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소 | 비너발트 육근호 대표
공작소 | 비너발트 육근호 대표
  • 글 강다경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02.2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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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Ingredients Make Good Food

소시지를 언제 시작했나?
등산 쪽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 다른 업종을 찾고 있었다. 독일에서 식품영양학 공부를 해 소시지에 들어가는 향신료를 만들어 납품하는 일을 하는 외삼촌이 2008년 소시지를 배워볼 것을 권해서 시작했다. 만들어 건조시켜놓은 소시지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작업소에 와서 뚝 따서 먹었다.

아이들이 저렇게 먹는데 잘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5년이 지나며 소시지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방법은 알아도 왜 이렇게 되는지는 몰랐지만 그동안 궁금한 것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원하는 소시지를 만들려면 무엇을 할 지 알게 되었다.

소시지 종류는?
숯불, 매운맛, 이탈리안 허브, 마늘 소시지를 기본으로 판매한다. 이외에도 화이트 소시지와 뉴렌베르그 지방 소시지도 만들고 있다. 화이트 소시지가 부드럽다면 뉴렌베르그 지방 소시지는 특유의 입자감이 있는데 국내 소비자들은 거친 느낌의 입자가 있는 소시지를 선호한다.

다양한 재료를 넣어 시험해보고 어떤 경우에는 레스토랑에 온 고객들에게 맛보라며 드리기도 한다. 봄에는 냉이를 넣어본 적도 있다. 된장찌개랑 정말 잘 어울린다. 집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견과류를 넣어 소시지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소시지하면 독일?
유럽, 프랑스, 영국식 소시지가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독일이 최고다. 소시지 굽는 양, 입자를 갈아내는 방법, 소시지 종류 등 지방의 특색이 강하다. 마이스터 제도가 있어서다.

마이스터 제도란?
국내 실정상 3년 정도 기간 동안 고등학교 과정을 거친 뒤 경영학, 축산 분야를 배우고 나면 장인들과 2년 동안 실습 기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후에 마이스터를 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시험을 볼 수 있다. 테스트는 고기 다루는 법, 조리법, 고기를 저장하고 보관하는 법 등에 관한 것이다. 시험은 영어로 볼 수 있지만 수업은 독일어로 한다. 독일에서는 마이스터를 따야만 국내로 따지면 정육테리아라고 할 수 있는 매찌거라이를 오픈할 수 있다. 마이스터가 되면 자격증 자체보다는 얼마나 오래 고기를 다뤘느냐는 기간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진다. 국내에도 축산 분야의 국가기술자격증이 있다. 독일에서의 고등학교 과정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국내에도 마이스터가 있나?
독일에서 마이스터를 취득한 사람이 4명 있다. 국내의 1호 마이스터는 임성천 마이스터, 두번째는 육준모 마이스터다. 두 분이 더 있는데 한 분은 레스토랑을 하고 있고, 나머지 한 분은 찾을 수 없다. 현재 두 분의 마이스터가 활동하고 있다. 찾아가서 소시지에 대해 교류하고 그분들이 이곳 작업장을 찾아오기도 했다. 그런 분들한테 물어도 어느 정도 한계성이 있다. 다 가르쳐줄 수 없으니 독일에 다녀올 것을 권했다. 모두 배울 수는 없지만 보고만이라도 오는 게 어딘가 해서 매번 다른 이유이긴 했지만 여러 차례 다녀왔다.

독일에 다녀온 경험이 도움이 됐나?
온도가 맞지 않으면 지방, 고기 내 수분, 고기가 분리된다. 소시지를 만들 수 없게 된다. 온도에 따라 고기가 들어가는 양에 따라 전부 다르다. 가끔 실수를 하면 왜 그랬지 질문하지만 혼자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상지대에서 식육가공 유통전문가 양성 과정을 마쳤지만 국내에서는 안 풀리는 부분이 남는다. 식육 처리 전체 과정을 다루므로 집중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다. 기간은 짧지만 독일 마이스터 분들을 만나게 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궁금한 부분들에 대한 답을 얻었다. 예를 들면 고기를 가지고 어떤 형태로 소시지를 만드느냐에 따라서도 변형이 생긴다. 같이 만들고 배우면서 조금씩 차이를 알게 되었다.

고기를 잘 다룬다는 것은 무언가?
고기의 부위와 상태에 대해 바로 알고 그에 따른 적합한 손질 방법, 저장 보관 방법 등을 아는 것이다. 시간을 두면 고기가 연해진다. 고기를 잘 다루면 그 고기로 가격은 저렴하지만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부위에 따라 소시지 만드는 방법도 다르다. 입자형은 앞다리살이 좋고 곱게 갈기 위해서는 뒷다리살을 사용한다. 안심을 걸어놓으면 우리나라로 따지면 햄인 슁켄이 된다. 부위에 따라 어떤 것을 만들어야할지도 나오게 된다. 대부분 고기라면 삼겹살, 목살, 등심, 갈비 정도를 생각하지만 돼지 한 마리에는 다양한 부위가 있다. 그 다양한 부위를 비싼 가격에 더 좋은 음식으로 만들도록, 비선호 부위를 잘 팔리게, 사용할 수 있는 용도가 많게 가공하는 육가공 기술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소시지와 등산?
서울시산악조난구조대 활동을 하며 탈레이사가르를 등반해 2007년에는 산악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등산은 자본력 싸움과 사회 경제적 구조를 따라야만 하는 부분이 있다. 소시지 만들기는 내가 꿀 수 있는 꿈을 따라가면 된다. 그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만드는 순간 자체가 행복하다. 비너발트라는 숲의 이름을 따온 것도 산의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2월에 독일식 핫도그 매장을 도봉산 근처에 오픈한다. 언젠가는 독일 매찌거라이에 들어가 소시지 마이스터를 취득하고 직접 매찌거라이를 열 것이다. 식품 도감을 보며 식재료에 대해 연구하고 곰취, 김치 같은 재료를 소시지에 혼합해보고 있다. 궁합 맞는 음식을 조합해 영양가 있는 세계 최고의 소시지를 만들어 전 세계가 한국의 소시지를 맛보고자 하는 날을 꿈꾼다. 그것이 한류 아닌가. 누구에게 건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소시지를 만드는 게 내가 인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업이자 봉사라고 생각한다.

비너발트 소시지
각 110g 정도
가격 4개 1만원
blog.naver.com/myuk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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