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

정은숙 | 마음산책 대표·시인

고통을 끌어안아 살아갈 힘으로

“분명히 이건 나 개인에게 한정된, 완전히 개인적인 체험이야.” 오에 겐자부로는 청년 때 쓴 소설 <개인적인 체험>의 문장을 통해 불행의 사유화에 통절히 신음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이름을 모른 채, 쉽사리 불행에 삶을 내주었던 순간의 목소리. 첫아이 히카리가 뇌에 치명적인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을 모티프로 한 소설이다.

[정은숙의 내 인생의 책] (1) 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는 코즈모폴리턴이다. 일본 작가로서의 특이성보다 보편성이란 측면이 더 부각되는 작가다. 나는 <개인적인 체험>을 읽을 때마다 매번 무릎이 살짝 꺾이는 느낌을 받았다. 오에가 그 개인적인 고통의 체험을 넘어서, 절망과 일탈이라는 한바탕 굿을 치른 이후 인류 공통의 보편성을 다룬 대작가가 되었기에. 히로시마 원폭을 다룬 소설이든 상처받은 이웃의 이야기든 오에 식의 위무는 그저 따듯하거나 낙관적이지 않다. 고통을 끌어안자 살아갈 힘이 생기는 인생의 역학관계를 정교하게 보여준다.

“아기는 어디선가 전쟁을 치르고 부상당해서 온 것이다. 그러자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고 그러자 이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아이를 살리기로 결정한 <개인적인 체험> 주인공의 마음이 이러했다.

천황제를 비판하고 일본 정부가 주는 문화훈장 등을 거부한 오에의 강력한 신념은 장애를 가진 히카리의 삶에 대한 격려에서도 이어진다. 성인이 된 히카리는 천재적인 음감을 지닌 음악가가 되었다. 그의 음반은 명음반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여전히 미숙하다. 먹는 것, 입는 것, 말하는 것이 불편하다. 간헐적으로 간질 발작도 한다. 오에는 아들의 삶에 쉽사리 간섭하지 않는다. 아들의 삶에 대한 강인하면서도 담담한 응시를 얻기까지 오에의 단련은 얼마나 눈물겨웠을까. 그의 고통과 상념이 내 인생이라는 압지 위에 잉크가 번지듯 스며든다. 오늘도 나는 오에의 전집이 꽂힌 책장 부근에서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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