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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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짧고 굵은 시들을 모으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네요. 도움되시길 바랍니다.
고아 _이이체
당신이 나를 부르는데
왜 내 이름이 아닌지
궁금해졌다
섭씨 100도의 얼음 _박건호
너의 표정은 차갑고
너의 음성은 싸늘하지만
너를 볼 때마다 화상을 입는다
쳔년의 사랑 _김현태
섣달 그믐달 지고
내 마음의 바다에
그대 얼굴이 또 떠올랐다
시든 국화 _도종환
시들고 해를 넘긴 국화에서도 향기는 난다
사랑이었다 미움이 되는 쓰라린 향기여
잊혀진 설움의 몹쓸 향기여
풀꽃 1 _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_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잠수 _유시명(그림자)
사랑 속에 얼굴 담그고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시합했지
넌 그냥 져주고 다른 시합하러 갔고
난 너 나간 것도 모르고
아직도 그 속에 잠겨있지
채택 부탁드려요.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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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3행이 아닌 3연이라 한 것 맞지요?
그러면 3연이란 질문대로 가능한 짧은 3연시 올려 봅니다.
첫눈 - 김경미
하고 싶은 말 다 해버린 어제가 쓰리다
줄곧 평지만 보일 때 다리가 가장 아팠다
생각을 안했으면 좋겠다
상심 - 김경미
저녁밥 빛깔로 입속에 앉힌 묵언
그 재속(在俗)의 하안거 며칠
지나
고양이 걸음에 연꽃 떠받치듯 나선 외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가슴에 대못이 박혀 돌아왔다
연체 - 원태연
당신은
지정된 기간 내에
미련을 정리하지 못했으므로
현재 지니고계신 아픔에
10%가 가산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차 정리 기간 내에도
미련 구좌 정리를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담보로 잡혀있는 앞으로의 사랑을
부득이
차압할 수 밖에 없사오니
부디 정해진 기간 내에
정리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활대그물 - 김성주
희망근로를 마치고
막걸리 한 병
깍두기 한 접시
찌글락거리는
어금니 사이에 낀
참새 소리
눈 위 빈 껍데기 섞인 몇 개의 조알을 쪼으려
활대그물에 걸려들어 파닥거리던
새의 갈비뼈
참새구이를 먹던
내 사기 전과
활대그물에 걸린 나의 하루
담쟁이 - 황인숙
만져보는 거야.
네 입술을.
네 입술의 까슬함과 도드라짐.
한숨과 웃음.
만져보는 거야.
만져보는 거야.
네 귀, 네 콧망울과 콧등, 눈두덩.
까슬함과 보드라움.
헤아리지 않아,
그냥 만져보는 거야.
네 가슴,
네 등, 네 엉덩이
허벅지와 팔꿈치.
만져보면서 가는 거야.
섬 - 이정하
그대 내게로 와서
섬이 되었네.
내 마음 거센 파도로 일렁일 때마다
잠겨버릴 것 같은 섬,
그리움으로 저만치 떠 있는.
늘상 주변만 배회하다
끝내 정박하지 못할 섬.
언제쯤 나의 작은 배는
거기에 가 닿을 수 있을까.
이슬 곁에서 - 조태일
안간힘을 쓰며
찌푸린 하늘을
요동치는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저 쬐그만 것들
작아서, 작아서
늘 아름다운 것들,
밑에서 밑에서
늘 서러운 것들
첫글자 - 조정권
그대 알게 되면서
내가 사용한 꽃의 이름,
나무의 이름,
풀의 이름, 열매의 이름......
그대와 내가
이른 봄날
풀밭에 누워 찾아낸 푸른 글자.
그 때 맨 처음
내 온몸속으로 뛰어들어 온 강물.
자화상 - 신경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 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닦는다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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