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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제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비공개 조회수 654 작성일2018.05.13
우선 저는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투덜대는 그런게 아니라 진심으로 제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의미 부여를 잘했었어요 그리고 진심으로 그걸 믿었고 가치를 부여했었어요
근데 지금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너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끔찍하게 공허감이 들어요.
사람이 뭔가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들 다 죽고나면 무로 돌아갈텐데 왜 저렇게 애를 쓸까?
그러다보니 뭘 해도 '내가 이걸 왜 하는거지? 뭘 위해서 하는거지?'란 생각이 들어서 놔버리게 되고요
어쩌면 그렇게 노력했을 때 돌아오는게 없어서 허무함을 느낄까봐 미리 차단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허무함을 느끼면서도 그걸 한편으로는 부정하고 싶어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붕떠있는 불안한 상태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자꾸 이렇게 무기력해지기만 하면 결국 이루는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고있기 때문이죠 그럼 더 불행해지겠죠
생각해보니까 제 가치관이 되게 냉소적이고 허무적이고 회의적이고 염세적인 편인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너무 고치고 싶어서, 아님 어쩌면 제 가치관을 합리화시켜줄 뭔가를 찾아나서고자 해서
실존주의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제 생각이랑 정말 비슷하고 이 문제의 해답을 줄것 같아서 위안이 됐어요
근데 딱히 해답이란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외에도 다른 관련된 것들도 검색해보고 찾아봤는데
해답을 제시해주긴 하는데, 허무적인 가치관을 가진 제가 보기엔 너무 긍정적이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
읽으면서도 납득이 안 가고 자꾸 '그건 아닐걸'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에요
저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고 뭘 믿어서 제 신념을 단단하게 만들고 싶은데.. 사실 의지는 신념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전 제 가치관이 없어요.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줏대가 없어요 그래서 불안해요. 제 스스로 단정짓는다는 게 힘든 일이에요. 모든 게 허무하다는 게 제 유일한 뚜렷한 믿음이라면 믿음이겠네요
그러다보니 의지박약이고, 특히 고통이랑 힘듦이 오면 잘 못 참아요. 내가 이걸 견뎌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쉽게 무너져버리는 저를 보면서, 자기만의 가치관과 목표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든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 자신이 한심하고 자괴감이 들어요.

저는 굳이 사는 의미를 찾는다고 하면 인간관계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직업을 찾는다면 남을 돕는다는 거에 크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을 찾을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사람이 두려워요. 사람들끼리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언쟁하는게 너무 무서워요. 그래서 사람인 저도 싫어요. 저도 언제든 남과 대립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남한테 비난 받는게 너무 수치스럽고 두려움을 심하게 느껴요. 어쩌면 제가 단정을 못 짓고 줏대가 없는것도 제 의견을 냈다가 욕먹기 무서워서인 것 같아요
싸우는 사람들 보면 불안하고, 그 사람들이 싫고 두렵고 무서워요. 나도 저렇게 비난받을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니까요
자기 의견을 내고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에 보람을 느끼고 가치를 느끼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제 평소 어두운 생각과는 거리감이 들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고 꺼려지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좌절감도 느끼고 부럽기도 하고, 나도 저 사람들중 하나가 되고 싶고 어울리고 싶기도 해요
사람이 싫다고 했지만 좋아하는 마음도 희망도 환상도 그만큼 있는 거겠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 같고, 제 자신에 대한 믿음도 부족해요.
그러다보니 사람을 만나게 되면 너무 우울하고 피곤해서 밖에 나가는 걸 피하게 됐어요. 친구 한명도 없고 그나마 보는 사람인 가족한테도 불신감이 있고요
사람을 만나서 교류하고 싶어도 사람이 너무 두려워서 혼자 땅굴 파고 기어들어가게 되요
그래서 인터넷 sns 구경을 많이 해요. 외로우니까 사람들 어떻게 무슨 생각을 갖고 뭘 하면서 사는지 구경하는 거죠
근데 인터넷은 익명 공간이다보니 실제보다 훨씬 더 적나라하게 많은 논쟁을 하잖아요. 그래서 사람에 대한 불신감은 더 커져가요

제가 겨우 생각해낸 사는 의미가 거의 인간관계 뿐인데, 사회불안공포증 수준인 저로써는 사는 의미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아요.
그래서 하루하루가 너무 공허하고 외롭고 슬픕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쉽게 어울리지도 못하고요. 생각보다 심각해요. 사람들이랑 말도 못하고 눈도 못마주치는 수준이에요
사람들은 언제든 저를 비난할 수 있으니까 저보다 강자 같아서 무섭고 주눅 들어요.
주위에 사람이 없는 환경 & 허무적인 가치관이 뒤섞여서 서로서로 돕는 악순환인 것 같아요

제가 앞에서 의지박약이라 했지만 사실 욕심도 많고 자존심도 꽤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제 상황이 만들어졌고 만들어진 상황에 더 괴로워하는 거겠죠
완벽주의적인 면도 있고 예민하고 소심하고..
허무주의적인 가치관도 어쩌면 '믿을 거면 굳게 믿고 안 믿을거면 아예 믿지 말자' 라는 완벽주의적인 면이 깔려있어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잘 못 믿는 것도 어쩌면 믿기를 거부하는 제 고집이고요.. 세상 살아가는데 안 좋은 기질을 타고난 것 같아요
저 진짜 사는 이유를 못 찾고선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할 것 같아요. 뭐라도 제대로 믿고 싶어요. 종교도 믿고 싶어도 못 믿어요
어떡하나요? 사는게 사는게 아닌 것 같아요 저와 같은 생각하신 분 계세요? 아니더라도 제발 조언 부탁드립니다. 절박하고 진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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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
안녕하세요 답변이 꽤 늦었죠 질문자 저도 님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 뭐라 조언해드릴 수가 있을까 싶지만 천천히 써내려가볼게요. 글을 읽어 보니 질문자 님은 무의미에 대한 허무감을 느끼고 계신 것 같아요. 저도 '그거 해서 뭐해?' 라는 생각이 꽉 박혀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다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살지'라는 생각까지도 했고요. 근데 이렇게 생각하면 뭘 하려고 해도 다 무기력해지고 하기 싫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하든 모든 일에 어떻게든 의미 부여를 하려고 했는데 그건 또 제가 저를 속이는 게 되니까 더 더 무기력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놔두기로 했어요. 딱히 크게 의미를 넣지 않고요. 그러니까 한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깊게 생각하면 할 수록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터질 것 같지 않나요? 글을 읽으면서 느꼈는데 생각이 참 깊으신 것 같아요. 아마 그런 탓에 이렇게 힘들게 고민하고 계신 걸 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질문자 님은 자기가 무엇 때문에 어떻게 회의감을 느끼는지를 잘 알고 계신 것 같아 부러워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믿을 필요는 없어요. 질문자 님이 자신을 믿으면 자연스럽게 남도 믿을 수 있게 돼요. 자신을 믿으니까 그런 자신이 믿는 남도 믿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제 생각에 무기력을 깰 수 있는 것은 '일단 뭐라도 하는 것'이에요. 산책 나가기 귀찮을 때도 일단 준비하고 나가면 다시 들어가기 귀찮아서라도 산책하러 나가잖아요? 비유는 좀 구리지만 일단 뭐라도 하면 무기력함이 좀 깨지더라고요. 그게 취미든 일이든 뭐든지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다가 혹시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을까 하고 지식인에 검색했다가 반갑기도 하고 위로해주고 싶기도 해서 답변드렸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길 바라요. 안온한 밤 되세요.

201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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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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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 생각하던때가 있었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답은 아직 못찾았고 앞으로도 찾지못할꺼라 생각해요. 근데 그게 인생이잖아요. 인생 뭐 별거있나요,, 그냥 즐기고 하고싶은것 많이하고 가끔은 개썅마이웨이도 있고 사랑도 하고 보람도 느끼고.. 깊게 생각안하셔도돼요.

201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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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
바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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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 같은 그런 느낌 아닌가요.

2. 그래서 외롭지요 하지만 막상 사람을 만나보면 금방 멀어지고 싶고.

3. 혼자가 편하지만 이건 또 뭔가 아닌 것 같고. 

위 세가지에 다 걸린다면, 당신이 할 일은 정해져 있어요. 질문에 나이가 없네요.

나이에 따라서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할 일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 답변을 읽고 공감하는 바가 있다면 일단 채택부탁합니다. 

공감하지 못하는데 여기다 더 길게 쓰는 것은 의미가 없겠죠.  ^^

201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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