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부산시 소속 공공장소 흡연 단속요원들이 사상구 부산서부버스터미널 버스정류소 인근에서 단속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현주 기자

- 버스정류장 10m 경계지점 등
- 기준애매·인력부족 난항 예상

부산시가 1일부터 공공장소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2만 원을 부과하는 등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다. 6개월간 계도기간을 둔 만큼 보다 강도 높은 단속을 통해 '담배연기 없는 부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애매한 규정과 부족한 시민의식 탓에 단속요원과 시민들의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금연의 날을 하루 앞두고 있던 지난달 30일 오후 사상구 부산서부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소 앞. 30대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다가 단속요원에게 제지당하자 "여긴 공공장소가 아니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남성이 서 있는 곳은 버스정류소에서 10m 가량 떨어진 곳. 단속요원 고민수(39) 씨는 "버스정류소 반경 10m 이내에서 담배를 피면 안되는데 멀리 떨어진 곳에서 흡연하는 사람은 단속하기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버스정류소에서 60대 남성이 담배를 피다가 단속요원에 적발되자 "담배를 피지 못하게 할거면 흡연실을 만들어내라"고 언성을 높였다. 고 씨는 "나이 드신 분은 공공장소에서 금연이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우기는 경우가 많다. 해수욕장에선 외지인이라며 뻔뻔하게 발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시는 지난해 12월 '금연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고 공공장소(도시공원 3곳, 해수욕장 7곳, 버스정류소 3270곳)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2만 원을 부과키로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계도·홍보기간을 두고 시민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시는 지난 4월 전담 단속요원 10명을 투입해 계도활동을 펼쳤고 이달부터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애매한 기준과 인력 부족으로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버스정류소의 경우 공공장소 경계지점을 명확하게 지정해놓지 않아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행인이나 정류소에서 10m 안팎으로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흡연자는 단속하기 어렵다. 또 해수욕장, 도시공원 등을 찾는 외지인들은 규정을 몰랐다며 발뺌하기 일쑤다.

게다가 단속 권한을 갖는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질지 의문이란 지적도 많다. 현재 단속 권한을 가진 인력은 시 소속 요원 10명과 각 구·군 담당자에 불과하다. 부산 전역을 관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공공근로자나 금연지킴이 등 권한이 없는 이들이 단속에 나설 경우 자칫 시민들과 시비만 불거질 수 있다.

시 관계자는 "공공장소 금연은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관건이라 단속과 더불어 시민들의 금연 인식 확산을 위한 캠페인도 함께 전개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