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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김주혁·김무생의 증명사진...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04 05:59

수정 2017.11.06 08:41


▲ (왼) 1975년(추정) 배우 고 김무생의 모습, (오) 1998년(추정) 배우 고 김주혁의 모습
▲ (왼) 1975년(추정) 배우 고 김무생의 모습, (오) 1998년(추정) 배우 고 김주혁의 모습

▲ (왼) 1990년(추정) 고 김무생의 모습, (오) KBS1 드라마 '용의 눈물'(1996년~1998년)에 출연한 고 김무생과 배우 김영란이 모습.
▲ (왼) 1990년(추정) 고 김무생의 모습, (오) KBS1 드라마 '용의 눈물'(1996년~1998년)에 출연한 고 김무생과 배우 김영란이 모습.

▲ MBC 드라마 '구암 허준'(2013년) 당시 고 김주혁의 모습
▲ MBC 드라마 '구암 허준'(2013년) 당시 고 김주혁의 모습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너무나 빨리 그리고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배우 김주혁과 아버지 김무생의 젊은 시절 모습 말이다.

지난 30년간 지상파 3사(KBS,MBC,SBS) 드라마국의 전속 사진가로 활동 중인 황수연(57) 작가가 젊은 시절 고 김무생과 고 김주혁의 모습이 담긴 사진 다수를 최초 공개했다. 다만 그가 공개한 사진들은 대부분 실제 촬영 일시가 정확하지 않다. 남기지 못한 기록에서 의지한 것은 오로지 그의 기억뿐이었다.

김무생의 증명사진은 1975년(추정)에 촬영됐다.
그의 나이 32살 때로 MBC 공채 탤런트들의 연락처가 담긴 수첩을 제작하면서 찍었다. 바로 옆, 김주혁의 사진은 26세 때인 1998년으로 추정된다. 그해 그는 SBS 공채 8기 탤런트로 데뷔했는데 공채 시험을 앞두고 응시 원서에 쓰일 증명사진을 촬영한 것이다. 32살 때의 아버지와 26살 때의 아들의 모습, 어찌 좀 닮아 보이는가.

생전 김무생은 자신을 따라 연기를 하려는 둘째 아들 김주혁을 못마땅해 했다. 그런 아들을 두고 아버지는 "연극 세 편을 하기 전까지 어디 가서 절대 내 아들이라 말하지 마라"고 했을 정도다. 김무생과 함께 KBS '용의 눈물'(1996년~1998년), MBC '한국인 재발견 시리즈-광대가(동리 신재효)'(1983) 등 다수의 작품을 함께 한 배우 김영란은 그를 이렇게 회상했다.

"정말 좋으신 분이었어요. 선생님은 굉장히 유머러스하셨어요.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고 편안하게 해주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주혁이를 더 이상 만날 기회가 없어서 너무 슬퍼요.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네요..." 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는 "한번은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아들이 연기를 하겠대요. 그래서 선생님이 '연극 세 편을 하기 전까지 절대 어디 가서 내 아들이라 말하지 말아라'라고 불호령을 내렸대요."

연극 한편 올리는데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 세 편을 하는 약 3년의 시간이 얼마나 모질다는 것을 연기 경력 40년의 김무생이 모를리 없다. 그만큼 아버지는 자신을 빼박은 아들이 대중의 관심 속에 화려하게만 사는듯해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만 하는 연기장이의 삶이 녹록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황 작가는 "사진 스텝으로 현장에 참여한 나에게 김무생 선생님은 올려다보기도 힘든 대선배였습니다. 그럼에도 김무생 선생님은 위아래 관계없이 언제나 예의 바르셨고 점잖으셨어요. 이런 아버지의 올곧은 모습이 아들 김주혁 씨에게도 볼 수 있었죠."라고 남겼다.

이후 부자는 2005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보험회사의 광고로 TV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췄다. 광고 촬영할 당시 이미 암 투병 중이었던 김무생은 아들과 함께 한 이 광고를 마지막으로 그해 지병인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편, 황작가의 스튜디오는 마치 '한국 드라마의 박물관' 같아 30년간 쌓인 필름 더미 속에서 두 배우의 모습만 담은 사진을 찾는 것이 쉽진 않았을 것이다.
이 사진들이 세상에 내보이는 데까지 한 사람의 노고가 있음을 기억할 일이다.

아래는 김주혁이 출연한 작품 중 MBC 드라마 '무신'(2012년), '구암 허준'(2013년) 촬영 당시에 찍힌 모습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MBC 드라마 '무신'(2012년) 당시 고 김주혁의 모습
▲ MBC 드라마 '무신'(2012년) 당시 고 김주혁의 모습

▲ MBC 드라마 '구암 허준'(2013년) 당시 고 김주혁과 배우 박은빈의 모습
▲ MBC 드라마 '구암 허준'(2013년) 당시 고 김주혁과 배우 박은빈의 모습

▲ MBC 드라마 '구암 허준'(2013년) 당시 고 김주혁과 배우 이한위의 모습
▲ MBC 드라마 '구암 허준'(2013년) 당시 고 김주혁과 배우 이한위의 모습

▲ MBC 드라마 '구암 허준'(2013년) 당시 고 김주혁의 모습
▲ MBC 드라마 '구암 허준'(2013년) 당시 고 김주혁의 모습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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