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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질문입니다.
비공개 조회수 44,914 작성일2009.01.29

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라 하면 좋아하는 여대생입니다.

얼마전에 DVD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봤습니다.

제가 미국에 사는지라 DVD를 샀지만 한국어 섭타이틀이 없어서 우리말 없이 봤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이 아니라서 그런지 썩 와닿지가 않고 작품을 보고 난 뒤에 한국어로 된 해설평을

찾으니까, 아 그런 뜻이구나.. 메시지만 건지는 정도입니다(메시지가 없고 그냥 그렇다를 나타낸 작품일지도 모르지만요)

영화는 자기가 느끼는것이지만, 일반적인 이 영화에 대한 영화평은 심오한 뜻이 있고 대사 하나하나에 뜻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요, 전 그런걸 못 느꼈고 아 그렇구나.. 이렇게 흘려버렸네요.

 

아 제가 질문 하고 싶은것은요, 영화평과 제가 느낀걸 종합해서, '각각의 캐릭터가 인간사회에서 여러 부류를 묶어서 덩어리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고 뜻되로 되는것이 있고 욕망도 있고 살면서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을 캐릭터마다 담아놓았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데요,

전혀 명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물론 명작도 제가 좋게 느끼면 명작이지만 이 영화는 뭐랄까 전혀 와닿지가 않고 그렇네.. 이정도로 끝나고 맙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는 흘러가는삶과 신구의교차 이정도지만 이야기가 구질구질하게 이어지고 거기서 삶에 유추하기까지는 참 난해하고 멍하기만합니다. 또 그런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는 너무 무거운 내용이라고 생각드네요.

예를 들어서 현대미술에서 추상화처럼, 물론 작품 자체도 공부를 하고 보면 보는눈이 있겠지만, 작가의 이름과 여러가지 밖에 것들과 합쳐져서, 남의 생각에 의해서 우리가 느끼는 감흥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수준이 낮고 아직 배경지식과 삶에 연륜이 없어서 영화에 대해 아직 이해가 부족한건가요?

영화를 보고나서 멍해서 그런지 제가 한 질문에 요점도 한마디로 정리를 못하겠네요....

답변 부탁 드려요.

 

앗 아이디 비공개가 아닌데 비공개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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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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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가 명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아마도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일종의 '상징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이해하고 싶으셔서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셨다니 아시겠지만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메카시의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근간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를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이 영화를 보고나서 한동안 멍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명작이라고 격찬을 해서 호기심에 보긴 했는데 영 석연찮은 기분만 남았었거든요. 뭔가 영화에 유기적인 흐름도 없는 것 같고, 결말이 허무하기도 하거니와 아리송하기도 해서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결국 다른 사람의 영화평도 보았지만, 뭐랄까...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요. 분명 아무것도 입지 않았지만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임금님, 그리고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면서도 임금님의 옷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영화가 과대평가되었다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던 도중 이 영화가 예이츠의 시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 그 시를 읽어보았습니다.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를 읽고나니, 이 영화의 제목부터 내용까지, 심지어 결말까지도 조금씩 와닿기 시작하더군요. 죽어도 안 풀리던 수학문제에 조건 하나가 추가되면서 갑자기 술술 풀리는 기분이랄까요. 여전히 찝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 영화가 왜 명작이라고 불리는 이유 정도는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세븐'이라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이 영화를 명작으로 꼽는 분들도 많고요. '세븐'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유사한 부분을 두고 굳이 비교를 해보면, 전자는 음악 후자는 미술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은 (물론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을 수록 더욱 심도 있는 감상이 가능합니다만) 작가나 곡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더라도 누구나 충분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원래 곡이 작곡된 의도와 다르더라도 자신만의 감상을 가질 수도 있고요. 모차르트의 교향곡들이나 베르디의 오페라 곡 등의 명곡들은 단지 듣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동을 선사해줍니다. 반면 미술작품들은 (물론 예외도 존재합니다만) 그 작품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감상하는데 무리가 따릅니다. 기독교나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지식이 없이 서양화, 특히 르네상스 시기의 그림들을 감상한다는 것은 수박 겉핥기 식의 감상밖에 되지 않는 것 처럼 말이죠.

 

 사설이 길었는데 개인적으로 '세븐'은 그 작품만 봐도 충분히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고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명작인 반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그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이해해야 비로소 작품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명작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작품이 더 우월하냐 판단할 수는 없지만 '세븐'과 같은 명작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같은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자신들만 알 수 있어 현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영화에 비평가들이 극찬을 하게 된 것이겠죠.

 

 물론 전 이안 감독의 '색계'나 최근 크게 흥행했던 '다크나이트' 같은 앞서 말한 '전자'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어렵다라고 치부하기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조금 아까운 것 같습니다. 일단 한번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를 읽어보실걸 권합니다. 길지 않은 시이니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시를 곱씹어 보신 후 다시 영화를 보면 조금은 더 감상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 참고로 이 시는 보안관 벨이라는 인물을 이해(저 할아버지 왜 저러지?하며 의아했던 부분들)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걸 기본으로 해서 이해의 범위를 다른 인물로 넓혀나가시면 될겁니다.

200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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