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청춘의 기록, 영화 ‘대결’ 배우 이주승

기사승인 2016-09-22 09: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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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인세현 기자] 배우 이주승이 연기하는 청춘은 마냥 밝고 맑지만은 않다. 이주승의 연기에는 늘 현실감이 묻어 있고 그가 연기하는 청춘도 마찬가지다. 이주승은 표현을 극대화하거나 과장해 이해를 강요하는 대신, 역할의 성격을 섬세하게 조탁해 관객을 설득하는 배우다.

영화 ‘대결’(감독 신동엽)은 자칫하면 현실에서 아주 동떨어져 부유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이 영화에 자연스러운 설득력을 불어넣은 것은 다름 아닌 주연인 이주승의 연기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배우 이주승을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대결’의 서사는 단순하다. 80년대 유행했던 무협 영화의 성격이 짙어, 관객 누구라도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있다. 액션도 시원하다. 취권과 현대 무술을 혼합해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영화 곳곳에 배치됐다. 이 단순하고 시원한 영화에서 이주승이 연기한 청춘은 형의 복수를 위해 사부를 만나 취권을 수련하는 풍호다.

21세기 상업 영화에 ‘취권’이 등장한다는 것을 의심하는 관객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대결’에서 풍호는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며 취권을 연마한다. 이주승은 “시사회 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시사회 후 반응이 괜찮아서 기분이 좋다”며 “취권이 예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이주승이 생각하는 ‘대결’의 재미는 무엇일까. 이주승은 “취권과 현대 무술이 맞붙어 신선한 감이 있고 그 부분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다”고 평했다.

이주승은 ‘대결’에서 처음 겪은 것이 많다. 액션도 상업영화도 모두 처음이었던 그는 이 영화에 출연을 결정한 그 순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상업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것도 액션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취권을 하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죠. 처음이 많아서 부담됐지만, 계속 부담을 가지는 대신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액션스쿨도 빨리 다니고 싶다. 취권도 빨리 배우겠다’며 주변을 재촉했죠. 영화를 준비하면서 일주일에 네 번 정도 액션스쿨에 나갔어요.”

모든 것이 처음인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대결’의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던 덕분이다. 매니저를 통해 ‘취권을 소재로 한 액션 영화’라는 줄거리만 전해 들었을 때는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감도 잡을 수 없었지만, 시나리오를 읽으며 빠져들었다.

“처음 줄거리만 들었을 때는 그게 대체 무슨 영화냐고 되물었죠.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이야기가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요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고충도 담고 있어 흥미로웠어요. 풍호라는 캐릭터가 단순하지 않고 파고들어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마지막 액션 장면이 길고 자세한 것도 좋았죠.”

태권도를 오래 했던 과거의 경험 덕분일까 영화에서 이주승은 취권을 제법 그럴싸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취권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이주승은 액션스쿨에서 취권을 처음 배울 때를 회상하며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틀거리고 있으니 부끄러웠다는 것. 극 중 풍호의 취권 스승인 황노인 역할을 맡은 배우 신정근과는 액션스쿨에서 함께 비틀거리며 부끄러움을 나눈 사이가 됐다.

“처음에는 너무 어렵고 부끄러웠죠. 다른 팀은 멋지게 검무를 하고 있는데, 저는 늘 휘청거렸어요. 하지만 배우다 보니 취권의 모든 동작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점점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영화 초반 취권을 하지 않는 액션은 어려웠지만, 취권을 사용하는 장면에서는 ‘잘한다’라는 이야기도 제법 들었어요. 그냥 액션보다는 취권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쿠키인터뷰] 청춘의 기록, 영화 ‘대결’ 배우 이주승

취권을 그럴싸하게 구사한 것이 부단한 준비와 연습 덕분이었다면, 풍호라는 역할에 현실감을 부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주승은 “취업준비생인 풍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준비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현실을 물으니, 오디션을 준비하는 배우 생활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 이주승은 풍호가 환경 때문에 방어적으로 변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연기했다. 마냥 복수심에 불타는 열혈 청년이 아닌, 지질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역할에 녹여내려 노력했다.

“취권은 정말 비현실적인 소재죠. 캐릭터까지 비현실적이면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잃는다고 생각했어요. 억지웃음을 강요하거나 캐릭터의 성격이 어느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확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확 가라앉지도 않는 그 정도의 감정선을 잡고 연기했죠.”

이주승에게 ‘이번 영화에 자신감이 붙었는지’를 묻자, 인터뷰 내내 높지도 낮지도 않았던 그의 목소리가 조금은 단단해졌다. 이주승은 단호한 목소리로 최선을 다해 잘해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답변을 했다. 결과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후회를 남기지는 않았다는 것.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할 건 다 했어요. 그래서 후회가 별로 없어요. 흥행 여부는 이미 제 손을 떠난 일이죠.”

끝으로 이주승은 “이 영화로 갑자기 스타가 되리란 생각은 없다”고 웃음을 지었다. ‘대결’은 그에게 한 발 앞으로 나갔다는 의미의 영화다. 이주승은 20대에 다양한 것을 많이 하고 실패를 많이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쓰는 청춘의 기록들이 하나씩 늘어가는 이유다.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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