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 현실적이라는 말은 '환타지'에 대한 실례입니다.

환타지 영화의 대작 '반지의 제왕'을 보셨죠? 안 보셨다구요? 어쨌든 그게 절대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요? 아니, 일어나기를 떠나서 그런 세계 자체가 허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소설, 혹은 영화를 보고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할 수 있죠.

환타지류의 소설등(공상과학 소설등 많죠...)은 어차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그럴거라고 '가정'하는걸 암묵적으로 약속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소설을 읽는다는건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본다는 이야기죠. 따라서 환타지 소설을 보고 '비 현실적이다'라고 욕하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이미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님을 약속하고 보는 거니까요. (따라서 비 현실적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식하다고 떠벌리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비 현실적이다'는 말이 '개연성이 부족하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또 다릅니다.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야기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말과 비슷한데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있어도 소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나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15층 아파트에서 떨어진 아이를 엄마가 받았다거나, 아이가 깔릴 위기에서 엄마가 자동차를 들어서 구했다는 이야기가 가끔 신문에 실릴때가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이건 믿습니다. 왜냐하면 그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믿을 수 밖에요. 하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소설 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이건 '개연성이 없다'고 하고 잘못된 소설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퇴마록의 세계 자체나 인물설정이 황당한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인물들이 아무런 설득력 없이 황당한 일을 벌이거나 대사를 한다면 이건 잘못된거죠. 그런 의미라면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구조가 나쁘지 않은 퇴마록도 비평할만한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웃기지도 않는일이죠. 그녀의 소설도 '비 현실적이다'는 말에서 별로 안 벗어납니다.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해도 그게 어디 좀 특이한 일들입니까? 누가 꽃미남 왕자가 나타나서 자신을 좋아한다고 난리칩니까? 소설은 상당수가 실제를 가장한 허구입니다.(이게 님이 배운 소설은 다 비현실, 이라는 말입니다. 실제로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지만 시치미떼고 실제로 일어난 척, 하며 말하는게 소설이죠) 그런데 그녀의 소설은 허구중에서도 가장 환타지틱한 소설이죠. 그런 사람이 허구속에서 현실의 이야기를 하는 소설들을 비판할 자격은 조금도 없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표현을 그렇게 한거라면 또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