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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거대한 동물성 플랑크톤

대형종인 노무라입깃해파리는 근처에 다가가기만 해도 자포를 쏘아대는 바람에 촉수가 몸에 닿지 않아도 물에 떠 있는 자포에 쏘이게 된다.

해파리는 분류학상 자포동물문의 해파리강과 유즐동물문(Ctenophora)의 빗해파리류로 크게 나뉜다. 그런데 빗해파리류는 수면 가까이에 떠다니는 습성을 가져 일반적으로 해파리라 하면 산호나 말미잘처럼 강장이 있으면서 자세포를 가지고 있는 자포동물문 해파리강에 속하는 종들만을 일컫는다. 이들은 삿갓같이 생긴 몸체 가장 자리에 촉수가 나 있으며 몸체는 바깥쪽과 안쪽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해파리 이름의 유래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에서 해파리를 중국식 한자어로 해타(海鮀)로, 속명으로는 해팔어(海八魚)로 적고 있다. 정약전 선생은 해양생물 이름을 기록할 때 속명을 통해 당시대의 발음과 음이 비슷한 한자어로 기록하였다. 이때 아무 한자나 사용하지 않고 기왕이면 뜻이 통하는 한자어를 골라서 사용했다.

그렇다면 정약전 선생이 관찰한 해파리는 어떤 종이었을까. 자산어보에는 “큰 것은 길이가 5, 6자이고 너비도 이와 같다. 머리와 꼬리가 없고, 얼굴과 눈도 없다. 몸은 연하게 엉기어 수(酥)와 같고, 모양은 중이 삿갓을 쓴 것 같고, 허리에 치마를 입어 다리에 드리워서 헤엄을 친다. 삿갓 차양 안에는 무수한 짧은 머리가 있고 그 밑은 목과 같고 갑자기 넓어져서 어깨와 같고 어깨 밑은 갈라져서 네 다리로 되고, 갈 때에는 다리를 붙여서 합친다. … 육지 사람들은 모두 삶아서 먹거나 회를 만들어 먹는다.”로 해파리를 자세히 묘사하면서 크기가 크며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기록을 미루어 볼 때 정약전 선생이 관찰한 해파리는 대형종인 노무라입깃해파리일 가능성이 높다. 식재료로는 숲뿌리해파리가 더욱 널리 사용되지만 크기가 5~6자 나간다는 묘사를 보면 노무라입깃해파리에 더 무게감이 실린다. 노무라입깃해파리와 숲뿌리해파리는 8개의 완(腕)을 가지고 있다. 8개의 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정약전 선생이 해파리를 기록할 때 팔(八)자를 사용한 이유가 되지는 않았을까?

해파리의 특성에 연유한 작명으로는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지은 약학서 [본초강목]에 나오는 수모(水母)를 들 수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전어지]에 해파리를 ‘물알’이라는 한글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전어지가 중국 등의 서적 900여권을 인용하여 저술되었다는 점에서 물알은 [본초강목]에 등장하는 수모를 우리말로 뜻풀이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해파리 몸을 구성하는 젤라틴 성분에 기인하여 젤리피시(Jelly Fish)라고 이름 지었다.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촉수에는 독성이 강한 자세포가 있어 상당히 위협적이다.

거대한 플랑크톤인 해파리

해파리는 근육 수축을 통해 물을 아래쪽으로 밀어내면서 그 반작용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작용은 해파리를 움직이게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해파리는 대부분의 이동을 조류의 흐름에 의존한다. 이러한 수동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해파리는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분류 된다. 부유생물인 플랑크톤(plankton)은 스스로 운동능력이 전혀 없거나 또는 아주 약하고 수동적이다. 플랑크톤 어원은 그리스어의 ‘방랑자(planētes)에서 찾을 수 있으며 크기에 따라 1m 이상에 이르는 해파리에서부터 수μm 또는 그 이하인 원생동물에 이르기 까지 분포의 폭이 넓은 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동적인 움직임이 독이 있는 자세포를 가진 해파리를 더욱 위험한 존재로 만든다. 유영하는 해파리 앞에 사람이 나타나면 이들은 스스로의 의지로 사람을 피해 갈 수가 없다. 미약한 운동력으로는 진행 방향을 바꾸거나 유영 속도를 조절하기가 부족하다. 파도가 치는 대로 조류가 흐르는 대로 몸을 맡겨 버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앞에 무언가 장애물이 있으면 본능적으로 촉수를 휘두르며 자포를 쏘아댈 뿐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가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다가가고 있는 모습을 반수면 촬영했다.

해파리 피해

2012년 여름은 전국적으로 해파리에 의한 피해가 컸던 한해로 기록되었다. 부산에서만 해파리에 쏘여 119 수상구조대에서 치료를 받은 피서객은 모두 1,594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었다. 같은 해 8월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8세 여아가 해파리에 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었다. 해파리에 쏘여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해파리가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멈추게 한 적도 있었다. 2001년8월10일 경북 울진 원자력 발전소 1,2호기의 취수구를 해파리 떼가 막아버리면서 발전기 가동이 여러 차례 중단되기도 했었다. 취수구는 발전기를 돌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과 증기를 식히기 위해 계속해서 바닷물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물질의 유입을 막기 위해 취수구 앞에 쳐둔 망에 해파리 떼가 들러붙어 버린 것이다. 이후 한국해양연구원에서는 해파리 떼를 퇴치하기 위해 제거장치를 개발해내는 등 본격적인 연구에 나섰지만 당시 해파리로 인해 최첨단 설비를 갖춘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었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왔었다.

우리나라 연안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보름달 물 해파리가 대규모로 번성하면 연안 어장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 냉각수 취수구를 막아버리면서 발전기 가동을 중단 하게 만든다.

해파리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도 막대하다. 여름에서 가을철까지 우리나라 전 연안에 대거 나타나는 노무라입깃 해파리의 경우 높은 함수율로 200kg에 이르는 무게가 나가기도 한다. 이들이 몇 마리만 그물에 걸리더라도 엄청난 무게로 인해 그물이 찢어질 뿐 아니라 함께 잡힌 생선에 상처를 입혀 상품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또한 그물에 붙어 있는 것은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야 하는데 이 일이 쉽지 않다. 일도 일이지만 자칫 방심하다가는 촉수에 쏘이고 만다.

해파리의 대규모 발생 원인과 몰려다니는 특성에 대해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자생 해파리의 경우 과거 대량발생 주기가 5년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2000년, 2003년, 2007년, 2009년, 2012년으로 2~3년 간격을 보이는 등 그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해양구조물의 대거 구축이다. 해파리 알은 고착 단계인 폴립시기를 거친다. 폴립은 바위 등 딱딱한 곳에 잘 달라붙는다. 해안에 엄청나게 조성된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 등이 해파리 폴립이 달라붙을 수 있는 보육실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 환경오염에 따른 부영양화, 쥐치 등의 남획으로 인한 천적생물 감소 등이 지적되고 있다.

부산시 기장군 죽성 해변으로 노무라입깃해파리들이 떠밀려 와 있다. 활동성이 없는 죽은 개체도 건드렸을 때 자포에 쏘일 수 도 있다.

해파리를 먹는 바다동물

바닷속에서 해파리를 먹는 바다동물은 많다. 쥐치가 해파리를 뜯어 먹는 것은 미디어를 통해 흔하게 알려져 있다. 그런데 쥐치가 해파리의 천적으로 다소 침소봉대 되다 보니 지방자치 단체 등에서는 쥐치가 해파리 퇴치의 최선책이라도 되는 양 쥐치 치어 방류에만 몰두 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쥐치가 해파리 구제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행해지는 쥐치 방류사업이 보여 주기 식 행정의 일환은 아닌지 보다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해파리를 퇴치하는데 쥐치 방류사업 외에 다른 대책은 없는지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나라 바다에서 가장 흔한 어류 중 하나인 용치놀래기들이 해파리를 포식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바다 속을 다니다 보면 용치놀래기들이 노무라입깃해파리를 뜯어 먹는 것을 흔하게 관찰할 수 있다. 용치놀래기들은 식탐이 강하고 호기심이 강한 어류들이다. 이들이 해파리를 포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연구를 수행한다면 굳이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쥐치 치어 방류 사업을 계속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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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천적으로 알려져 있는 쥐치를 방류하고 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가장 흔한 어류 중 하나인 용치놀래기들이 쥐치와 함께 해파리를 포식하고 있다.

쥐치나 용치놀래기 말고도 해파리를 즐기는 바다동물들은 더러 있다. 특히 바다거북이나 개복치는 해파리를 즐겨 먹는다. 유영속도가 느린데다 말랑말랑한 한천질의 해파리는 이들이 사냥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씹기에도 편하다. 그런데 이들의 사망 원인 중 하나가 사람이 버린 비닐 조각을 해파리로 오인하고 삼켰다가 질식사 하는 경우라고 한다.

해파리에 쏘였을 때

해파리에 쏘인 피서객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해파리 자포에 쏘이게 되면 몸에 상처와 함께 극심한 통증이 생긴다.

언론매체 등에서는 해파리에 쏘였을 때 응급처치를 놓고 각각 다른 방법을 제시해서 혼선을 야기하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식초의 효용에 대해서이다. 과거 해파리에 쏘이면 독을 중화시키기 위해 식초를 뿌려주는 것이 일반적인 민간 처방법이었다. 그런데 경상대 수의과대학 김의경 교수 연구팀은 식초가 자포의 독을 활성화 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 놓았다. 이에 국립수산과학원 해파리 대책반은 맹독성 입방해파리에 쏘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식초 사용을 금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런데 해파리에 쏘였을 때 응급처치 방법에 대해 의료진간에도 견해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쏘인 부분에 냉찜질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온찜질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민간에서는 여전히 식초로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이에 김의경 교수 연구팀에서 연구한 자료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쏘인 즉시 환자를 물 밖으로 나오게 한다.
2. 쏘인 부위에 손을 대거나 문지르지 말고 바닷물로 충분히 세척해준다.
3. 쏘임사고에 민간요법으로 많이 사용하는 식초는 해파리 독액의 방출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단, 맹독성 입방해파리에 쏘인 경우에는 식초를 사용한다)
4, 쏘인 부위에 테트라싸이클린(Tetracycline)계열의 연고를 발라주면 좋다.
5. 쏘인 부위의 상처나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그 부위에 냉찜질을 해준다.
6. 드물게 환자가 호흡곤란이나 의식불명 등 응급상황에 처하게 되면 바로 구급차를 부르고 구조요원에게 도움을 청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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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쿡쿡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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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발행일 : 2014.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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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처 정보

  • 박수현 신문기자, 칼럼니스트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하고, 부경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남극, 북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2,0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다동물의 위기탈출],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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