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의 문신·순국지사. 본관은 여흥. 1861년 민겸호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이 없었던 백부 여성부원군 민태호에게 입양되었다. 민태호는 음직인 참봉을 지내다가 민씨가 왕비로 책봉되자 출세가도를 달렸던 인물이다. 1877년(고종 14) 5세의 어린 순종을 가르치는 동몽교관에 임명되고, 1878년 대과에 민씨 척족의 후광을 입고 장원급제하여 초고속 승진을 시작하였다. 정자·수찬 등을 거쳐 1881년 동부승지, 1882년 21세에 성균관대사성으로 승진하였다. 그 해 세간의 평판이 좋지않던 생부 민겸호가 임오군란 때 살해되자 벼슬을 버리고 3년간 거상하였다. 이런 이유로 후일 그는 동학농민군의 척결대상이 되었다.

이조참의에 임명되었으며 세 차례에 걸쳐 사직상소를 올렸지만 허락되지 않았다. 일단 관계로 돌아와 약관의 나이로 도승지·홍문관부제학·이조참판·한성우윤 등을 지냈다. 조선 최초의 신식해군인 해방영을 설치하고 1886년 고종의 밀명을 받고 러시아와 밀약을 추진하였으나 친청세력 민영익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1887년 상리국총판·친군전영사를 거쳐 예조판서가 되었다. 1888년, 1889년 두 차례에 걸쳐 병조판서를 역임하고 1893년 형조판서·한성부윤을 지냈으며 1894년 내무부독판사 및 형조판서를 다시 역임하였다.

1895년 주미전권공사에 임명되었으나 을미사변이 일어나 명성황후가 시해되자 부임하지 못하고 사직하였다. 이듬해 특명전권공사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하였는데, 고종의 특명을 받아 청나라와 일본을 견재하기 위해 러시아와 밀약을 맺기 위한 목적이었다. 러시아 외무대신 로마노프를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미미한 성과를 얻는데 그쳤다. 이때 민영환은 중국·일본·캐나다·미국·영국·네덜란드·독일 등지를 거치면서 서구문명을 처음으로 접하였다. 그는 당시의 경험을《해천추범》이라는 기행문으로 남겼다. 귀국 후 의정부찬정·군부대신을 지낸 다음, 1897년(광무 1) 또다시 영국·독일·프랑스·러시아·이탈리아·오스트리아 등 6개국 특명전권공사로 겸직발령을 받고 외유하였다.

잦은 해외여행으로 새 문물에 일찍 눈을 떠 개화사상을 실천하고자 유럽제도를 모방하여 정치제도를 개혁하고 민권신장을 꾀할 것을 상주하였다. 군제의 개편만이 채택되어 원수부를 설치, 육군을 통할하게 하였다. 1896년 독립협회를 적극후원, 시정개혁을 시도하다가 민씨일파에게 미움을 사 파직되기도 하였다. 그 후 다시 기용되어 참정대신 등을 지내고 훈1등과 태극장을 받았다. 친일적인 대신들과 대립, 일본의 내정간섭을 성토하다가 시종무관장의 한직으로 밀려났다.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조병세와 함께 백관을 인솔하여 대궐에 나아가 이를 반대하였다. 일본헌병들의 강제해산으로 실패, 다시 백목전도가(육의전)에 모여 상소를 논의하던 중 이미 대세가 기울어짐을 보고 집에 돌아가 자결하였다. 사후 의정대신에 추증, 고종의 묘소에 배향되었다. 1962년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중장(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