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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귀여니에 대해서..
정보가 없는 사용자 조회수 3,005 작성일2003.12.18
어떤 분께서 귀여니 비판을 하시는 분들이 문학작품과
소설을 혼동하고 있다고 하시던데요.
소설은 실제로 일어날법한 일들을 허구로 꾸며서 쓴 글 이라면서
귀여니 의 글은 어떻게 보면 소설이라고 볼수 있다고...
귀여니 글이 소설이 아니라면 판타지도 소설로 볼수없다고...
그러시더라구요.

이 것에 대해서
귀여니 안티 분들과 팬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무조건 좋고 , 무조건 나쁘다는 그런 이야기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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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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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한편 순수문학을 지망하는 학생으로서 귀여니를 그닥 좋게 보고 있진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비판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생각컨데 귀여니가 욕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인터넷상의 소설을 그대로 출판한 점과 귀여니 그녀의 태도입니다.


 인터넷상의 통신체를 어찌보면 언어의 유동성,사회성에 빗대어 말씀하시는 분이 있으신데

제 생각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언어란 한 사회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여기 이 컹컹 짖는, 털많은 네 발 짐승을 '개'라고 하자"라고 한다면 그 사회에서

그 컹컹 짖는, 털많은 네 발 짐승은 '개'라고 불립니다. 다른 사회에서는 'dog'로 불리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십대들의 언어체계인, 소위 '외계어'가 언어가 될 수 있다고 하면

그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일단, 체계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우혁님의 글에서 보고 고개를 끄덕인 바 있습니다만 언어체계라고 하기에는 법칙성이 없습니다.

이우혁님의 글에선 짧게 나오지만 좀 더 논리정연하므로 그 글을 읽어보시는 게 더욱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발음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언어란 쓰는 말입니다. 그러니 제가 이렇게 쓰고 있는 글도 보고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ㅋㅋㅋ'나 'ㅎㅎㅎ'같은 말을 발음해보십시오. 어떤 분은 '크크크'라고 읽으시고

또 다른 분은 '캬캬캬'라고 읽으실 겁니다. 어떤 사람은 '하하하'라고 할테고 또 어떤 사람은

'흐흐흐'라고 할테지요.

 이래서야 앞에서 언급했던, 한 사회의 약속이란 말에 어긋나지 않는다 할 수 있겠습니까?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느 시인의 시집에서 'ㅎㅎㅎ'인지가

나왔습니다. 시란 이미지를 중심으로 쓸 수도 있기 때문인지라 무엇인가 음험하고 음흉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ㅎㅎㅎ'라고 쓴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제와 다시 보니 제 눈에도

통신체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귀여니는 그 글을 '시'라고 하지 않고 '소설'이라고 하였습니다. 소설은 시와 달리

'시적 허용' 같은 것이 없지요. 오히려 문법을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문법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인터넷 상에서 쓰이는 통신체 그대로

출판한 점은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둘째로, 귀여니의 태도 문제입니다.

 자신의 소설에 자신감과 애정이 있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바 있는 단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보기 싫으면 보지 마라'는 듯한 태도는

좋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오고 책이 출판되어 나왔다면, '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진정 자신의 글에 애정이 있고 자부심이 있다면 단점이라 지적받는 부분을 받아들이고

고려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귀여니의 태도는 아이 하나를 낳아놓고, 그 아이를

책임지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책임회피지요. 이러한 태도를 좋게 보아야 하는지요.

 태도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말들이 오가는지라 저 역시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

현재 인터넷상에 나도는 그 '귀여니 어록'이 정말 맞는 말인지 알 수조차 없는지라 태도에

관한 문제는 이정도로 해둘까 합니다.

 하지만 사적으로, "세 편쓰는데 네 시간 걸렸습니다"란 말은 정말로 듣기가 거북했습니다.

후에는 생각한 건 이틀 정도라고 고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실여부를 가릴 수 없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제 사견을 물으신다면,

저는 한껏 화를 내고 싶습니다.

 생각하는게 이틀이나 되었으니 쓰는 건 네 시간이면 된다는 말입니까.

전문적인 부분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느냐 하신다면

'출판되었으므로 이 정도의 책임은 져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귀여니의 문제는 온라인 상에서 있어야 할 것이 오프라인으로 오면서 생긴 문제란 것 외엔

내용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지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귀여니의 문제에 대해서 대강 정리를 했습니다.

문제를 이야기했으니 귀여니가 지나치게 지탄받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해야겠네요.

'문희준' 같이 귀여니 역시 넷상의 문화와 결부되어 너무 일이 커졌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찌보면 '이렇게까지 사람을 몰아가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니까요.

 문희준을 욕하시려거든 일단 앨범을 듣고 활동하는 모습을 본 다음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욕해야 하고, 귀여니를 욕하시려거든 그 글을 읽고 왜 마음에 안드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귀여니도, 문희준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지나치게 '몰아가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귀여니나 문희준은 사실 있을 수 있는 사건입니다. 다만 '어쩌다 잘 걸린' 경우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귀여니가 연애소설을 써서 문제를 일으킨 거라면 그 수많은 할리퀸 문고는 화형식을 올려야

하지 않습니까. 귀여니와 같은 소설을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있을 겁니다.

이 부분은 취향 나름의 문제로 놔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무분별하게 찍어내는 책에 대해서는

분명 많이 고쳐야하지만, 귀여니와 같은 류의 소설을 보는 것은 그 독자층 나름의 취향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민주주의 사회라니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부분 아니겠습니까.


 또한 어쩌면 플러스면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문학계가 순수문학쪽으로 치우치다 보니 일반독자층과 많이 동떨어졌다는 생각이

간혹 듭니다. 상징과 이미지, 주제와 사회전반에 대한 질문으로 소설의 표면적 의미와

내면적 의미, 본질까지 들어가다보니 저 역시 단편 소설을 한 번 읽을 때는 여러번 되풀이해서

읽지 않으면 소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전문적으로 그쪽 계통에 대해

공부하는 저 역시 이러니 상대적으로 공부하지 못하는 일반 독자층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귀여니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되어 책 읽는 재미가 들려서 점차 다른 쪽의 소설도 읽게 된다면

그것이 플러스면이 아니라고 할 수 없겠지요.

 제 생각으로 대중문학이란 순수문학과 독자를 이어주는 하나의 선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순수문학이 상위에 군림하고 대중문학이 그 아래에서 독자라는 하층민을 이어주는

그런 구도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대중'문학이라고 말하는 것과 '순수'문학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이란 그 작품 자체의 깊이와 분위기 같은 것이 서로 다를 뿐,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말은 이렇게 해도 비교할 때도 있고 합니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늘

생각을 해두는 편이구요.


 참 많이도 썼네요; 제 생각만 너무 늘어놓았는데,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늘어놓겠습니다.

귀여니가 소설이 아니라면 판타지 역시 소설이 아니란 말은 정말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판타지, 그러니까 환상 문학이란 현실을 다른 각도에서 보자는 측면에서 빠져나온

하나의 장르이고 현재 우리나라 대중문학계에서 상당히 왜곡되었지만 많이 활성화된 걸로 압니다.

때때로 '탐그루'나 이영도님, 이우혁님의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저 역시 판타지를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작품이 치밀하고 재미있습니다.

 소설은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을 허구라는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쓰는 문학장르입니다.

하지만 그 '허구'란 것이 거짓말 이전에, 현실에 바탕을 둔 논리여야 합니다.

현실성이 떨어지면 안되죠.

 하지만 '드래곤라자'나 '반지 전쟁'의 세계관, '해리포터'의 세계에서 그런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이 세계만큼이나 '현실감각'이 있는 세계니까요. 제가 위에서 언급한

책을 읽어보시다가 "아, 이런 데 가보고 싶다"는 생각 안해보셨나요?

그곳에서 마법을 쓰거나 초능력을 써도 '그놈은 멋있었다'처럼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하지는 않잖습니까. 그건 바로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이건 눈감아준다"는 약속을 하기 때문입니다.

판타지란 장르를 읽을 때 "이 소설이 탄탄한 세계관과 사람의 보편적인 면을 담고 있다면

눈감아주겠다"라고 약속해주는 것이죠.

그렇다고 탄탄한 세계관과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나온다면 독자들은 눈을 감아주지 않습니다.

"이거 말도 안돼"라고 하지요.

 그러므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야 하는 판타지란 장르는 무엇보다 작가의 튼튼한

현실감각과 거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요.

(사실 이건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세계관을 짜려고 노력하는 판타지 작가분들과 모든 사람들이 발붙인

'현실세계'에서 튼튼하지 못한 현실감각으로 "이게 말이 돼?"란 말이 나오게 하는 귀여니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귀여니에게 '귀여니님'이나 '귀여니씨' 같은 말을 써야 마땅하다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호칭은 생략합니다.

 긴 글 쓰느라 저는 힘들고, 읽으신 분들은 괴로우셨으리라 생각합니다. ( __)

200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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