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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전통음식 학교급식 전승 세미나


전통식 고정관념 탈피 다양한 변용 필요

최근 한국조리사회중앙회에서 주최한 ‘2009 전통음식, 학교급식에 어떻게 전승할 것인가”를 주제로한 세미나에서 중요무형문화제 제 38호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이 동 주제를 중심으로한 특별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한복려 원장은 전통음식을 접하는 것에서 이제 가정보다 학교 급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학교 급식을 통하여 전통음식을 접하는 것은 물론 전통생활문화를 체득할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복려 원장이 발표한 전통음식의 급식에의 적용방안에 관한 주제발표 내용을 정리해 봤다.



김치·된장 등 ‘강요’ 아이들에 거부감
불고기·떡 등 선호 음식부터 활용해야


■ 체질에 맞는 우리음식 접해야

세계 공동체 안에서 개체를 가지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법은 우리 체질에 맞는 우리음식을 늘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기회를 주는 사람은 이제 가정에서의 어머니 보다 학교 급식에 종사하는 이들이고 전문적인 영양지식과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효율성 있는 급식으로 자라나는 세대의 건강을 책임지고 안정된 품성을 갖게 하는데 있어 가정에서 보다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학교 급식에서 기대하는 중요성은 균형 잡힌 식단의 구성으로 편식의 방지, 성장발육의 향상, 올바른 식습관과 식사예법 습득 등을 들 수 있겠지만 즐거운 대화의 장소가 돼 먹는 즐거움도 알게 해주고 가장 빨리 전통생활문화를 체득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장을 마련해 줄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통음식에 대한 바른 식견을 가져야 하고 그 음식들의 쓰임새와 특징을 알아 식단구성에 잘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 전통상차림 종류에 맞는 음식선택

우리의 전통적 접대 법은 외상차림이었으나 여러 사람을 일일이 외상을 차리려니 번거로워 서너 사람 분을 한데 차리는 교자상으로 변하였다. 뷔폐상은 이 교자상 차림을 더욱 간소화해 접대하는 수고를 없앤 식사 형태이다.

한 군데에 차려진 음식을 각자가 접시에 셀프서빙으로 기호에 맞는 음식을 먹을 만큼씩 덜어서 들도록 한다.

결국 단체급식은 여기에 해당되며 제한된 음식수를 선택의 여지없이 먹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년을 통해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으므로 급식을 받은 이들에게는 큰 기대감을 주게 된다.

■ 밥 위주 균형잡힌 영양식단 구성

어린이는 일생을 통해서 각종 영양소를 가장 고르게 섭취해야 할 시기이며 어릴 때에 영양섭취가 어른이 된 후 거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따라서 세끼 중 한끼인 점심식사는 영양의 균형을 갖춘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

■ 대상의 인물 구성·연령·성별 고려

학동기는 심신의 발달이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로서, 학도기 전반에 걸쳐 발육이 완만해지고,후반기인 4~5학년부터는 다시 신체의 발육이 왕성해지는 시기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들은 신체적으로는 유치를 갈고, 소화흡수 능력도 완전한 단계가 아니므로 부드러운 음식과 소화성이 좋은 음식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경우, 활발한 신체활동 및 발육성장을 위한 영양소의 충분한 공급이 필요하다. 성장발달 패턴을 고려한 식단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어진다.

■ 계절에 흔한 식품 우선 이용

우리나라의 옛 풍습에서는 일 년을 통해 명절 때마다 해 먹는 음식이 다르고 또 춘하추동 계절에 따라나는 새로운 식품을 즐겼다. 절식(節食)은 다달이 끼어 있는 명절 음식이고 시식(時食)은 춘하추동 계절에 나는 식품으로 만드는 음식을 통틀어 말한다.

어린 시절의 식습관은 평생을 좌우하게 됨으로 식습관이 정착되기 이전인 초등학교 아동들에게는 절식을 제공하는 것은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식생활을 영위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절식에 대한 초등학교 급식영양사에 의식조사에 예를 들어 본다. 절식은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으며 좋아하는 이유는 ‘조리방법이 특이해서’이며 ‘식단 작성시 절식을 고려한다’로 대답했다.

학교급식에서 절식의 이용이 어려운 점은 ‘조리과정이 복잡하다. 표준조리법이 없다’로 답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표준조리법의 개발 및 조리법의 간소화가 우선으로 나타났다.

절식은 식생활문화의 계승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고 답했으며, 절식에 대한 학교 교육이 필요함을 나타냈다.

학교급식에 적용하는 절식은 떡국, 육개장, 갈비찜, 만두, 탕평채, 닭찜, 삼계탕, 송편, 갖은 나물, 약식, 인절미, 팥죽, 미나리나물, 편육, 묵은 나물, 토란탕, 칼국수이다.

■ 음양오행에 바탕

약식동원은 ‘사람은 나이가 들면 병에 걸리고 죽게 되는데, 세상만물은 모두 효과가 있어 잘 알아서 먹으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라는 신농씨 이론에서 처음 나왔다.

그 후 중국 춘추전국시대 불로장생을 원하는 진시황을 위한 신하들의 노력으로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한 약효가 있는 천연물이 발굴되었다.

중국의 후한에서 삼국시대 사이에 성립되고 최초의 본초서인 ‘신농본추경’에서는 약물을 상약, 중약, 하약으로 나누었다.

그 중 상약은 찹쌀, 밀, 참깨, 대추, 생강, 파 등을 말하며 우리가 늘 먹는 식품이니 약과 먹는 것은 같음을 뜻한다.

음양오행설은 세상 만물은 음과 양으로 되어있고 사람도 남과 여의 음양이 있으며 같은 물건이라 해도 그 안에는 음양이 있다는 것이다. 즉 우주는 음양의 조화와 상생, 상극의 원칙에 결합배 무한한 유전을 거듭남을 의미한다.

오행은 목, 화, 토, 금, 수이며 몸의 오장육부와 계절, 오미, 오색, 오취가 연관이 되어 그에 맞는 먹거리를 상생, 상극의 원리를 적절히 활용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게 만든 것이 한국음식이 갖고 있는 기본 사상이다.

오행사상에 따르자면 제철의 신품을 오행오미에 맞추자면 봄에는 신맛을 여름에는 쓴맛을 가을에는 매운맛을 겨울에는 짠맛을 주로하며 단맛은 4가지 맛에 들어가 다 조절을 해서 조리를 해야한다.

■ 다양한 조리법 고려

음식의 맛을 내는 데는 여러가지 조미료를 복합하여 쓰는데, 우리나라 음식의 대부분은 ‘갖은양념’이라 하여, 식품 자체가 가지는 맛보다는 식품 재료에 여러 가지로 조미하여 어우러진 복잡한 맛을 즐겨한다.

한국음식의 재료의 어울림이나 조미료의 쓰임새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란 말처럼 ‘입으로 먹는 음식은 몸에 약이 된다’는 근본 사상에서 비롯되어 있다.

양념이란 말을 한문으로는 약념(藥念)으로 표시하는데 이는 여러가지 조미료를 쓸 때에 ‘몸에 이로운 약이 되도록 염두에 둔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 우리맛 익숙화 노력을

학교 급식이 시행된 후 어머니들은 매일 도시락을 싸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어 마음이 가볍지만 급식제공자들은 그 짐을 지게 되어 그 부담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학부형들이 순번으로 돌아가며 급식에 참여하는 일은 바람직하고 가정에서도 우리 맛에 익숙해지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준 것 같은 음식 맛을 느끼면서 먹게 하는 것이 바로 전통을 정착시키는 방안이 될 것이지만 길들여지지 않은 입맛에 토종 맛인 된장, 젖갈, 김치 등의 발효 식만이 전통음식 제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의 기본 맛인 발효식품의 맛에 서서히 적응 할 수 있는 조리법을 생각한다. 된장이나 고추장, 젓갈 등을 소소나 양념으로 풍미를 주도록 하고 김치는 다양한 김치응용 요리의 재료로 쓸 수 있게 한다. 불고기는 고기요리로서만이 아닌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법을 찾는다.

급식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은 자식을 잘 키우는 첫째 본분은 정성을 다해 음식을 잘 먹이는 것이니 내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관리하고 급식에 임하여야 한다고 본다.

■ 전통떡 적극 활용

한국인에게 있어 떡은 ‘밥 위에 떡’이라 해 곧 맛있고 좋은 것을 상징하거나, ‘얻은 떡이 두레 반’이라 해 나눠먹는 음식으로서 서로의 정을 두터이 하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떡은 민속 및 통과의례와도 불가분의 관계를 가져왔다. 아이가 순수무구하게 자라라고 하얀 백설기로 만드는 돌떡, 잡귀를 막아 아이가 실하게 자라도록 해주는 수수팥경단과 송편, 부부가 찰떡궁합으로 살라는 봉치떡 등은 지금도 아이의 생일이나 혼례 때면 빠지지 않는 의례음식이다.

다양했던 떡은 나누어 먹기 편하고 한번에 많이 만들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에 더욱 발전하게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주식인 밥을 대신하거나 서양의 스낵이나 샌드위치, 중국의 딤섬과 같은 간편식으로서, 주식 대용식이 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떡이 건강식, 별식, 간편식 으로서의 여건을 갖춘 만큼 그 조건들을 보다 유리하게 활용하려면 떡 만드는 법에서부터 떡의 모양이나 크기, 맛, 포장 등 개선돼야 할 점도 많다.

현대화된 공정을 통해 급식에서도 쉽게 떡을 만들 수 있는 서양 케익과 과자에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자연스레 접하게 해줘 전통음식에 관한 거부감도 덜어줄 것이다.

■ 전통식문화 교육방법 모색

통과의례란 민속학에서 쓰는 말로, 사람이 출생하여 한평생 사는동안 치르게 되는 여러가지 크고 작은 고비를 지날 때에 치르는 의식이나 의례를 말하며, 이때에는 의례 음식을 마련하게 된다.

모든 의식에는 빠짐없이 특별한 식품이나 음식을 반드시 차리는데, 거기에는 기원, 기복, 외경, 존대의 뜻이 따른다.

통과의례와 관련된 음식인 미역국, 국수장국, 백설기, 수수팥떡, 고사떡 등도 시식을 시킴으로 전통음식에 관한 상식을 접하게 하며 아이들에게 상차림으로 된 실물을 보여 줄 수는 없어도 관련된 자료나 유인물을 주어 전통식문화 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

정리=김동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