상 산악인들의 성지가 아니었다. 에베레스트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였고, 등산로는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정체되기 일쑤였다.  탐욕과 과욕이 서로 부딪치며 상업적 장소가 되어가는 에베레스트를 취재하기 위하여 등반가이며 저널리스트인 존 크라카우어가 상업적 등반대인 ‘어드벤처 컨설턴츠’에 합류한다. 신성한 에베레스트는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어 가는 것을 징계라도 하는 듯 엄청난 재난으로 그들에게 다가간다. 1996년 5월 10일에 있었던 재난 사고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크라카우어는 그 당시 상황을 ‘희박한 공기 속으로’라는 책을 출간하고, 그 책을 기반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클리프 행어와 같은 어드벤처 오락 영화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이건 흥미 위주의 영화가 아닌 실화이고 에베레스트를 배경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재난 영화였다. 따라서 이 영화에는 특별한 액션이 없다. 8,848m 에베레스트가 가지는 위엄과 풍광 자체가 관객을 압도할 뿐이다.

8,000m를 넘어서면 ‘죽음의 지대’라고 불리는 데 인간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이다. 두통, 무기력, 구토, 소화불량은 물론이고 폐수종(폐에 물(채액)이 차서 숨을 쉬지 못하고 죽는 병)과 뇌수종(뇌에 물(뇌척수액)이 차서 죽는 병)이 생기기 쉽다. 실제로 나는 네팔을 방문하여 3,890m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함께 오른 친구 둘은 고산병으로 꼼짝 못 하고 누워서 곧 하산해야만 했던 경험이 있기에 고산지대가 가지는 위험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는 무조건 전문가의 말을 따라야만 한다.

전문 산악 가이드 롭 홀

다행히 ‘어드벤처 컨설턴츠’를 이끄는 가이드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등반가 롭 홀(제이슨 클락)이다. 등반팀에 합류한 인물 중에 특징적인 인물이 두 명인데 하나는 포기를 모르는 고집불통 등반가 벡 웨더스(조슈 브롤린) 그리고 에베레스트 정복을 꿈꾸며 돈을 모아온 우편 배달부 더그 한센(존 호키스)이다.

이들 등반팀을 이끌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데 벡 웨더스는 정상을 코앞에 두고 시력에 이상을 일으켜 주저앉고 만다. 내려가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는 고집으로 거기 주저앉아 있다가 결국은 동료 등반대원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본인 자신도 기적적으로 살아나긴 하지만 얼굴에 심한 동상으로 코를 잃고 손발을 잘라야만 했다. 그 정도로라도 살아난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더그 한센이다. 그는 에베레스트를 한번 도전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꼭 성공해야 하겠다는 집념이 강했다. 체력이 약한 더그 한센은 정상적인 등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진다. 다른 팀원들은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 하산하는데 늦게 도착한 더그 한센은 무조건 정상을 정복해야겠다고 막무가내였다. 오후 2시까지는 무조건 하산해야 했지만 더그 한센의 고집에 가이드 롭 홀은 고민하다 그의 요구를 들어준다. 결국, 그 일로 둘은 에베레스트에 생명을 내주어야 했다.

하바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는 ‘사회 심리학 교본’이란 책에서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긴 하지만 사실 그 능력은 의외로 완벽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앞날을 생각할 때 여러 가지 변수와 이해득실을 따져 합리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그저 미래를 떠올릴 때 느껴지는 감정적 반응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더그 한센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케이스다. 고도 8,000m에서는 무조건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감정적인 생각으로 막연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무조건 도전한다. 그의 감정적 판단은 등반팀 전체를 위험으로 빠트리고 말았다. 리더를 잃어버린 등반팀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고 결국 12명이 생명을 잃게 된다. 어리석은 인간은 그 후에도 비슷한 실수들을 반복한다. 2006년 봄에도 11명이 사망하는 조난사고가 또 발생한다.

대니얼 길버트 교수

삶을 살아가면서 무언가 결정해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막연히 "잘 되겠지. 좋아지겠지.” 하면서 감정적 판단으로 결정한다면, 크게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길버트가 조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과정을 겪은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당신의 인생을 가이드해줄 최선의 전문가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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