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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May 21. 2018

키케 에르난데스의 역전 홈런과 어틀리의 방망이

시즌 초반부터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던 LA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강팀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원정에서 스윕을 달성하며 시즌 첫 4연승을 기록했다. 워싱턴 원정 시리즈 직전에 승률이 채 4할이 되지 않던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애미 말린즈를 상대로 스윕패, 루징을 당한 굴욕을 기억하면 놀라운 결과다.


오늘 승리로 다저스는 여러 가지 수확이 있었다. 일단 오늘 경기 선발투수 알렉스 우드가 드디어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는 점.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원투펀치 맥스 슈어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투타 밸런스의 엇박자로 패배를 거듭하던 다저스가 슈어저, 스트라스버그 지옥의 라인업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인 만큼 다음 콜로라도와의 홈 3연전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워싱턴과의 3차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다름 아닌 키케 에르난데스였다. 키케 에르난데스는 류현진이 선발등판했던 지난 4월 23일 경기에서 대타로 나서 스트라스버그를 상대로 쐐기 솔로 홈런을 기록한데 이어, 오늘 경기에서는 1-2로 뒤진 5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스트라스버그의 초구 95마일을 잡아당겨 역전 투런 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스트라스버그 최고의 천적인 셈이다.

오늘 경기 MVP로 선정된 키케 에르난데스는 Alanna Rizzo와 진행한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이 날 경기에서 역전 홈런을 칠 수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My dad Chase told me to use his bat”

키케 에르난데스의 역전 홈런은 어틀리의 방망이로 이뤄낸 것이었다.
키케의 인터뷰를 통해 팀에 헌신하는 체이스 어틀리의 모습이 보였다.


비록 올시즌 타율 .238에 1홈런, 14타점으로 지표상으로는 초라하지만 어틀리가 다저스에 기여하는 것은 성적 그 이상이다. 2017 시즌을 앞두고 코치진, 선수 그리고 심지어 구장 관리인까지 나서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에게 어틀리를 잡아야 한다고 압박했다는 사실은 어틀리가 다저스에 어떤 존재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다고는 하나 다저스는 2018 시즌을 앞두고 올해 40세(1978년생)인 어틀리에게 2년 계약을 안겨주었다. 


LA 다저스는 어틀리가 오기 전에는 얌전하게 야구했던 팀이었다. 2013시즌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서 핸리 라미레즈가 상대 선발 조 켈리에게 사구를 맞고 갈비뼈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는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았었다 (공교롭게도 핸리 라미레즈와 조 켈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함께 뛰고 있다)


하지만 어틀리가 오고 나서 다저스에 없던 투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5년 뉴욕 메츠와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나온 그 유명한 태클 사건이다. 물론 어틀리가 루벤 테하다에게 가한 슬라이딩은 잘못됐지만, 팀의 최고참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이를 보는 다저스의 젊은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컸을 것이다.



어틀리는 평범한 땅볼에도 항상 전력질주 한다. 그리고 몸쪽 위협구에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래서 현역선수 중 유일하게 200개의 사구를 기록하는 중이다.


어틀리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하나. 어틀리는 데뷔 안타이자 홈런을 쳤을 때도 전력질주로 홈에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코리 시거와 코디 벨린저와 같은 다저스의 젊은 선수들이 체이스 어틀리를 정신적 지주로 삼고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고자 한다.


체이스 어틀리의 데뷔 첫 안타이자 홈런(은 그랜드슬램)


다저스는 워싱턴 원정 스윕을 발판삼아 반등할 수 있을까?
키케의 역전 홈런을 도운 어틀리의 방망이처럼 후배들 뒤를 든든히 받혀주는 베테랑 어틀리의 투지와 헌신이 다시 다저스 선수진들을 자극한다면 지구 1위도 더 이상 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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