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방탄소년단의 <봄날> 그리고 최저임금

김재성 주필 승인 2018.09.17 10:45 의견 20

 

[한국정경신문=김재성 주필] <추운 겨울 끝을 지나/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면/ 며칠 밤만 더 새우면 /만나러 갈게/데리러 갈게>

도시의 행복을 위해 도시의 지하에 갇혀 있는 불쌍한 아이에게 전하는 편지, 방탄소년단의 <봄날>을 듣는 순간, 엉뚱하게 ‘못 살겠다 최저임금!’이 떠올랐다. 신문에서 이 기사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호소인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거꾸로 고용주들의 피켓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못살겠다는 항의였다.

왜 하필 최저임금인가? 최저임금 적용 사업장이 영세한 것은 알지만 그러나 영세 사업장의 어려움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시간당 8350원의 최저임금 때문 만인가?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연상되는 임대료, 영세 사업장에 불리한 카드 수수료는 어쩌고 최저임금 때문에 경제가 거덜이라도 난 것처럼 법석을 떠는 데는 까닭이 있을 터.

행복한 도시 ‘오멜라스’의 지하에 갇혀 있는 불쌍한 아이가 있다. 사람들은 <봄날>을 기다리는 이 아이의 존재를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밖으로 꺼내 주지 않는다. 그 아이가 거기 그렇게 있는 것이 도시의 지속 가능한 행복이 보장되는 암묵적인 룰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 8350원, 주 5일 40시간, 한 달이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148만원, 노동법이 허용하는 매주 초과근무 12시간을 포함하면 178만원은 그야말로 최저 생계비다. 이 것 때문에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하고 고용이 줄고 ‘못 살겠다’는 소리가 나온다면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오멜라스’ 지하에 갇혀 있는 아이처럼 늘 거기 그렇게 최저 생계비를 맴도는 임금 노동자로 있으라는 이야기다. 이는 동굴 속 괴물에게 바쳐지는 제물은 언제나 가장 가난한 집 딸이었던 민담의 재현이다.

최저임금 산정공식은 경제학에도 없지만 사용자는 생산성 기준을 주장할 것이고 노동자는 기여한 만큼 받으려 할 것이다. 아무튼 주는 사람은 적게 주고 싶고 받는 사람은 많이 받고 싶을 터이니 계약하기 나름이겠으나 최저임금은 다르다. 말 그대로 최저임금이기 때문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하한선, 이것은 상수로 정해 놓고 그로 인해서 생기는 경영상의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 마땅하다.

최저임금은 복지개념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현실은 가장 우선 순위의 투자이기도 하다. 왜냐? 2018년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1.05명, 내년이면 한 자리 수도 무너져 0,9명, 세계 최하위다.  1972년에 100만 명이 30년 만에 40만 명, 그 후로 저 출산이 지속돼 65세 이상 노인이 14%가 넘는 고령사회가 됐다. 이제 3년 후면 21%가 넘어 초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 추세대로 가면 베이비 붐 세대로 일컫는 지금 40~50대는 세 사람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1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30년 후부터 한 사람이 노인 2명을 부양해야 한다. 2025년이 되면 초등학교 교원 12%(2만 여명)를 감축해야 하고 이 사태는 중, 고 대학으로 연쇄적으로 번진다.

역삼각형 인구분포 재앙 앞에는 여당도, 야당도, 진보도, 보수도 없다. 그 재앙이 지금 진행되고 있으며 인구 학자 조용태교수의 책 제목대로 이미 ‘정해진 미래’다. 재앙의 진원지는 젊은 세대의 출산 기피다. 기피 이유는 1위가 교육비, 2위가 양육비 부담, 모두가 돈 때문이다. 8350원, 최저임금 보장해도 낳을지 말지다.

자유 한국당이 출산주도 성장을 내 놓은 것은 다행이지만 출산의 중요성을 알았으면 최저임금에 그렇게 어깃장을 놓을 일이 아니다. 정부 여당도 문제가 있다. 시장은 도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철저하게 이익만을 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쥐를 잡지 않는 고양이와 다를 바 없다.

소득주도 성장 뜻이 좋다고 순순히 임금 인상에 동의할 착한 사장은 없다. 그들이 요구하는 직종, 지역별 특성고려, 수당 등 임금산입 확대 등을 들어주지 않을 요량이었으면 다른 대책이 있었어야 하지 않은가? 서생의 탁상공론이라는 소리 들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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