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택시운전사' 김사복씨 찾았다

곽희양 기자
사진 중앙에 안경 쓴 이가 위르겐 힌츠페터이다. 그 옆에 흰색 반팔티를 입은 남성이 김사복씨다. 힌츠페터 맞은 편에는 함석헌 선생이 앉아있다. /김승필씨 제공

사진 중앙에 안경 쓴 이가 위르겐 힌츠페터이다. 그 옆에 흰색 반팔티를 입은 남성이 김사복씨다. 힌츠페터 맞은 편에는 함석헌 선생이 앉아있다. /김승필씨 제공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 김사복씨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보도한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함께 찍은 사진이 확인됐다.

CBS노컷뉴스는 5일 김씨의 아들 김승필씨(58)로부터 제공받은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은 외국인과 한국인들이 함께 앉아 음식을 먹는 장면을 담았다. 승필씨는 안경을 쓴 남자가 힌츠페터일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CBS노컷뉴스는 1980년 힌츠페터와 함께 독일 TV방송인 ARD-NDR에서 근무한 페터 크레입스(Peter Krebs)에게 사진 인물이 힌츠페터임을 확인했다. 크레입스는 노컷뉴스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안경을 낀 남자는 힌츠페터가 맞고, (왼쪽에)머리가 벗겨진 인물은 사운드맨인 헤닝 루머(Henning Ruhmor)”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당시 서울에 잘 알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KCIA(중앙정보부)가 나를 가로막을 것을 생각했다”며 “그래서 힌츠페터와 루머에게 그곳에 가 취재할 것을 지시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사망한 힌츠페터는 생전 사복씨를 만나고 싶어했다. 5·18재단도 택시회사와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을 수소문했지만 사복씨를 찾지 못했다. 실제 이름과 생존 여부도 알려지지 않았다.

승필씨는 지난 8월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아버지가 힌츠페터를 태운 운전기사라고 밝혔다. 승필씨는 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님은 선비 사(士)에 복 복(福)자를 쓰셨다”며 “서울 회현동 파레스 호텔에서 운영하는 택시 2대를 가지고 계셨다”고 말했다.

사복씨의 택시는 검정색 고급 승용차로, ‘택시’ 간판이 달린 영화 속 택시와는 다르다고 했다. 사복씨는 유창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영어를 구사했다고 한다. 사복씨는 1984년 12월에 6개월의 투병끝에 사망했다고 승필씨가 전했다.

김사복씨가 자신의 차량 앞에서 서 있는 모습.  사진 속 차량은 새한자동차의 레코드다. /김승필씨 제공

김사복씨가 자신의 차량 앞에서 서 있는 모습. 사진 속 차량은 새한자동차의 레코드다. /김승필씨 제공

승필씨는 “1980년 5월 어느 날 평소와 달리 외박을 하고 돌아온 아버지가 ‘같은 민족을 그렇게 죽일수 있느냐’며 분노하셨다”고 기억했다. 승필씨는 “김영삼·김대중의 활동을 가로막은 당시 정부 조치에 분노하시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월 4일 <택시운전사>를 보기 전까지는 힌츠페터가 아버지를 찾는 줄 몰랐다”며 아쉬워했다.

승필씨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아버지 사복씨의 행적을 복원·전시하는 방안에 대한 초기 논의를 오늘 시작했다”며 “힌츠페터의 머리카락과 유품이 묻힌 망월동 묘역으로 아버지를 모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잠깐’ 인식되는 김사복씨가 아니라, 5·18의 역사와 함께 후손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석헌 선생과 함께한 김사복씨/김승필씨 제공

함석헌 선생과 함께한 김사복씨/김승필씨 제공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리는 힌츠페터는 1980년 5월 일본 특파원으로 재직할 때 광주로 들어와 계엄군의 학살 현장을 세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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