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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많은 교양인을 위한 상식의 반전 101

해적은 처음부터 약탈이 목적이었다?

소말리아 해역은 해적들의 소굴로 악명이 높다. 이곳에서 전체 피랍 사건의 90% 이상이 발생한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소말리아 북부 아덴만은 지구촌 해상 물동량의 약 14%를 실어 나르는 물류 거점 해역이다. 그래서 이곳이 해적들의 표적이 된다.

소말리아는 20년 이상 계속된 내전으로 나라가 거덜 났다. 국민 대다수가 하루 2달러로 연명한다. 이런 절대 빈곤의 환경에서 큰돈을 쥘 수 있는 것이 해적질이다. 이곳에서 해적이라는 직업은 젊은이들의 꿈으로 통한다. 초기 해적들은 외국 선박의 불법 조업과 폐기물 투기에 맞서는 모습으로 비쳐 자국민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강도, 납치 등 노략질로 부를 쌓는 범법자로 전락하면서 지구촌 ‘공동의 적’이 됐다. 소말리아 해적은 2008년 4000만 달러, 2009년 7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011년에는 1억 3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인질 몸값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해적 하면 무법자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된다. 해골 마크가 그려진 쌍뿔 모자, 격랑 속에서 펄럭이는 섬뜩한 해골 깃발, 애꾸눈에다 손목에는 갈고리를 단 험악한 모습 등···.

해적의 역사는 길다. 중세만 해도 해적들은 악행을 일삼는 불한당이 아니었다. 뛰어난 뱃사람이었다. 선주를 위해 일하거나 해군에 복무하는 것과 달리 해적은 이익을 비교적 평등하게 나누어 가졌으므로 잘만 하면 쉽게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특히 하층 계급의 뱃사람에게는 해적 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해적은 글로벌 집단이었다. 국가, 계급, 인종이 다른 남자들(일부는 여성)로 구성됐다. 1715년과 1725년에 사이에 카리브해에서 활동한 700명의 해적들 중 영국인이 35%로 가장 많았다. 소수에 대한 차별이나 인종 편견은 전혀 없었다. 백인이 다수인 해적단에서 선장으로 흑인이 뽑힌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해적들은 당시의 바깥 사회와는 달리 아주 민주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했다. 비록 사회와 격리돼 생활했지만 동료애와 협동심, 나름의 사회·윤리적 행동 규범이 있었다. 그들은 분쟁을 막기 위해 행동 규약을 만들기도 했다. 대부분의 해적은 이런 원칙들을 갖고 있었고 또 지켰다. 규약에는 도박, 여성 희롱, 싸움, 음주 금지 조항 등이 포함됐다. 선장 선출이나 항로 변경, 공격과 같이 중요한 결정은 주로 집단 전체의 표결로 정해졌다.

현재 남아 있는 해적 규약은 극히 적다. 그중 전설적인 해적 선장 바르톨로뮤 로버츠의 선원들이 작성한 규약을 보면 다음과 같다. “모든 승무원은 현안에 대해 동등한 표결권을 가지며, 전리품을 공평하게 요구할 수 있다. 주사위놀이든 카드놀이든 돈을 가지고 도박을 해서는 안 된다. 소년이나 여자를 배에 데려와서는 안 된다. 배 안에서 서로 싸워서는 안 되며, 언쟁이 있을 경우 육지에 내려서 칼이나 권총으로 담판을 짓는다. 선장과 조타수는 일반 선원이 전리품을 배당받는 몫의 2배, 포수장과 갑판장은 1.5배, 다른 간부선원들은 1.25배를 받는다.”

‘해적의 황금시대(1690~1730)’에도 거칠고 무식하며 강도와 살인을 일삼는 패거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해적은 금과 은을 약탈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식민지 아메리카의 무역선을 노렸다. 유럽과 아메리카를 오가는 상선이나, 서아프리카에서 카리브해로 노예를 실어 나르고 다시 술과 설탕을 선적해 유럽으로 되돌아가는 배들이 표적이 됐다. 전투에서 부상당해 더 이상 해적질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전사한 해적의 미망인과 자녀는 동료 해적들의 보살핌을 받았다. 포로들도 대부분 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 이와 같은 ‘진정한’ 해적들은 당시의 불안한 국제 정세를 이용해 어느 한쪽의 후원을 등에 업고 다른 편의 배들을 약탈하는 상인들과는 확연하게 구별됐다.

그런데 21세기 해적은 다르다. 해상 강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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