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주의 두둔 후폭풍…“공화당 내 트럼프 옹호자 없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부시 부자 “모든 증오 거부”…당 내부·군 지도부도 ‘쓴소리’

내년 중간선거 앞둔 공화당, 트럼프와 관계 설정 고민할 처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자 폭력사태를 두둔했다가 심각한 후폭풍에 휩싸였다. 공화당 지도부는 물론 전직 대통령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고립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지 H W 부시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자는 16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샬러츠빌의 가장 저명한 시민(토머스 제퍼슨)이 독립선언문에 기록한 근본적 진리를 상기한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고 하나님이 부여한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언제나 인종 편견과 반유대주의, 모든 형태의 증오를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양비론을 펴며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옹호한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다.

부시 전 대통령 부자는 퇴임 후 정치에 나서지 않았고 후임 대통령의 일에 대해 언급한 일도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공동성명 발표는 사태를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b>철거되는 남부연합 동상</b>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직원이 16일 새벽(현지시간) 남부연합의 맹장 로버트 리 장군과 ‘스톤월’(돌담)이라고 불렸던 토머스 잭슨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고 있다. 이 지역에선 이날 백인우월주의 상징인 남부연합 동상 4개가 철거됐다. 볼티모어 | AFP연합뉴스

철거되는 남부연합 동상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직원이 16일 새벽(현지시간) 남부연합의 맹장 로버트 리 장군과 ‘스톤월’(돌담)이라고 불렸던 토머스 잭슨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고 있다. 이 지역에선 이날 백인우월주의 상징인 남부연합 동상 4개가 철거됐다. 볼티모어 | AFP연합뉴스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인종 증오 이데올로기에 대해 관용할 수 없다. 어디에서나 맞서 싸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전날 트위터에서 “백인우월주의는 역겹고 편견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모든 것과 반대된다. 도덕적 모호성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친트럼프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의 진행자 셰퍼드 스미스는 “트럼프를 옹호하겠다는 공화당 의원을 한 명도 섭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정치 불개입’ 원칙인 군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마크 밀리 육군 참모총장은 트위터에서 “미 육군은 군내 인종차별주의, 극단주의, 증오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버트 넬러 해병대 사령관도 “미 해병대에 인종 증오나 극단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경제자문단 소속 최고경영자(CEO)들도 줄줄이 사퇴했다. 제조업자문위원단(AMC)에서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을 시작으로 7명의 CEO가 물러났다. 전략정책포럼(SDF) CEO들은 이날 오전 전화회의를 열고 해체를 결정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중남미를 순방 중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일정을 이틀 앞당겨 17일 귀국하기로 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칠레에서 “나는 대통령을 지지하고, 그의 말들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인종주의 옹호가 주류 공화당 지지자들의 이탈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이날 갤럽의 일일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율은 임기 6개월을 막 지난 대통령으로선 역대 최저인 36%였다. 이번주 발표된 마리스트의 여론조사에선 ‘강력한 공화당 지지자’ 중 79%가 지지해 지난 6월(91%)보다 12%포인트 빠졌다. 공화당 전략가인 라이언 윌리엄스는 “정치적 자산이 없는 트럼프가 공화당을 계속 불리한 위치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마이크 머피는 “우리가 치러야 할 정치적 대가는 재앙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클라호마 시장 선거에 출마한 데이비드 홀트는 뉴욕타임스에 “지난 며칠이 공화당을 다양화하려는 나의 15년에 걸친 노력을 지워버렸다”고 토로했다.

공화당은 트럼프와의 관계 설정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당장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특히 소수인종 비율이 높은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트럼프의 발언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미 트럼프를 비판한 상·하원 의원만 10여명이다.

트럼프는 아랑곳없이 느긋하다. 주변 참모들에게 전날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옹호한 기자회견으로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다시 휴가지인 뉴저지 베드민스터의 골프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트위터에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리는 지지자 집회를 알리는 글을 올렸다.

백악관의 한 참모는 폴리티코에 “트럼프는 이게 얼마나 나쁜 상황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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