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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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8년 8월 11일 근정전에서 열린 세종의 즉위식 화두는 ‘시인발정(施仁發政)’이었다. 그는 즉위교서를 통해 “어짊을 베풀어 정치를 일으키겠다”고 다짐했다. 세종은 즉위 다음날 “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 좌의정·우의정과 이조·병조의 당상관(堂上官)과 함께 의논해 벼슬을 제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군신(君臣)이 공감하는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세종은 또 재위 5년째인 1423년 7월 3일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평안하게 된다. 오직 이 백성을 기르고 무수(撫綬)하는 방법만이 마음 속에 간절하다”고 섬김의 정치를 다짐했다. 세종의 ‘명품 리더십’이 요즘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임기가 10개월도 남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1년차에 이미 ‘레임덕(Lame Duck)’을 겪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이 대통령은 임기 첫 해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유일무이한 대통령”이라고 평했다. 레임덕은 일반적으로 임기 말에 나타나지만 현 정권은 권력 다툼으로 정권 초기부터 권력 누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시계를 뒤로 돌려보자. 이 대통령의 취임 첫 해인 2008년 6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이 대통령은 특별회견을 가졌다. 그는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면서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노래 소리도 들었다”고 소회를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고 반성(?)했다.

▲그랬던 이 대통령은 ‘고소영 내각’, ‘회전문 인사’로 회귀했다. 국민과의 공감이나 소통은 다시 뒤로 밀렸다. 그러면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어서 ‘레임덕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친인척과 측근들이 교도소 담장 위에 서 있는 형국인데,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온 것인지 국민들은 궁금하다. 레임덕은 권력 스스로 자초하는 것임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

신정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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