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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베오울프』(Beowulf)는 총 3182행의 고대 영어로 써진 영문학 최초의 서사시로서 베오울프라는 한 영웅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으며, 게르만 전통에 입각한 운명관 및 명예, 충성, 복수를 기반으로 한 영웅주의 사회의 행동철학을 다루고 있다.
작가 작자 미상
장르 서사시
사조 영웅주의
집필시기 8~9세기, 수서본은 10세기에 완성

작품해설

서구 고전문학의 대표적 시로 간주되는 『베오울프』는 베오울프라는 한 영웅의 일대기를 감명스러운 어조로 서술한 작자 미상의 대서사시이다. 6세기경의 북유럽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시는 구전으로 전해오다 대략 8세기경에 문자화된 시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전문학에서는 동일한 주제와 소재, 그리고 동일한 장면과 줄거리가 반복되는데 『베오울프』는 이러한 요소들을 잘 답습하고 있다. 나아가 두운법과 상투적 문구, 인물이나 사물의 특징을 나타내는 형용어구, 동일한 대상을 다른 낱말로 지칭하는 동격, 묘사적 완곡어법인 케닝 등과 같은 다양하고 정교한 어휘조합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법과 핵심주제인 영웅주의 행동철학이 어우러져 『베오울프』는 대표적 서사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베오울프』는 설화나 민담 속에 흔히 볼 수 있는 영웅의 모습과 같은 주인공 베오울프의 일대기를 다룬다. 예어트 족의 장수 베오울프는 이웃 나라 덴마크에 출현한 괴물 그렌델을 물리치고 진정한 영웅으로 부상하게 된다. 후에 왕이 된 베오울프는 왕국을 초토화 시키는 화룡(火龍)에 맞서 싸워 용을 살해하고 자신도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베오울프』는 이러한 줄거리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핵심주제인 영웅주의 도덕관을 다루는 시인의 기교에 의해 기존의 영웅담과 큰 차이를 이룬다.

『베오울프』를 관통하는 주된 행동철학은 게르만 전통에 입각한 영웅주의 도덕관이다. 군주를 중심으로 소수의 정예용사가 결합하여 코미타투스(Comitatus)가 구성이 되며 군주는 평화 시에 자신을 따르는 용사들에게 술과 보물을 하사하며 동시에 법적이고 경제적인 안정을 보장한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용사들은 군주와 소속 집단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을 다짐하는 충성맹세를 하게 된다. 이러한 결의가 실제 전투 현장에서 행동으로 입증되었을 때, 즉 말과 행동의 일치를 통해 진정한 영웅이 탄생하게 된다.

용사들의 충성결의와 군주의 선물 하사는 『베오울프』의 주된 내용이자 시의 전체구성을 엮어 가는 핵심 모티브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영웅주의 행동철학은 이와 같이 물질에 기반을 둔 쌍무적 계약 관계에서 끝나지 않고 명예 획득이라는 이상주의를 포함하면서 온전히 구현된다. 영웅주의 용사들은 종교의 불멸성과 같이 영웅적 업적으로 얻게 되는 명예가 자신들의 이름과 함께 후대에 영원히 전해진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명예의 중요성은 ‘명예를 가장 열망했던 자(베오울프)’라는 헌사로서 시를 끝맺는 시인의 의도에서 여실히 보여진다.

작품 줄거리

이웃 덴마크 왕국에 괴물 그렌델이 침입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예어트 족(Geats)의 용맹한 용사 베오울프는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일군의 용사들을 소집하여 덴마크로 향한다. 덴마크에 도착한 베오울프는 해안경비대장과의 접견을 끝내고 궁중 대신 울프가르의 안내로 덴마크를 다스리는 흐로드가르 왕을 알현한다. 베오울프의 무용을 잘 알고 있는 흐로드가르 왕은 그렌델과의 싸움을 허락하며 성대한 향연을 베풀어 베오울프를 환대한다. 밤이 깊어 향연장의 용사들이 잠에 빠지자 괴물 그렌델이 급습하여 살상을 자행한다. 마침내 베오울프와 그렌델이 맞붙게 되나 베오울프는 30명의 용사를 감당할 수 있는 자신의 손의 힘으로 괴물 그렌델을 격퇴한다.

베오울프의 승리를 축하하는 향연이 벌어지나 그날 밤 베오울프 일행과 덴마크 용사들은 또 다른 괴물의 침입을 받게 된다. 그 괴물은 그렌델의 어미로서 아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덴마크 궁궐을 급습한 것이다. 그렌델 어미의 습격으로 자신의 장수를 잃은 흐로드가르 왕은 슬픔에 빠진다.

슬픔 보다는 죽은 용사의 복수를 감행하는 것이 더 값지다는 말을 남기고 베오울프는 그렌델의 어미가 살고 있는 늪으로 향한다. 물속에서 행해진 괴물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베오울프는 그렌델의 어미를 살해하고 승리의 징표로 그렌델의 머리를 잘라 들고 돌아온다. 성공적으로 모험을 완수한 베오울프는 모국으로 귀환하여 자신의 무용담을 히옐락 왕에게 고한다. 히옐락 왕은 베오울프의 업적을 치하하며 그에게 더 높은 신분을 부여한다. 이후 히옐락 왕이 군사원정으로 목숨을 잃게 되자 예어트 인들은 어린 왕자 헤아르드레드 대신 베오울프가 왕위에 오를 것을 간청한다.

하지만 베오울프는 이를 거절하고 헤아르드레드가 왕위에 오르자 그를 잘 보필한다. 나중에 헤아르드레드 왕이 죽자 베오울프는 왕이 되어 50년간 나라를 다스리게 된다. 베오울프의 말년에 화룡이 침입하여 왕국을 초토화시키자 베오울프는 용을 물리치기 위해 전투에 나선다. 베오울프 왕은 휘하 장수인 위그라프의 도움을 받아 용을 살해하지만 그도 치명상을 입고 목숨을 잃는다. 비겁한 행동을 취한 동료 용사들과 달리 위험을 무릅쓰고 왕을 도와 용을 죽인 위그라프는 베오울프의 뒤를 이어 예어트 국의 왕이 된다. 왕국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진 베오울프에게 주어진 헌사는 고대의 용사들이 가장 듣기를 열망하는 ‘명예를 가장 열망하신 분’이었다.

First page of Beowulf in Cotton Vitellius A. xv

Remounted page, British Library Cotton Vitellius A.XV

등장인물

베오울프(Beowulf) : 시종일관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여주며 명예를 열망하는 그의 행동관은 시에서 노래하는 영웅주의의 전형으로 간주된다. 괴물 그렌델을 물리치고 덴마크 왕국을 구하는 것과 나중에 자신의 왕국에 침입한 화룡을 죽이고 왕국을 구함으로써 그는 구원자와 같은 종교적 상징성을 지닌다. 베오울프는 화룡의 침입을 받자 이러한 재앙을 자신의 불찰로 인한 신의 응징으로 간주하며 영웅시에서 보기 힘든 내적성찰의 과정을 보여준다.

흐로드가르 왕(Hrothgar) : 괴물 그렌델의 습격으로 고통을 받는 덴마크의 왕이다. 베오울프가 괴물 그렌델을 물리치는 영웅적 업적을 달성하자 그에게 교만에 빠지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설교를 행한다. 베오울프 아버지가 자신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한 사실을 베오울프에게 상기하면서 베오울프의 도움을 정당화 하려는 의도를 엿보인다.

운페르드(Unferth) : 덴마크 왕국의 장수로서 외지인 베오울프가 등장하여 자신들이 물리치지 못한 괴물 그렌델을 처치하겠다고 호언장담하자 그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는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베오울프의 과거 무용담을 들춰내며 베오울프의 모험이 실패할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베오울프가 그렌델을 무찌르고 무용(武勇)을 입증하자 그는 태도를 바꿔 그렌델 어미와의 격투를 위해 떠나는 베오울프에게 자신의 명검을 빌려주는 신사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웨알데오우(Wealhtheow) : 덴마크 왕비인 그녀는 영웅주의 사회에서 차지하는 보물의 중요성을 통렬히 파악하고 있으며 실제 상황에서 보물을 잘 활용하는 정치적 수완을 발휘한다. 그녀는 남편인 흐로드가르 왕에게 그가 베오울프에게 했던 보상에 대한 약속을 꼭 지킬 것을 상기시키는데, 이는 미래에 필요할지도 모를 베오울프의 도움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그녀는 숙부인 흐로둘프가 어린 조카들을 제거하고 왕권을 찬탈하려는 음모를 꾸밀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남편인 흐로드가르 왕에게 보물로써 그를 잘 환대하라고 권면한다.

위그라프(Wiglaf): 베오울프와 같은 종족으로서 베오울프와 함께 용을 격퇴하고 그의 뒤를 이어 예어트 국의 왕이 된다. 군주에 대한 맹세를 생명과 같이 여기며 행동으로 실천하는 그의 모습은 영웅주의의 이상형으로 간주되는 베오울프를 많이 닮고 있다.

작품 속의 명문장

“운명은 때때로 운이 다하지 않은 자가 그 자신의 용맹함을 드러내 보일 때 그에게 관대하노라.”

베오울프의 운명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어떤 불가항력적인 거대한 힘을 인정하지만 명예를 달성하고자 하는 굳건한 의지와 결의 그리고 전투현장에서 발휘되는 용맹함으로 인해 용사는 운명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견해를 보여준다.

“현명하신 이여, 슬퍼하지 마소서. 친구의 죽음을 심히 슬퍼하는 것보다 그의 원수를 갚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일입니다. 우리 각자는 이 세상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해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자는 죽기 전에 명예를 얻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사후 그 용사에게 남겨질 최상의 것입니다.”

베오울프는 충실한 신하 에쉬헤레(Ashhere)를 잃고 슬픔에 잠겨 있는 흐로드가르 왕에게 슬픔을 털어버리고 즉각적인 복수를 감행하자고 설득한다. 감정에 앞서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베오울프의 자세는 영웅주의에서 요구되는 이상적인 행동관과 일치한다. 동시에 베오울프는 영웅주의 행동철학의 핵심 기조인 명예를 언급하고 있다.

작품읽기 & 참고자료

Garmonsway, G. N. and Jacqueline Simpson. Beowulf and its Analogues. London: J. M. Dent & Sons, 1980 원문 Beowulf (wikisource)

출처

제공처 정보

  • 감수/집필 이동일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대학 영문학과 교수 및 영미연구소장. 런던 리치먼드 칼리지에서 영문학 학사를 수료하고 런던대학 University College London(UCL)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고.중세 영문학 및 문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문학 산책> 등 영미문학 관련 다수의 저서와 역서를 집필했다.

  • 제공처 인문과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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