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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좋은 시집 추천 부탁드립니다.
비공개 조회수 4,975 작성일2011.05.13
좋은 시집 어디 없을까요?
원래 시를 특별히 좋아했던 건 아니었는데, 최근 들어서 좋아하게 된 작가 분의 시집이 꽤 모더니즘해서, 단번에 이해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대학에서 문학을 배우고 있는 입장이라, 모던한 것도 좋긴 하지만, 제 실력이 부족하니 뭐랄까. 서정적이고, 좀 더 직접적인 시들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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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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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모윤숙 님의 시집을 추천드립니다.

 

모윤숙 시전집

 

201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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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문학 전공의 대학생이에요. ^^ 반갑네요!


허수경 시인의 시집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허수경 시인은 24살 젊은 나이에 실천문학으로 등단하여
나이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애잔한 시들을 많이 쓰셨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고고학 공부를 하시기 위해 훌쩍 독일로 떠나버리셨죠.
그리고 그 곳에서 오랫동안 고고학 공부를 하셨고 시집과 소설책, 에세이집, 번역서 등을
꾸준히 펴내셨습니다.
얼마 전 고고학 박사과정을 마치시고, 2011년 2월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이라는 시집을 내셨어요.

저도 요즘, 허수경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을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나네요.
몇 편의 시를 소개해드리자면....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허수경
 
 
 
문득 나는 한 공원에 들어서는 것이다
도심의 가을공원에 앉아 있는 것이다
이 저녁에 지는 잎들은 얼마나 가벼운지
한 장의 몸으로 땅 위에 눕고
 
술병을 들고 앉아 있는 늙은 남자의 얼굴이 술에 짙어져 갈 때
그 옆에 앉아 상처 난 세상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리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얼마나 다른 이름으로 나, 오래 살았던가
여기에 없는 나를 그리워하며
지금 나는 땅에 떨어진 잎들을 오지 않아도 좋았을
운명의 손금처럼 들여다보는데
 
몰랐네
저기 공원 뒤편의 수도원에는 침묵만 남은 그림자가 지고
저기 공원 뒤편 병원에는 물기 없는 울음이 수술대에 놓여 있는 것을
 
나는 몰라서
차가운 해는 뜨거운 발을 굴리고
지상에 내려놓은 붉은 먼지가 내 유목의 상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동안
 
술 취해 잠든 늙은 남자를 남기고
나는 가을공원에서 나오는 것이다



………………………………………………………………………………

따뜻한 이마를 가진 계절을 한 번도 겪은 적 없었던 별처럼 
나는 아직도 안개처럼 뜨건하지만 속은 차디찬 발을 하고 있는 당신에게 그냥 말해보는 거야 

적혈구가 백혈구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삶이 죽음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그때처럼 

차곡차곡 접혀진 고운 것들 사이로 
폭력이 그들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것처럼 
폭력이 짧게 시선을 우리에게 주면서 
고백의 단어들을 피륙 사이에 구겨넣는 것처럼 

-「삶이 죽음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그때처럼」중에서

201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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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
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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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장영희 | 김점선 옮김

비채 2006.04.01

 
축복

장영희

비채 2006.07.10

먼저 장영희 선생님께서 엮으신 영미시 모음책입니다.

'생일'과 '축복'으로 유명한 영미시들을 묶어 놓았고 원본과 번역이 같이 있습니다.

장영희 선생님의 시에 관한 에세이까지 함께 있어서 편하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시인이 추천하는 명시 100선

라이너 마리아 릴케 | 김옥림 옮김

미래북 2008.06.15

김옥림님께서 엮은 책인데 외국의 좋은시들을 모아놨습니다.

원본은 없고 한글로 번역한 것만 나왔는데 시마다 김옥림 선생님의 각주(?)가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좀 죄송한 말씀이지만, 각주는 상당히 별로예요. 시만 보시는 게 나을 듯 합니다.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한편의 시 (양장)

칼라일 | 유지현 옮김

위즈온 2008.08.14

총 365개의 외국시들이 있습니다. 날짜별로 하루에 한 편씩 읽으라는 의도지만,

저는 이틀만에 다 읽었답니다. 가격이 20,000원이라 비싸긴 한데 뭐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참고로 저는 세일해서 10,000원에 구입했습니다.

 

 

이거는 한국시 모음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시는 특정 시인 외에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래도 한국시 좋아한다면 좋은 것들 모아놨으니 괜찮을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한그림

에세이 2010.11.05

이거는 제가 너무 좋아해서 추천합니다.

서점에서 처음에는 그림이 예뻐서 봤는데 시들도 너무 예쁘고 쉬워요. 푹 빠져서 바로 팬 됐답니다.

맨 마지막 장에는 편지지 같은 것도 있어서 편지 써서 선물하기도 좋구요.

저는 한 권 사고 남자친구한테 한 권 또 선물로 받아서 제가 산 책에는 공백에 이런저런 느낌이나

일기 같은 거 적어서 보고 있습니다.

 

 

첫눈과 마지막눈

                        한그림

 

눈이 내려요.

비와 섞여 내려

눈이라 부르기도 뭐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첫눈이에요.

 

그거 알아요?

첫눈에 비는 말들을

마지막눈에게도 말하면

그 바람들이 이뤄진대요.

 

무슨 꿈을 꾸고 있어요?

어떤 기도를 하고 있나요?

 

나는 언제 올지 모르는

마지막눈을 기다리며

따뜻한 겨우내

찾아오는 모든 눈들에게

당신을 자랑할 거예요.

 

나와 같은 소원을 빌어요.

오늘은 마법이 이뤄지는 날이에요.

 

 

 

대답

                        한그림

 

잠깐 내리는 소나기여도

얼마나 많은 빗방울들이

땅을 적시는지 알 수 있나요?

 

작은 해변의 백사장에도

얼마나 많은 모래알들이

곱게 깔렸는지 셀 수 있나요?

 

멀리 보이는 밤하늘에도

얼마나 많은 별자리들이

저 우주를 수놓는지

헤아릴 수 있나요?

 

짧은 시간을 살았어도

얼마나 많은 숨을 내쉬고,

또 얼마나 많이

내 심장이 뛰었었는지,

어떻게 감히

가늠이라도 할 수 있나요?

 

그러니 내게

얼마만큼 사랑하느냐고

묻지 말아요.

 

이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호기심을 물어도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는

잔인한 물음은 하지 말아요.

 

 

이전에 올렸던 답변인데 도움이 될까요?

2011.05.17.

  •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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