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수 사라진 재래시장, 온라인몰이 대체

설 제사상 물품 온라인몰에서 구매 늘어…설 선물세트도 온라인서 구매

기사승인 2018-02-21 11: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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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수 사라진 재래시장, 온라인몰이 대체

명절인 설에도 재래시장과 온라인몰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것저것 비교해보고 배송까지 가능한 온라인몰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재래시장에는 젊은 손님의 발길이 줄어 썰렁해졌다. 설에 재래시장이 북적북적한 것도 옛말이 됐다. 

실제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 설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경우가 해마다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설에 더현대닷컴과 현대H몰을 통해 올해 온라인 단독 선물세트를 50여종으로 늘렸다. 현대백화점 온라인몰 선물세트 신장률은 2015년 27.3%였다가 2016년 38.2%, 2017년 42.6% 등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몰을 통해 구매하면 설 선물세트도 보통보다 더 저렴한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위메프가 지난 한 달간 판매된 명절 선물 구매 패턴을 살펴본 결과, 2만원 이하의 특가 선물세트를 구매한 비율이 69.4%로 가장 높았다. 2-5만원대 구매 비율(26.3%)을 고려하면, 5만원 이하의 저가형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서울 구로동에 사는 조모(36, 남) 씨는 "집이 재래시장과 가깝지만 재래시장에 간 지 오래됐다"며 "설을 앞두고도 대형마트를 가서 선물할 거리나 생선이나 고기 등 대부분의 물건을 대거 샀고 빠진 물건은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 샀다"고 밝혔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모(42, 여)씨도 "설에 요리를 하기에 시간이 없어 이미 조리된 전이나 반조리된 삼계탕, 사골 등을 온라인에서 구매했다"며 "이번 설 선물세트도 쿠폰 등의 혜택을 받아 온라인이 더 싸서 본가에 미리 주문해 보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온라인몰들은 다양한 특가 쿠폰을 마련해 할인을 더 해준다. 아보카도 1개, 세척당근 1개 등 작은 용량으로 구매할 수 있고 배송도 빨라져 당일이나 익일이면 집앞에서 택배로 받아볼 수 있게 되어 매우 편리하다. 또 1인가구나 맞벌이 부부의 특성상 장 볼 시간이 없는 것도 온라인몰을 찾는 또 다른 이유다. 

서울 신림동의 장모(33, 여)씨는 "시장에서는 유통기한이 없어서 얼마나 됐는지 알 수 없어 사기를 꺼리게 된다"며 "포장에 유통기한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서 마트나 온라인몰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특성은 시장 상인들도 체감하고 있다. 서울 망원시장에서 손님을 맞던 한 상인은 "요즘에는 설 특수가 크지 않다"며 "평소보다는 조금 더 벌지만, 예전처럼 3개월 동안 장사 쉬어도 될 정도로 벌지는 못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서울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한 상인도 "이곳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아서 그나마 설 대목을 앞두고 장사가 되는 편"이라면서도 "요즘 20대 젊은 여성들은 설에도 잘 찾아보기 힘들고 사도 소량을 사 가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나만 해도 재래시장에 자주 가지만, 딸만 해도 온라인 쇼핑을 주로 이용하는 것 같다"라며 "재래시장 상인들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는데 안쓰럽다"고 전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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