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흡연자들을 구원할 것인가

정용인 기자

[정용인 기자의 생활 속으로] 아이코스 3주 체험기

필립모리스사가 내놓은 궐련형 ‘연초고형물을 이용한 전자담배’ 아이코스./필립모리스 코리아

필립모리스사가 내놓은 궐련형 ‘연초고형물을 이용한 전자담배’ 아이코스./필립모리스 코리아

기자는 기자 나이 또래들에 비해 조금 늦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갔는데, 군대에서 보급품으로 나오는 ‘군솔’ 담배가 아까워 뻐끔뻐끔 피워본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때가 1993년쯤이니 벌써 24년째 흡연 중입니다. 평균 하루 한 갑 정도 피웁니다.

기자도 3D직종이라, 흡연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 실상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부서원 중 흡연자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기자생활을 처음 시작한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데스크의 책상에는 유리재떨이가 놓여져 있었고, 편집국 사무실도 마감 때면 담배연기로 희뿌연했는데, 다 옛말입니다.

회사 옥상에 마련된 실외 흡연공간에서 종이컵을 재떨이 삼아 도둑담배를 피우고 돌아옵니다. 그마저 흡연실에서 가까운 부서 사무실 직원들로부터 “담배연기가 들어온다”는 항의를 받으며 눈치보면서 피웁니다.

아이코스는 5월 27일 한국에 출시됐습니다. 출시되기 전부터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죠. ‘담배계의 아이폰’과 같은 별칭이 붙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얼리어댑터로 비행기 타고 이웃나라에서 사온 사람의 시연기(試燃記)가 인기입니다. 저도 관심을 갖고 정보를 모았습니다.

6월 말, 회사 앞 CU편의점에 들어온 실제품을 보고 ‘질렀습니다’. 인터넷에 회원가입한 뒤 2주 동안 대기 끝에 손에 넣은 것은 7월 중순이었습니다. 그 후 2주, 수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회사 동료로부터 점심시간 식당에서 마주친 노가다판 아저씨들까지. 대부분 흡연자였습니다. 이 기사를 기획하게 된 이유입니다.

■아이코스, 건강에 도움될까
대부분 묻는 질문은 “괜찮냐” 또는 “좋냐”로 시작되는 질문입니다. 담배 맛을 묻는 게 아닙니다. ‘들리는 소문처럼’ 건강에 좋으냐, 혹은 흡연량을 줄일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실제 인터넷 사용기를 보면 그런 희망 섞인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전형적인 옹호 입장은 이렇습니다. “종전의 담배와 다르게 아이코스는 불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찌는 담배이기 때문에, 유해물질 배출이 적다. 아침에 일어나도 담배를 며칠 안 핀 것처럼 개운하다.”

이런 적극적 애호가도 있더군요. “기존의 궐련형 담배들은 종이로 담배 잎을 포장했기 때문에 피면 잡맛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반면 아이코스는 종이를 태우지 않기 때문에 시가처럼 담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사실일까요. 일단, 아이코스로 갈아탄 이후에도 하루 한 갑, 흡연량이 줄진 않았습니다. 종이 태우는 맛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이코스를 2주 피다가 다시 예전에 피던 담배를 불붙여 피워 봤습니다. 종전에는 느끼지 못한 떨떠름한 맛이 느껴집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칫솔질하고 오렌지주스를 마셨을 때 전에 없던 쓴 맛을 느끼느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찌는 담배’가 맞는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실제 아이코스의 작동원리는 이렇습니다. USB로 충전하는 충전기에는 막대형 홀더가 들어 있습니다. 약 3~4분 정도면 충전이 완료되는데, 이때 시중에 발매되는 ‘담배스틱’을 꽂아 넣습니다. 불이 깜빡거리다가 멈추면 그때부터 흡연을 할 수 있습니다. 한 스틱당 총 14~15회 내지는 6분간 흡연을 할 수 있습니다. 홀더는 한 번 쓰면 다시 3~4분간 충전해 사용해야 합니다.

담배스틱은 짧은 그냥 담배처럼 생겼습니다. 시판가격은 4300원. 20개비가 들어 있으니 시중의 담뱃값과 별 차이는 없습니다. 홀더 안을 살펴보면 ‘블레이드’라고 칼날처럼 생긴 금속막대가 있습니다. 스틱을 홀더에 꽂으면 금속막대의 열로 담배를 히트(Heat)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코스 전용 담배 이름엔 ‘히츠~’가 붙습니다.)

담배를 다 핀 다음 살펴보면 블레이드 자국 주위로 검게 탄 흔적이 남습니다. 스틱을 분해해보면 맨 위에 담배 잎이 말아져 있고, 그 밑에 여과 필터가 3중으로 있습니다. 불 붙여 피는 일반 담배의 담배 잎 부분과 비교해보면, 담배 잎 부분이 약 7분의 1 정도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실제로는 찌는 것이 아니라, 저 블레이드 주변을 조금만 태우는 것이 아닐까요. 유해물질이 적다고 하는 건, 실제 담배 잎의 절대량이 일반 담배보다 적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나 더. 2주째 사용하던 주말, 고장이 났습니다. 아무리 충전을 해도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충전이 되지 않더군요. 인터넷에 올라온 대처법(블레이드 주변 청소, 충전기 리셋)을 다 실행해봐도 안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은 블레이드입니다. 청소하거나 스틱을 꽂다가 블레이드가 부러지거나 휘는 사고입니다. 결국 광화문의 AS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기자가 방문한 8월 1일, 광화문 아이코스 직영점에서 사람들이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정용인 기자

기자가 방문한 8월 1일, 광화문 아이코스 직영점에서 사람들이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정용인 기자

대기 줄은 길었지만 안내하는 직원들은 친절했습니다. 30분쯤 대기하다 홀더를 교환했습니다. 블레이드가 부러지는 경우 1회에 한해서 무상 교환한다고 하더군요. 이건 내구성 문제가 아닐까요.

“인터넷 회원 가입을 하면서 사용법에 대한 동영상을 보게 하는데,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사람들 중 사용법에 주의하지 않고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AS센터 직원의 말입니다.

“정밀한 전자제품이다 보니 사용습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이코스를 발매한 필립모리스 코리아 관계자의 말입니다.

본격적인 질문을 할 차례입니다. 아이코스가 불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찌는 담배라는 설명, 맞을까요. “인류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담배를 통해 얻는 니코틴이 아니라 담배가 불에서 탈 때 나오는 연기에서 발생하는 여러 물질이라는 것이 수많은 연구의 결과입니다. 일반 궐련이 600∼800도에서 니코틴을 뽑는다면 아이코스는 300도 이하에서 니코틴을 끄집어내는 것입니다. 당연히 유해물질의 발생이 적을 수밖에 없죠. WHO나 미국 FDA 등 기준에 맞춰 우리가 실험해본 결과로는 아이코스는 종전 태우는 담배에 비해 유해물질의 양이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불을 붙여서 피는 것이 아니라 데워서(히팅) 피는 담배라는 것입니다.

유해물질 배출량이 10분의 1이라는 주장을 부인하는 연구결과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 연구결과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고타르 담배(3R4F)를 비교대상으로 사용해 아이코스의 유해물질 배출을 일부러 낮게 나왔다고 비판하는데, 실제 그 담배는 연구용 표준궐련으로 사용되고 있고, 그 문제제기를 한 팀이 주장한 저타르 표준궐련(1R5F)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습니다.”

상반되는 과학 연구결과에 대한 주장은 앞으로 좀 더 검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존 담배보다 담배 잎 절대량이 적어 ‘유해물질 배출이 적기 때문에 건강에 더 좋은 것 같은’ 착시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아이코스는 담배 잎을 잘게 잘라 종이 형태로 만들어 압축한 제품으로, 외형상 부피로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연 보조제 아니다

이 관계자와 대화를 통해 한 가지 배운 것은 있습니다. 일반 담배에 적혀 있는 ‘타르’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아스팔트 찌꺼기나 역청 같은 물질이 아니라 담배를 불에 태워 나오는 총배출물 중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하고 남은 잔존물(Total Aerosol Residue)’의 약자라는 것입니다. ‘불에 태워 남는’ 물질이라고 했으니, 데워 피는 아이코스의 경우 ‘타르’라는 말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입니다.

아이코스 측에서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일반 담배 연기는 기타 성분(73.5%)>수분(11.0%)>글리세린(7.9%)>니코틴(7.6%)으로 구성되는 반면, 아이코스의 경우 수분 (81.5%)>글리세린(9.0%)>기타 성분(7.4%)>니코틴(2.1%)입니다. 그러니까 아이코스 연기는 수증기에 가깝다는 말이겠지요. 처음에 제기한 질문의 답을 들을 때인 것 같습니다.

아이코스는 흡연자들을 ‘구원’할까요. 금연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아이코스와 같은 새로운 담배가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아이코스 AS센터에 걸려 있는 ‘우리의 IQOS 판매원칙’이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보니 인상적인 말이 있어 인용해 봅니다.

“IQOS는 지속적으로 흡연을 원하는 성인 흡연자를 위한 제품이며, IQOS는 금연대체제가 아닙니다.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걱정하신다면, 금연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흡연의 본질은 니코틴 중독입니다. 니코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논란의 대상입니다만 기타 담배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이미 상식입니다. 아이코스 측은 그 기타 유해물질을 태우지 않는 방법으로 줄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많은 검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금연에 이르는 확실한 길은 새로운 방식의 흡연제품이 아니라 각 개개인의 ‘의지’에 달렸다는 것은 변함 없는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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