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레임덕 막고, 업적 만들자” 친위대 전락한 행정처

조미덥·박광연 기자

상고법원 법안 국회 통과 힘들자 출구전략 차원 문건 작성

노태우 북방정책 예로 들며 양승태 ‘대표 정책’ 모색 몰두

정책 일환으로 만든 사법행정위, 관련 법관 뒷조사 드러나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는 2015년 정기국회에서 당시 양 대법원장의 핵심사업이던 상고법원 설치 법안 처리가 힘들어지자 출구전략 마련에 분주했다. 법원행정처는 국회에서 법안을 법안소위를 건너뛰고 바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부의하는 무리수를 추진했다. 또 법관들의 의견을 듣는 사법행정위원회 운영과 안식월제도 도입, 서울파산법원 설치 등 상고법원을 대체할 양 전 원장의 ‘업적’을 모색했다. 이를 두고 재판지원 등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가 사실상 양 전 원장의 ‘친위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문건 중 2015년 11월2일 작성된 ‘상고법원 법률안 11월 정기국회 통과 전략’ 문건에는 김진태·전해철·서기호 등 법사위 법안소위 소속 의원들 반대로 계류된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급하게 통과시킬 ‘최후의 타개책’이 적혀 있다.

법사위에 해당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법안심사 특위를 꾸리거나 의사 일정 변경으로 소위를 건너뛰고 바로 전체회의에 부의하는 방안이었다. 역대 국회에서 아주 특수한 상황에 적용된 비상책을 가동하려 한 것이다. 특위 위원 후보군으로 법원에 우호적이라고 평가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홍일표·이병석,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우윤근·이춘석 의원을 제시했다. 법안은 통상 상임위 소위를 거쳐 전체회의를 통과해야 본회의로 갈 수 있다.

전체회의 부의안은 실제 추진됐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당시 법사위원장)은 통화에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찾아와 소위에서 의원들 반대가 심하니 상고법원 법안을 전체회의에 바로 부의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며 “당시 국회에선 누가 봐도 통과 안되는 분위기였는데 양 전 대법원장이 밀어붙이니 어쩔 수 없는 듯했다”고 말했다.

한 달이 지난 그해 12월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나면서 상고법원 설치법안 처리는 끝내 무산됐다. 그 후 법원행정처는 출구전략에 집중했다. 그해 11월27일 ‘상고법원 추진 연착륙 방안’ 문건에는 “19대 국회가 끝나도 상고법원 정책을 중단하지 않고, 중장기 추진 과제로 공식 전환해야 양 원장의 리더십 손상이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해당 문건엔 ‘(양 전 대법원장의) 임기 종반에 추진돼야 할 비전·정책의 적극 발굴·추진’이 주요 챕터로 나온다. 문건엔 ‘물 대통령’이라 불렸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북방정책으로 역사적으로 평가받는다는 예를 들며 양 전 원장은 대표 정책으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법원 내부의 소통 정책으로는 ‘사법행정위원회’에 법원 구성원들의 절차적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를 두고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서 쌓인 법관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효과도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위원회에 참여할 법관 후보들의 동향과 성향을 뒷조사한 것이 최근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다. 문건엔 또 “법관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소형 이슈’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며 안식월제도, 유연근무제, 각종 복지시설 확충 등 정책 추진 열의와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듬해인 2016년 7월 작성된 ‘이춘석 의원 만찬 면담 결과보고’엔 양 전 원장 임기 말 최대 중점 정책으로 ‘서울파산법원 설치’를 제시하고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이 부분은 2017년 서울회생법원 설립으로 현실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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